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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재 이야기
삼재 이야기
  • 경남매일
  • 승인 2021.12.2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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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방담<春秋放談>
이광수 소설가
이광수 소설가

 신축년 한 해도 나흘이 지나면 이별을 고하고 임인년(壬寅年) 새해가 된다. 데스크 달력 속에 날자 별로 기록된 메모들을 되짚어 보면서 지난 한 해를 체크해 본다. 필자에겐 그런대로 무난한 한 해였다. 그 중 싱글라이프였던 둘째가 어른이 된 일이 제일 좋은 일이었던 것 같다. 도도히 흐르는 영겁의 세월에 비하면 찰나에 불과한 1년이지만 사람마다 천차만별의 발자취를 남긴 채 마감한다. 또 새해가 밝아 오면 지난해 못다 이룬 버킷리스트를 재점검하면서 새롭게 마음을 다진다. 그러나 예측 불가의 인간사를 예지하는 행불의 예정표가 존재하기에 어쩔 수 없이 곤혹스런 한 해를 보낼 수도 있다. 지난 3년 동안 지속된 해자축(亥子丑) 삼재는 사유축(巳酉丑: 뱀띠, 닭띠, 소띠)년생에겐 재앙이었다. 물론 복삼재(福三災)로 무탈하게 보낸 사유축년생도 있을 것이다. 새해 임인(壬寅)년부터 계묘(癸卯), 갑진(甲辰) 3년은 신자진(申子辰: 원숭이 띠, 쥐띠, 용띠)생의 삼재가 된다. 인(寅)과 충(沖)되는 지지 신(申)의 삼합(三合)인 신자진년 생이 삼재가 되기 때문이다.

 다들 꺼리며 피하고 싶은 삼재(三災)란 과연 무엇이고 무슨 조화인가. 도대체 왜 삼재란 요상한 기운이 사람들에게 시련과 고통을 안겨줄까. 삼재라는 말은 인도의 범어(梵語)로 깔파(KALPA)라 한다. 무한이 긴 시간으로 산수(算數)로 계산할 수 없는 긴 세월을 뜻한다. 불가(佛家)에서는 이를 겁(劫)으로 표현하고 있다. 우주의 기운을 받아 사람으로 태어나기까지는 무수히 많은 겁의 세월을 지나야 한다는 환생설(還生說)이 그 근원이다. 사람으로 태어나기 전의 수많은 세월 동안 쌓여온 좋고 나쁜 기운들이 사람으로 태어나면서 행복과 불행의 씨앗으로 남는 것이라고 한다. 불교에서 말하는 삼재팔난(三災八難)은 불도수행에 장애가 되는 여덟 가지 험난한 고통을 의미한다. 지옥, 축생, 아귀, 장수천, 맹롱음아, 울단일, 세지변총, 생재불전불후를 말한다. 다른 의미로는 불법을 수행하는 수행자가 겪을 수 있는 왕난(王難:왕의 화), 적난(賊難:도둑), 화난(火難:화마), 수난(水難:수재), 병난(病難:질병) 인난(人難:시비구설), 비인난(非人難:악인화), 독충난(毒蟲難)이 우리가 겪는 삼재이다.

 그럼 삼재가 존재하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가. 주역을 공부하는 필자의 모든 역서엔 삼재란 말은 한마디도 없다. 그래서 흔히 삼재를 미신이라고 믿지 않는 사람이 많다. 명리학에서도 오행해석의 신살에서 충(沖)으로 언급할 뿐이다. 대다수의 역학자들은 삼재를 불가사이한 현상으로 받아들인다. 부정하고 싶은데 부정할 수도 없는 미스터리한 현상에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갑작스럽게 교통사고를 당하고, 건강했던 사람이 병에 걸리고, 잘나가던 사업이 부도를 만나고, 대수롭지 않은 말실수가 시비가 되어 송사에 얽히고, 가족의 일원이 가출해 실종돼 행방불명되고, 맑던 영혼이 환각과 환청에 빠지는 정신적인 혼란을 겪기도 한다. 내게 닥칠 삼재는 언제이고 삼재에 대한 방비책은 있을까. 먼저 삼재에 해당하는 나이에 대해 알아보자. 태어난 해가 신자진(원숭이띠, 쥐띠, 용띠)생은 인묘진(호랑이, 토끼, 용)해가 삼재다. 사유축(뱀띠, 닭띠, 소띠)생은 해자축(돼지, 쥐, 소)해에, 인오술(호랑이띠, 말띠, 개띠)생은 신유술(원숭이, 닭, 개)해에, 해묘미(돼지띠, 토끼띠, 양띠)생은 사오미(뱀, 말, 양)해에 삼재가 든다. 흔히 첫해를 들삼재, 두 번째 해를 눌삼재, 세 번째 해를 날 삼재라 부른다. 삼재는 음양오행의 이치를 바탕으로 사주의 대운주기인 10년마다 돌아온다. 삼재를 맞아도 길하다는 복삼재(福三災)는 10년에 한 번씩 4계절 춘하추동의 순환에 따라 출생년도 마다 계절을 달리하고 있어 사주 상 태어난 해의 달이 여름이면 겨울삼재에, 겨울이면 여름삼재가 복삼재가 된다. 그리고 여름에 태어난 사람이 여름삼재를, 겨울에 태어난 사람이 겨울삼재를 만나면 악삼재가 된다. 유튜브 등에 띠만 가지고 복삼재 운운하는 것은 모두 터무니없는 소리니 무시해도 된다.

 그럼 삼재를 피할 방도나 대처할 비책은 없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앞서 언급했듯이 없다. 조심하고 근신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일부 혹세무민하는 술사(점쟁이)들의 말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삼재가 든 해에는 자동차 운전은 방어운전을 하고, 타인과의 시비다툼도 피해야 한다. 사업하는 사람은 확장이나 개업보다 현상유지가 상책이다. 고질병을 앓는 사람은 조급하게 굴지 말고 느긋한 마음으로 회복시키는 방법이 좋다. 또한 삼재가 들어도 사주상 대운과 그해 세운이 강하게 들면 아무리 악삼재라도 잘 넘어가기 때문에 삼재를 맹신할 필요는 없다. 매사 조심하는 것이 상책이니 경거망동과 과유불급에 유념하면 무사히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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