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용을 기르고 용은 물을 신령하게 한다
물은 용을 기르고 용은 물을 신령하게 한다
  • 허성원
  • 승인 2021.12.21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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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원의 여시아해(如是我解)
허성원 신원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허성원 신원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섭공자고(葉公子高)라는 사람은 용(龍)을 좋아하였다. 허리띠 고리에 용을 그려 넣고 장신구에도 용을 그리고 집안 여기저기에도 용의 문양을 새겼다. 하늘의 용이 이야기를 듣고 그 집에 내려왔다. 머리를 들창문에 대고 들여다보는데 꼬리는 대청까지 늘어져 있다. 섭공이 그것을 보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을 쳤다. 혼백이 달아나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러니 섭공은 용을 좋아한 것이 아니었다. 그가 좋아했던 것은 용을 닮은 것이었을 뿐 진짜 용은 아니었던 것이다.

 `섭공이 용을 좋아하다`(葉公好龍)라는 고사이다. 유향(劉向)의 신서(新序)에 나온다. 이런 섭공을 닮은 기업들이 있다. 가짜 용을 좋아하고 정작 진짜 용이 나타나면 두려움에 떤다. 기업의 용(龍)은 특허다. 특허를 너무도 좋아하여 회사 곳곳의 벽면을 특허증으로 도배를 하고, 카탈로그나 제품에 특허번호들을 나열하여 새기고, 특허와 관련하여 여기저기서 상도 받는다. 그런데 정작 자기 기술을 베껴 쓰는 경쟁사가 나타나면 그 많은 특허들이 어느 하나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한다. 외부로부터 특허 공격을 받았을 때에도 변변히 내세워 대적시킬 만한 특허가 없다. 특허 전쟁으로 위기가 닥쳐도 그에 대응하여 효율적으로 싸울 전략을 수립하거나 수행할 역량도 없다.

 좋아한다는 것은 곧 잘 아는 것이다. 용이든 특허든 그것을 좋아한다면 알아두어야 할 것들이 적지 않다. 용은 생명체이니 생로병사를 겪는다. 특허도 그렇다. 어떻게 태어나고 어떤 환경에서 무엇을 먹이고 길러야 하는지, 어떻게 관리하고 단련시켜야 온순하면서도 강해질 수 있는지, 언제 약해지고 언제 죽는지 등을 모르고서야 어찌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남의 것들에도 관심을 놓쳐서는 안 된다. 이웃이나 경쟁자들은 어떤 성질의 녀석들을 가지고 있고, 그들의 위험은 어떻게 예방하여야 하며, 혹 공격을 받았을 때의 적절한 방어 방법이 무엇인지 미리 알아 두지 않으면 언제 낭패를 당할지 모른다.

 용은 물속에 사는 상서로운 동물이니, 물을 얻어야만 신령함을 세울 수 있다(蛟龍得水 而神可立也 _ 管子 形勢篇). 용을 기르려면 깊은 물이 있어야 한다. 물을 만나지 못한 용은 한낱 지렁이에 불과하다. 특허에도 좋은 기술이 부단히 창출되고 제대로 꽃피울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장식물로 쓸 특허도 갖지 못한다.

 잠룡(潛龍)은 써서는 안 된다(潛龍勿用 _ 周易). 잠룡은 아직 물속에서 자라고 있는 용이기에, 힘을 더 기르며 때를 기다려야 한다. 발명은 잠룡과 같다. 아직 특허를 위한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면 발명은 숨겨져 있어야 한다. 미리 세상에 알려지면 그 발명은 특허를 받을 수 없다. 힘들게 개발한 발명이 특허로 피어보지도 못하고 아깝게 시들게 할 수는 없다.

 용은 시도 때도 없이 돌아다니지는 않는다. 공자도 `용은 덕(德)을 가지되 드러나지 않는다(龍德而隱者)`고 하였다. 그 영험한 능력을 꼭 발휘하여야 할 때에만 나타난다. 그때는 구름과 비를 만날 때다. 용은 구름과 비를 만나면 더 이상 연못 속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蛟龍得雲雨 終非池中物 _ 三國誌). 특허도 비바람이 몰아칠 때 등장한다. 평소에는 드러나지 않게 존재하다가, 특허침해 등 기업 간에 분쟁이 벌어지면 비로소 교룡처럼 일어나 그 난세의 평정한다.

 용이라는 동물은 원래 유순하여 길들여 타고 다닐 수 있다. 그러나 그 목 아래에 한 자 길이의 거꾸로 난 비늘 즉 역린이 있는데, 그것을 건드리면 반드시 죽임을 당한다. 한비자(韓非子) 세난(說難) 편에 언급된 말이다. 특허도 그렇다. 남의 특허라 하더라도 그 권리범위를 침범하지 않는 한 그 기술을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다. 특허의 역린은 권리범위이다. 역린만 건드리지 않으면 모든 특허도 유순하다.

 그리고 용은 그가 속한 물을 신령하게 만든다. 물은 그저 깊다고 해서 절로 신령스러워지는 게 아니다. 반드시 용이 살고 있어야 신령스러운 물이 된다(水不在深 有龍則靈 _ 劉禹錫의 陋室銘). 기업도 덩치가 크다고 해서 존경받거나 강해지지 않는다. 핵심역량을 단단히 보호하는 강력한 특허를 넉넉히 보유하여 야 한다. 특허는 기업의 기술력이며 시장경쟁력인 동시에 그 조직의 집단창의력이기에, 그 기업을 신령하게 만든다. 신령한 기업이 되고 싶다면 특허를 바로 알고 제대로 사랑하라. 물은 용을 기르고 용은 물을 신령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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