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1:27 (금)
112를 불렀다
112를 불렀다
  • 오형칠
  • 승인 2021.12.22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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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형칠 수필가
오형칠 수필가

 112는 언제 생겼을까. 60년이 넘는다. 112라는 숫자에 비밀이 있다. 경찰에게 일ㆍ일ㆍ이 신고해야 한다는 뜻에서 112가 됐다고 한다. 지금은 경찰이 필요하면 바로 핸드폰을 든다. 10분도 채 되지 않아 출동한다. 선진국이라는 위상 때문일까, 아무튼 좋은 현상이다. 2021년 7월 2일 UN에서 한국은 선진국 요건에 충족했기 때문에 선진국이라고 선포했다. GDP가 높다고? 아니다. 석유 부국은 국민소득이 10만 달러가 넘지만, 선진국이라 하지 않는다.

 112나 119를 부를 일이 없는 사람은 행복하겠지만, 세상만사가 생각 같지 않다. 우리 계획들이 예상외로 시원찮은 결과로 나타나는 경우가 다반사다. 야구를 보라, 10번 중 3번만 안타를 치면 강타자라고 한다. 7번은 실패한다는 말이다.

 우리는 긴급 출동하는 119 자동차를 매일 보다시피 한다.

 우리 약국에 손님들이 가끔 핸드폰이나 지갑을 놓고 간다. 젊은이는 금방 알아차리지만, 어르신들은 귀중품을 잃은 사실을 잊고 있다. 몇 달 전 어떤 할머니가 지갑을 놓고 갔다. 지구대 지인 K를 통해 전달해줬다. 며칠 후, K는 혼자 사는 할머니는 지갑 잃은 사실을 모르더라고 전해줬다. 이번에도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나는 매일 점심을 먹은 후 30분간 수로왕릉을 산책한다. 그날도 왕릉 한 바퀴를 돌고 약국에 도착하니, B가 기다렸다는 듯이 지갑을 보여주면서 말했다.

 "누가 지갑을 두고 갔어요." 손바닥만 한 작은 지갑이었다. 그 속에는 1942년생이라고 적힌 주민등록증과 신용카드, 도장과 돈이 약간 들어있었다. 어르신들은 분실 자체를 모른다. 서두에 언급한 K에게 다시 전화했다. 한참 후에 전화를 받았다.

 대구라서 도와주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다. 시간이 좀 경과 됐지만, 지갑을 찾으러 오는 사람은 없었다. 다른 방법이 없을까. 고심했다. 112를 부를 상황이 아닌지라, 김해시 콜센터에 전화했다. 내 말을 들은 담당자는 자기들은 직접 전달해 줄 수 없다면서 112에 신고하라고 했다. 스마트폰을 들었다.

 먼저 D 약국이라고 밝힌 후 신분증, 신용카드, 도장과 돈 조금이 들어 있는 지갑을 연세 드신 할머니가 놓고 갔는데 찾으러 오지 않아 답답하다고는 말을 전했다.

 10분도 채 되지 않아, 경찰 두 사람이 찾아왔다.

 한 사람은 키가 크고 몸집이 듬직하며 또 한 사람은 중키에 보통 체격이었다.

 경찰은 신고한 사람 이름, 주민등록증 번호, 핸드폰 번호를 알아야 신고가 된다고 했다. 내 신상 정보를 선뜻 말하기가 좀 그랬지만, 필요하다는 바람에 말해줬다.

 긴급 전화를 한 번도 이용해 본 적이 없는 나에게 112라니 119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다음 날 아침, 문자 한 통이 왔다.

 지갑 문제는 잘 처리했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남을 도와주었기 때문에 좋고,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가 되어 좋고, 어르신은 분실물을 찾아서 좋았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역시 흐뭇하리라? 기뻐하는 할머니 모습을 상상하니 내가 입가에 웃음이 흐른다.

 여러분 모두 좋은 하루 보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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