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밖에 모르는 총포행정
규제밖에 모르는 총포행정
  • 오수진
  • 승인 2022.03.27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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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진 (사) 경남수렵인 참여연대 회장
오수진 (사) 경남수렵인 참여연대 회장

문명의 이기(利器)는 어두운 면과 밝은 면이 늘 공존한다. 자동차가 없으면 한 해 발생하는 20여만 건의 자동차 사고와 30여만 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고, 총포가 없다면 총포사고 또한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동차와 총포가 국민생활에 필요한 것이라면 규제만 할 것이 아니라 사고예방 대책과 함께 사용을 허락하는 것이 정책이고, 국가의 존재이유인 것이다.

지난해 우리협회는 ○○시와 야생들개 생포(生捕)협약을 체결하고 용도를 소명(疏明)하여 경찰에 마취총 소지허가를 신청했지만 경찰청 업무지침을 이유로 허가를 거부했다. 경찰청은 업무지침은 엽탄을 사용할 우려가 있는 마취총은 수의사 등에만 허가하고 일반인에게 공기 압축식 마취총만 허가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2016년 이전은 마취총 등은 용도소명 없이 누구나 허가 받아 소지할 수 있었고, 자가(自家)에 보관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16년 경찰청은 총포화약법(약칭)을 대폭 개정하여 모든 총기는 용도를 소명(疏明)해야 허가를 받을 수 있고, 사용 후 경찰에 보관하도록 했다. 그렇다면 마취총이 어떤 총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엽총은 5연발이고 마취총은 단발이며 구경(총구)은 엽총 3분의 1 밖에 되지 않아 설령 마취총 구경에 맞는 엽탄을 사용한다고 해도 위력 또한 엽총에 비(比)하면 보잘 것 없지만, 공기총 보다 위력이 세고 사용하기에 편리하다.

그러나 공기총은 무거운 공기통을 휴대해야 하고, 몇 발 쏘고 나면 압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엽탄을 구해 마취총에 사용한 사람들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용도를 확인하여 꼭 필요한 사람에게 마취총을 허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용도 소명 없이 누구에게나 허가하고 자가에 보관할 때 규제하던 그때 마취총 업무지침을, 용도를 소명해도 소지허가를 제한하는 것은 규제밖에 모르는 총포행정이란 비난을 받을 것이다.

야생들개가 맹수로 변해 돼지, 소, 닭 등의 축사를 습격하고 송아지를 물어 죽이고, 사람을 공격하는 일이 경향 각지에서 발생하고 있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공기 압축식 마취총은 유효사거리 3~4m에 불과해 사람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 야생들개를 포획하는 것은 불가능 하다. 더욱 야생들개는 마취제 주사를 맞고도 몇 백 미터 도망가서 잠들기 때문에 포획하는 것아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해 마취총 소지허가를 신청한 우리협회 회원5명 모두 엽총과 공기총을 소지한 사람인데, 야생들개를 사살(射殺)할 수 있다면 비효율적인 마취총을 소지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야생들개를 생포할 수 있는 방법은 포획 틀과 마취총 밖에 별다른 방법이 없다.

또 다른 문제는 경찰청이 업무지침(행정규칙)으로 마취총 소지허가를 일괄(一括), 제한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행정규칙은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고 의무를 부과할 수 없지만, 상위법령에 근거가 있는 경우 수임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예외적으로 법규성을 인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보충적인 행정규칙의 경우 위임의 범위 내에서 규제해야 하고 규제내용을 강화해서는 아니 된다는 원칙이 있는데 이 또한 따져봐야 할 문제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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