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13:53 (토)
"경남 IT개발자 힘 합쳐 생태계 만들고 신기술 선도해야죠"
"경남 IT개발자 힘 합쳐 생태계 만들고 신기술 선도해야죠"
  • 황원식 기자
  • 승인 2022.03.09 23: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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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의 창업자들 조상현 2NIX 대표
조상현 2NIX 대표가 만든 실험용 쥐 사육장치의 환경 조절 컨트롤러를 점검하고 있다.
조상현 2NIX 대표가 만든 실험용 쥐 사육장치의 환경 조절 컨트롤러를 점검하고 있다.

성장지향 대신 워라밸 추구 IT공동체 조성 권익옹호 활동
수도권ㆍ대기업 상생 방안 마련 재능기부 자원봉사활동 앞장
한국폴리텍 창원캠퍼스 강사 "메타버스 관련기술 투자 필요"

 코로나19 이후 경남지역 IT산업 입지가 더 커지고 있다고 한다. 특히 경남은 기계ㆍ조선산업을 우선시 해오면서 IT산업을 경시하는 풍조가 있었다. 하지만 제조업 현장에서 자동화나 비대면 공정이 늘면서 IT기술 수요도 증가하기 시작하자 이런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다. 창원시에서 중소 IT업계 회사를 운영하며 IT관련 전공ㆍ종사자들을 위한 생태계 구축에 노력하고 있는 2NIX(투닉스) 조상현(47) 대표를 만났다.

- 염색 머리의 자유분방한 공대생 출신

 수학과 과학에 관심이 많고 이른바 `덕후기질`이 충만한 공대생 이미지랄까. 그의 사무실에는 재미삼아 만든 장난감 자동차, 공구 등이 즐비하다. 머리 염색을 자주하며 아이돌 가수를 좋아하는 젊은 취향까지 자유분방한 느낌이다. 최신 유행하는 IT기기를 자랑하는 얼리어댑터(상품을 일찍 받아들이는 사람)이기도 하다.

 창원 스마트업타워 6층 2NIX(투닉스) 사무실에는 오후가 되어도 문이 닫힌 경우가 많다. 컨디션에 따라 일을 조절하고, 쉬고 싶을 때 쉬는 생활 방식을 추구한다. 지금까지 알던 성장지향형 사장님들과는 사뭇 달랐다. 최근 MZ세대에서 유행하는 워라밸을 실천하는 걸까.

 직원도 없었다. 규모가 큰 사업을 할 때에는 다른 업체들과 프로젝트 단위로 모여서 협업한다고 했다. 가령, 게임을 만든다면 프로그램 개발은 조 대표가 하고, 그래픽이나 음악은 다른 업체에게 맡기는 방식이다.

 "그 돈 많은 넥슨 창업주가 왜 우울증에 걸렸을까요. 저는 무리해서 일을 하거나 회사를 키우려는 욕심은 없습니다. 그만큼 일이 많고 책임감이 크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기업이 더 커지면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못합니다. 물론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성향에 맞고 환경이 된다면 회사를 더 키울 수도 있겠죠."

 처음부터 자유롭지는 않았다. 불과 10여 년 전만해도 그는 창원 한 중소 제조업 회사에서 매일 밤 8~9시까지 야근을 하는 평범한 직원이었다. 그 당시만 해도 다들 열심히 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그러다 육아와 스트레스 등으로 일을 그만두고 4~5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지난 2018년 창업했다.

 당시 다니던 회사에서 그가 연구하던 실험동물 사육장치, 냉장고 생산 등에 쓰이는 컨트롤러를 개발해 주력상품으로 했다. 지금은 삼성전자ㆍLG전자 협력업체 등의 일을 수주 받아 일하는 개발자로서 업계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현재 매출은 회사원으로 근무할 때보다 높다고 했다.

창원 스마트업타워내 2NIX 사무실에서 경남매일신문 기자에게 AR기술에 대해 설명하는 조상현 대표.
창원 스마트업타워내 2NIX 사무실에서 경남매일신문 기자에게 AR기술에 대해 설명하는 조상현 대표.

