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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붓 끝에서 탄생하는 소멸 전 생명의 미
거친 붓 끝에서 탄생하는 소멸 전 생명의 미
  • 한상균 기자
  • 승인 2022.03.02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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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금강테마박물관서 이종만 작가 `무위자연` 전
강렬한 색채로 주변 작은 존재 주목 내달 25일까지
강렬한 색채와 대담한 터치가 돋보이는 `도라지꽃`.
강렬한 색채와 대담한 터치가 돋보이는 `도라지꽃`.

 `무위자연`(無爲自然), 인위적인 손길이 가해지지 않은 자연, 즉 자연에 거스르지 않고 순응하는 태도, 속세의 삶보다 자연 그대로의 삶을 뜻한다. 이처럼 인간과 함께 공존하는 자연의 생명체들을 거친 붓 터치로 그려내는 한 작가의 개인전이 거제에서 열리고 있다.

 해금강테마박물관은 지난 1일부터 다음 달 25일까지 이종만 작가의 `무위자연(無爲自然)` 전을 박물관 내 유경미술관 제1관에서 선보인다.

 이종만 작가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자연의 작은 존재들에 주목하는 작가이다.

 특히 조금씩 빛이 바래고 시들고 말라가며 사라져 갈 생명체의 어느 한 순간을 포착해 절정에 지나서 쇠락하는, 소멸을 앞둔 존재의 아름다움을 거친 붓 터치로 구현한다. 또한, 힘껏 겪어낸 삶의 고뇌를 내려놓으면서 의연하고 초탈해진 모습이 작가의 작품에서 드러난다.

빛이 바래고 시들고 말라가며 사라져 갈 생명체를 거친 붓 터치로 구현한 `마른꽃 맨드라미`.
빛이 바래고 시들고 말라가며 사라져 갈 생명체를 거친 붓 터치로 구현한 `마른꽃 맨드라미`.

 이 작가는 "꽃과 새를 그리기 시작한 것은 2000년경 이후부터다. 주로 자연 풍경, 정물 비둘기의 소재에서 점차 나의 화면에는 화조의 소재로 이뤄지게 됐다. 그것은 아마도 자연의 섭리에 따라 피고 지는 지천의 꽃의 신비함의 색채와 철 따라 찾아오는 새들의 각양각색 소리로 유혹하는 날개 짓 때문인지도 모른다"며 "결국 자연과 생명에 관한 이야기들을 강렬한 색채와 대담한 터치로 화폭에 담아내는 것이다"고 밝혔다.

 박영태 미술평론가 경기대 교수는 "이종만 작가의 작품은 자신의 감동을 최대한 회화 언어로 극화했다. 칠했다기보다는 날렸다는 느낌이 드는 붓질은 순수한 붓질의 응집이었다가 특정 대상을 연상시키기를 반복하면서 유동한다"며 "구상과 추상 표현주의가 섞이고 특정 대상의 묘사와 재현적 욕망을 순간 지우고 내적 감정을 밀어 올리려는 의욕이 중첩된 그림이다"고 평했다.

 경명자 유경미술관 관장은 "그의 작품은 일상 안에 평범하게 자리잡고 있는 자연의 존재들 중 본인에게 의미 있게 다가온 꽃과 새라는 대상을 소재로 하고 있다. 화사하게 피고 지기를 반복하는 꽃과 철 따라 이동하는 새들을 보면서 평범하지만 끈질기고 아름다운 자연의 생명력을 보여주고자 한다"며 "꿋꿋하게 생존을 이어나가는 자연의 모습은 척박한 도시에서 적응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삶과 흡사하다. 자연의 무한한 에너지와 생명력이 느껴지는 그의 작품 안에서 우리의 삶을 반추해보고 삶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종만 작가
이종만 작가

 한편, 익산 출신인 이 작가는 원광대학교 미술교육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교육대학원에서 수학했다. 1995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전주와 서울을 오가며 개인전을 열었고, 이탈리아의 안젤로 간돌피 갤러리와 성 르토로메오 갤러리에서도 전시회를 갖는 등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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