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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모가디슈`로 소환 `특파원 구출작전`
영화 `모가디슈`로 소환 `특파원 구출작전`
  • 김중걸 기자
  • 승인 2021.12.22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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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걸 편집위원
김중걸 편집위원

 영화 `모가디슈`가 제8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상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6개상을 수상했다. 선정이유는 아프리카 모로코 현지 촬영을 통해 작품의 격조를 높인 것이라고 한다. `모가디슈`는 제42회 청룡영화상에서도 최우수 작품상과 감독상 등 6관왕을 비롯해 부일 영화상, 영화평론가협회상 등 영화계 각종 시상식에서도 수상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모가디슈`는 OTT 통합검색콘텐츠 추천 플랫폼인 `키노라이즈`가 20일 공개한 12월 셋째 주 주간 콘텐츠 통합 랭킹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2021년 국내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영화다.

 영화 `모가디슈`의 연말 수상 행진과 함께 영화 속에 담긴 남북한 대사관 직원들의 탈주기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91년 소말리아 내전으로 고립된 낯선 도시 모가디슈에서 남북 대사관 직원들의 필사적인 탈출기를 다룬 이 영화는 "지금부터 우리의 목표는 오로지 생존이다"는 참으로 상징적인 홍보문구가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 생존에 사상과 이념을 넘어 남북한이 힘을 합쳤다는 데 있다.

 남북한 대사관 직원들의 생존기를 보면서 낯선 이국땅에서 벌어진 사건 하나가 떠올랐다. 2006년 3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급진무장세력인 팔레스타인 해방인민전선(PFLP)에 납치됐던 용태영 KBS 두바이 특파원 구출이다. 용 특파원은 2004년 이라크 저항세력에 납치된 김선일 씨 사건을 보도했다. 당시 가자지구는 사실상 치외법권 지역으로 집권당인 파타당이나 행정수반이 있는 라말라에서도 통제가 불능한 곳이었다. 용 특파원은 3월 14일 오후 9시 30분께(한국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다라호텔에서 무장한 PFLP 요원들에게 납치됐다. 납치된 용 특파원은 생사조차 알 수 없는 긴박한 상황이 흘렀다. 피랍소식은 14일 오후 11시께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국정원은 한국인인 피랍 첩보를 입수하고 태스크 포스(TF)를 구성하는 등 정보망을 총 가동해 사실확인에 나서는 한편,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외교통상부 등 관련 정부 부처에 관련 사실을 통보했다. 정부는 즉각 미국과 이스라엘 등 타국 정보기관에도 정보제공을 요청하는 등 범정부적으로 비상 시스템을 가동했다. 오후 11시 주 이스라엘 한국대사관에서 정부에 피랍사실을 보고해오면서 공식적으로 확인되고 구출작전이 시작됐다.

 KBS 특파원 구출작전에는 외교부와 주 이스라엘 대사관 등이 나섰다. 주 유엔 한국대사는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에게 특파원 석방을 위한 조치를 요구하고 유엔도 인질의 무사귀환을 촉구했다. 아르헨티나에 출장 중이던 반 장관은 15일 오후 3시께 나세르 알-키드와 팔레스타인 외교장관에게 급히 전화를 걸어 KBS 특파원의 무사귀환에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고 알-키드와 장관도 적극적으로 호응을 했다고 한다. 2005년 6월 한국 외교장관으로는 팔레스타인을 처음으로 공식방문한 인연으로 가능했다고 한다. 외교적 노력으로 용 특파원이 주 이스라엘 한국대사관과 가족과의 전화 통화가 이뤄지는 성과를 얻었다. 이즈음 호텔에 함께 있다 피신한 카메라맨이 팔레스타인 경찰에 보호를 받다 주 이스라엘 한국대사관으로 인도됐다. 그러나 무장세력과 팔레스타인 정부 간 협상이 일시 중단됐다. PFLP가 자신들의 지도자 아흐메드 사다트의 신병을 특파원과의 교환을 한국에 협조요청을 했다는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감금이 장기화될 우려가 대두됐다. 이스라엘 당국이 사다트의 신병을 팔레스타인에 넘겨줄 가능성이 극히 낮았다. 낙심하던 차에 용 특파원은 15일 오후 9시 30분 팔레스타인 경찰을 거쳐 주 이스라엘 한국대사관 측에 신병이 인도됐다.

 구출에는 정부 외에 세계평화초종교국가연합(IIFWP) 중동 네트워크와 양창식 IIFWP 북미회장이 크게 기여했다는 후문이다. 구출에 최선을 다하라는 곽정환 IIFWP회장의 지시와 KBS 등 관계 당국으로부터 긴급 협조요청에 양 회장은 평소 가까이 지내던 팔레스타인 정부의 한 중진의원에게 협조요청을 했다. 야세르 아라파트 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30여 년 동안 같이 정치를 해온 다른 의원 등도 적극 나섰다. 전방위적인 노력의 결과 PFLP 부책임자가 IIFWP와 밀접하게 교류하던 팔레스타인 의원의 조카로 밝혀졌고 양 회장은 전화 연결에 성공해 조속한 석방을 설득했다. 양 회장은 구출작전 끝에 `조건 없는 석방`을 재차 확인했다. 처음에는 한국 기자만 석방하기로 했으나 팔레스타인의 국제적 이미지를 고려하라고 설득한 끝에 프랑스와 캐나다 기자도 함께 석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력이 미치지 않는 무장세력과의 교섭에 민간 종교단체가 이뤄낸 하루만의 인질 구출 이야기는 `모가디슈`처럼 영화의 소재로 충분하다. 세계는 반목으로 점철되고 있다. 인간관계의 재조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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