- 경남도, 메타버스 기술 투자 있어야

 창업 이후 장점으로 조상현 대표는 `관심 있는 분야`를 연구할 수 있어서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하는 일 외에도 메타버스(현실세계와 같은 사회ㆍ경제ㆍ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 가상세계)와 관련된 VRㆍAR 기술 프로그램 연구를 하고 있었다. VR(가상현실)은 컴퓨터로 만든 가상 세계에서 사람이 실제와 같은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최첨단 기술을 말한다. 머리에 장착하는 디스플레이 디바이스인 HMD를 활용한다. 게임뿐만 아니라 의학 수술 및 해부, 비행조정 시뮬레이션 등 수요가 많다. AR(증강현실)은 현실세계 배경에 가상의 이미지를 추가해 보여주는 방식이다. 옷이나 가구를 구매할 때 이 기술을 통해 미리 적용된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는 이런 기술을 활용해 제조업 현장에서 기계 조립 공정 과정을 가상으로 시뮬레이션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 등도 만들었다. 상용화된다면 작업의 효율성을 올리거나, 안전사고를 줄일 수 있다. 이런 연구는 정부에서 과제비를 받아 하는 것이지만, 현재 직접적인 회사 수익과 연결되지는 않는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에 도움이 될 수 있고, 또 IT개발자라면 이런 일을 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현재 VR과 AR기술은 현실과 괴리감이 크고, 사용하기 불편하고, 예산이 많이 드는 등 한계가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분야의 연구는 계속돼야 합니다. 한두 가지의 기술적 한계에 부딪혀 포기한다면 혁신은 꿈꿀 수 없습니다. 인공지능을 예로 들면, 과거 1970~80년대 인공지능 시대가 곧 올 것처럼 붐이 일었지만, 큰 기술적 문제 몇 가지에 부딪히게 됩니다. 그로부터 30년간 거의 연구하지 않다가, 소수 개발자로부터 이 문제들이 해결되자 현재 인공지능의 시대가 온 것입니다. 그때 아무도 나서지 않았으면 지금과 같은 시대는 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메타버스도 마찬가지입니다. 계속 가능성을 본다면 언젠가 메타버스의 시대를 여는 키를 거머쥘 지도 모릅니다."

 그는 경남지역에서도 메타버스에 대한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창원 팔용동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익스트리플` 등 메타버스 관련 기술에 관심 있는 기업과 사람들이 지역에 많이 있지만 워낙 돈이 많이 들다보니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눈치라고 했다.

 "경남도와 창원시도 메타버스 관련 기술을 개발해야한다는 인식은 있지만, 소극적인 것 같습니다. 경남테크노파크가 운영하는 경남 VRㆍAR거점센터가 지난 2019년 생겼지만 코로나19 등의 이유로 2년째 휴관하고 있습니다. 지역 VRㆍAR 산업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거창한 목적에서 시작됐지만 실제로는 일을 안 하고 있는 거죠. 4차 혁명시대를 대비해 경남도와 창원시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조상현 2NIX 대표가 만든 실험용 쥐 사육장치 환경 조절 컨트롤러(왼쪽).
조상현 2NIX 대표가 만든 실험용 쥐 사육장치 환경 조절 컨트롤러(왼쪽).

- 코로나19 벗어나 IT업계 교류 넘치길

 조상현 대표는 코로나19가 하루빨리 종식돼 IT관련 업계 종사자와 전공자들과 한 자리에 모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역에서 중소 IT기업 종사자들이 오프라인 교류가 있어야 서로 힘을 모으고, 수도권에 맞서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다. 또한 이로 인해 지역에서도 IT관련 전공자들이 살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실제 지난 2019년부터 지역 IT관련 전공자들의 연대 움직임이 있었지만 코로나19로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지역의 개발자들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창원에는 기계산업으로서 입지가 워낙 강하다 보니 프로그램을 할 수 있는 회사가 많지 않죠. 그러다보니 대부분 IT 전공 친구들은 페이가 좋은 수도권으로 눈을 돌리죠. 그래도 저는 이곳에서 오래 일하다보니 지역기업으로부터 의뢰가 많이 들어옵니다. 다만 제가 다 소화 못하는 일들을 제조업체들은 수도권 IT기업에게 그 일들을 넘깁니다. 만약 공동체가 활성화된다면 지역의 일은 지역에서 소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지역에서 IT개발자들이 충분히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주장은 단순한 희망사항만은 아니었다. 그는 중고나라를 이긴 당근마켓을 예로 들며 로컬시장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중고나라라는 최대 커뮤니티가 있는데도 그 시장을 뚫고 나온 것이 당근마켓입니다. 마찬가지로 비대면 환경에서도 근접 시장의 유리한 점이 분명히 있어요. 현재 어디든 IT수요는 증가 상태이고 지역에서도 그 수요를 받아먹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중소 IT기업 종사자들이 서로 커뮤니티를 구성하면 덩치가 있고,힘이 생기니 상생할 수 있다고 봅니다. 대기업의 횡포에도 덜 휘둘릴 수가 있겠죠."

 조상현 대표는 지난해까지 사천 항공폴리텍대학 항공전자과 겸임교원으로 재직하다 올해부터 한국폴리텍대학 창원캠퍼스에서 시간강사로서 스마트전자과 학생들에게 프로그래밍, 마이크로 프로세서 등을 가르치고 있다.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조 대표는 창원시 120자원봉사회에서 가전제품 수리, 전기배선 수리 등 재능기부 활동도 한다. 팔용동 주민자치위원회 기획예산분과위원장으로서 지역을 위한 봉사 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또한 조상현 대표는 지역 개발자 커뮤니티인 카카오톡 그룹채팅방 `<디캔버스> 부울경 스타트업/개발/디자인커뮤니티`(210여명 참여)의 운영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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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2022-03-14 11:17:58
참 대단한 사장님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