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면 된다 ⑥
하면 된다 ⑥
  • 박정기
  • 승인 2022.03.31 2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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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 전 한전ㆍ한국중공업 사장
박정기 전 한전ㆍ한국중공업 사장

육상 얘기가 나온 김에 자랑 하나 더 하자. 하계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라 불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2011년 8월 대구에서 열렸다. 전세계 204개국에서 1945명의 선수가 참가한 매머드 대회였다. 이 대회 유치를 위해 대구 외에 호주의 브리즈번, 러시아의 모스크바, 스웨덴의 예테보리,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등 세계 유수의 도시들이 나섰다. 육상의 인기도나 도시의 인프라, 인지도 등 여러 분야에서 서울도 아닌 대구는 상대도 안 된다. 세계 육상계와 세평은 대구는 아예 안 된다고 치부하고 있었다. 한국과 같이 육상이 인기 없는 나라는 유치한 전례가 없었다. 의결기관인 국제육상연맹 집행이사회가 승인을 안 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7년 3월, 케냐의 몸바사에서 열린 집행이사회는 제13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대구에서 개최하기로 의결하였다. 사실, 그날 개최지 결정 투표는 2차를 넘어 3차 결선투표까지 가야 최종 결정이 날 것으로 모두가 예상하였다. 왜냐하면, 신청 도시들이 대구를 빼고는 모두가 만만치 않은 실력자들이었기 때문이다. 투표함을 열고 개표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1차 투표에서 무명 도시 대구가 절반을 훨씬 넘는 표를 휩쓸어 단번에 당당히 대회 유치에 성공한다. `대구 유치는 골리앗(모스크바, 브리즈번)을 물리친 대사건` 당시 국내 대표적인 종합 일간지의 기사 제목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던가? 투표권을 가진 집행이사들이 찍어 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대구시와 재회유치위원회가 잘 해주었던 것도 큰 힘이 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집행이사들의 마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나도 집행이사 중의 한 명으로, 1991년부터 4선(16년)을 하는 동안 동료들을 진심으로 대했다. 정성을 다했다.

"우리는 로키(Rocky-나의 별명) 보고 대구 찍었다." 도하 유력지의 그날의 다른 기사 제목이다. 한 집행이사가 투표장을 나오며 한 말을 기자가 인용한 것이다. 사실랑 세계육상대회 한국 개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국제 육상연맹의 방침이 한국 같은 육상 비인기 국가에서는 아예 안 하는 거로 정해져 있었다. 물론 불문율이다. 관중도 없고, TV 방영 수입도 없고 흥행을 망치니까 방침이다시피 된 것은 당연하다. 결국 대회를 유치하려면 한국이 육상 인기 국가가 되는 길밖에 방법이 없다. 그런데 어느 세월에 인기국을 만드나 안 되는 일이다.

다른 방법이 있다면? 집행이사회가 의결하면 무조건 된다. 그러나 집행이사들이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그런 결정을 해줄 리가 없다. 결국 이사들이 `바보 결정`을 안 하도록 정당한 논리와 명분이 있어 이사들이 믿고 신념을 가지고 행동하게 해야 한다. 그러자면 논리를 개발하고 명분이 있어야 한다. 생각해보자. 어떤 논리 라야 이사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나도 많이 고민했다. 육상 인기 국가에만 준다는 `옳은`논리를 어떻게 뒤집어야 하나? 나는 정면으로 반대 논리를 개발했다. `지금의 연맹의 방침이 맞다. 그럼 방침대로 육상 인기 국가에서만 대회를 개최한다면 비인기 국가의 육상 발전은 포기한다는 말인가? 바꿔 말하면, 육상 비인기 국가에서도 선수권대회 같은 큰 경기를 펼쳐야 비인기 국가의 관중들도 육상을 이해하게 되고 육상경기의 오묘함을 즐기게 될 게 아닌가. 그래야 언젠가는 비인기 국의 관중도 유강에 관심을 두고, 그런 관중이 늘어나면 자연히 육상 인기 국가가 될 게 아니냐.` 이 점이 나의 포인트였다. 다행히 동료 이사들은 내 논리와 명분에 동의했고, 두어 달이 지나자 이사들은 신념을 갖고 대구를 찍어 줬다.

대구는 이 대회를 훌륭히 치러내 독일의 슈투트가르트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세계육상도시(The World Athletics City)`로 선정된다. 잠깐, 논리와 명분만으로 사람이 움직이는가? No! 사람은 어디까지나 감정적인 동물이다. 감정이 이성을 항상 앞선다. 논리가 먹히려면 마음을 사야 한다. 아무리 논리가 정연하고 명분이 뚜렷해도 상대가 싫으면 사람은 안 움직인다. 상대의 마음을 사라. 무엇이 상대를 움직이게 하는가. 진실이다. 무엇이 사람 마음을 사는가. 정성이다. 항상 무슨 일이건 `된다`는 생각부터 먼저 한다. 그리고 사람 마음을 사라. 꼭 하고 싶은 일은 성공 기법을 활용해라. 어느 경우나 필수 요건은 정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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