2024-04-27 12:31 (토)
오늘날 가야불교를 탐색하는 사람들
오늘날 가야불교를 탐색하는 사람들
  • 도명 스님
  • 승인 2022.04.11 23: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명 스님 산 사 정 담
도명 스님 여여정사 주지ㆍ(사)가야문화진흥원 이사장
도명 스님 여여정사 주지ㆍ(사)가야문화진흥원 이사장

만남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우연과 필연을 떠올린다.

가야불교와의 만남은 `가야정사`라는 절 이름 짓는 것으로부터 우연히 시작됐지만 되돌아보면 필연이었다고 여겨진다. 가야불교는 나의 삶에서 처음 가느다란 물줄기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커다란 강물이 되어 삶을 이끌어 가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내가 이번 생에서 완수해야 하는 하나의 사명으로까지 인식하고 있다.

가야불교에 관심을 가진 후 3년이 되는 2016년, 동명대 장재진 교수님과 `가야문화의 원형 탐색과 콘텐츠화`라는 제목으로 제1회 가야불교 학술대회를 개최하였다. 난생처음 주관하는 학술대회라 서툴렀지만 열정을 가지고 준비해 `가야불교`란 이름으로 공식적인 첫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김해 바라밀선원 주지인 현 통도사 승가대학장 인해 스님을 만나 의기투합하면서 가야불교의 밑그림을 그려갈 수 있었다.

언젠가 스님에게 가야불교의 역사와 가치에 대해 이야기했더니 굉장히 기뻐하며 호응해 주셨다. 인해 스님은 가야불교 활동을 해 오면서 가장 많이 의논했고 물심으로도 많은 도움을 주셨다. 스님은 가야문화진흥원의 설립에 산파 역할을 하셨고 초대 이사장 소임을 맡으셨는데 지금도 가야불교가 순항할 수 있도록 큰 역할을 해주고 있다. 스님은 기획력과 추진력이 좋으셨는데 가야불교를 둘이서만 할 것이 아니라 뜻이 있는 스님들과 함께 모임을 만들자고 제안을 했다. 그리하여 필자를 포함해 인해, 해공, 해도 이렇게 네 명의 스님이 모여 장유사에서 첫 모임을 가졌다.

모임의 명칭은 구지봉의 이름을 본떠 `구지회(龜旨會)`라고 짓고 학습을 위해 가야불교에 밝은 식견을 가진 분들을 모셔 특강을 듣기로 하였다. 이후 송산, 덕암, 지일, 지원, 동선 스님 등 지역의 덕망 있는 스님들이 합류하면서 본격적으로 외연을 확장했다. 구지회는 동명대 장재진 교수, 동국대 석길암 교수, 향토사학자인 허명철 조은금강병원 이사장, 재야 사학자 차태현 씨 등을 초청하여 특강을 듣기도 하였다.

구지회 스님들은 2017년 김해 경운사에서 가야불교 중흥을 위한 삼천배 기도를 하며 2000년 가야불교 역사에 무지했던 스스로를 돌아보고 참회하였다. 그리고 앞으로 역사 속에 묻혀버린 가야불교를 복원시키겠다는 굳은 다짐을 하였다. 구지회는 이후 `법등회(法燈會)`로 명칭을 바꿨다. 2018년 법등회 스님이 주축이 되어 재가 불자 20여 명과 함께 사단법인 `가야불교문화진흥원(현 가야문화진흥원)`을 발족하였다. 가야문화진흥원은 현재도 가야불교를 복원하고 가야문화를 선양하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또한 가야문화진흥원 산하에 `가야불교연구소`를 만들어 매월 스터디를 하였다. 학습은 가락국기, 삼국지 위서 동이전, 후한서, 남제서 등 가야와 관련한 문헌들의 원문을 보고 돌아가며 발표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여기에는 진흥원 스님뿐 아니라 김명희, 하성자 김해시의원, 조강숙 전 김해시 국장 등도 합류해 문헌 해석과 현장 답사를 하며 가야불교를 탐색하였다. 이 과정에서 고고학을 전공한 강산문화재연구원의 김용탁 원장님이 전문가의 입장에서 역사에 대한 조언을 해주었고 연구위원들이 역사에 대한 소양을 갖추도록 도움을 주셨다. 수년 전부터는 은하사 주지를 역임하신 혜진 스님도 연구모임에 참가하시면서 후학을 격려하시고 연구에 동참하셔서 가야불교연구소 활동에 힘을 실어주고 계신다.

연구소에서 원문 강독을 수년간 하였더니 지금은 연구위원들의 실력이 상당히 늘어 가야불교를 넘어 한국 고대사로 연구 분야를 확장해 가고 있다. 이렇게 자유롭게 토론하고 함께 공부하며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가니 새삼 집단지성의 힘을 실감하게 된다.

가야불교연구소의 모든 연구위원들이 열정을 가지고 참여하고 있지만, 연구소 소장을 맡은 지원 스님의 학구열은 대단하시다. 스님은 가야불교 연기 사찰인 밀양 부은사 주지이시기도 한데 역사 공부에 대한 열정과 성실함에 내심 놀라곤 한다. 스님은 노스님을 시봉하고 도량 수호로 바쁜 가운데에서도 가야불교 연구에 대한 끈을 놓치지 않는 좋은 공부 도반이다.

또한 가야와 가야불교에 대한 보다 깊은 연구와 학습을 위해 `가야학 연구회`를 만든 것도 시야를 넓히는 계기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인연이 있던 박병근 교수, 김민수 원장, 지원 스님과 함께 만든 이 모임은 하나의 연구주제를 놓고 치열하게 토론하며 가야불교의 근원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 박병근 교수의 주도로 `가야학의 구조`를 제시하여 가야 연구를 보다 체계화하고 있으며 가야학의 국제화를 준비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