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20:56 (금)
나이 들어감에 따라
나이 들어감에 따라
  • 김병기
  • 승인 2022.01.05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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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가락김해시종친회 사무국장
김병기 가락김해시종친회 사무국장

작은 생활 문제에 끙끙대다
세상살이 적응 못한 자책감
이치 따라 마음 비우는 게 상책

 어제, 쌀쌀한 날씨 속 기분 좋게 아내와 해반천을 걷다가 집에 도착했다. 현관문을 열기 위해 비밀번호키를 누르니 경고음과 함께 빨간불이 뜬다. "어? 이상하다" 생각하며 다시 누르는데도 마찬가지다. 지켜보고 있던 아내가 거든다. 배터리를 교체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방전이 됐나 보다 하면서 조금 기다렸다가 다시 누르니 역시 경고음에다 빨간불이다.

 문을 열지 못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열쇠 수리공을 부를까. 옥상에서 밧줄을 타고 내려와 창문을 열까. 2층에서 가스 배관을 타고 올라갈까. 스카이 하는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할까 등 여러 방안을 찾아본다.

 아내가 핸드폰을 꺼내 이웃에 사는 사위에게 연락해 묻는다. 근처 편의점에 가서 9V 돼지 코 모양 건전지를 사서 번호키에 대고 문을 열면 된다고 한다.

 마침 편의점이 옆인지라 달려가 9V 건전지를 찾으니 포장지에 돼지가 웃고 있다. 가격이 5000원 임에 놀랐지만, 이내 체념하며 열쇠 수리공을 부르면 출장비가 얼마인데 하면서 번호키에 9V 건전지를 갖다 댔다. 잠시 후 번호키를 누르니 처음과 달라진 게 없었다. 9V 건전지도 열을 받아 뜨끈한데 이상하다 싶어 다시 사위에게 전화를 걸었다.

 기계치인 것에 미안해하면서 도착한 사위에게 그간 사정을 말하니 9V 건전지를 번호키에 대고 누르는데도 꼼짝을 않는다. 마침 번호키에 깨알 같은 글씨체로 안내 전화번호가 보여 거니, 24시간 상담 중이라는 상냥한 아가씨 멘트가 흘러나왔다. 그러곤 사위에게 바로 핸드폰을 넘겼다. 잠긴 상태가 아닐 수 있으니 현관문을 열어보라는 말에 현관문을 당기니 그대로 쑥 열린다. 아이고! 세상에! 30분을 이렇게 보내다니!

 집에 들어와 보니 잠금이 고정돼 나갈 때 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은 것이었다. 혹시 들어온 사람이 없는지 확인도 해보고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살다 보니 별일을 다 겪는다는 아내의 푸념이 나이 들어감에 따라 세상살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탓이라는 생각이 들어 서글프다. 베이비붐 세대의 상징인 58년 개띠가 75세가 되는 2033년이 되면 대한민국은 큰 혼란이 예상된다는 기사를 본다. 걱정보다는 자연의 이치이기에 내 마음 비우고 비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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