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07:19 (토)
나도 부모님처럼 살아가고 있구나!
나도 부모님처럼 살아가고 있구나!
  • 방기석
  • 승인 2021.12.09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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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기석 삼우금속공업 부사장
방기석 삼우금속공업 부사장

 올해 막내아들이 수능을 봤다. 자녀 셋을 둔 아버지의 마음은 올해가 마지막 수능 같아 막내아들 수능 보는 날 아들을 응원하는 마음에 가슴을 졸이며 수능 잘 보기를 조용히 기도를 하며 차분히 보냈다. 그러면서 이제 나도 아이들을 다 키워 가는구나 하는 마음과 크게 어긋남 없이 건강하게 잘 자라준 아이들에게 부모로서 너무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러면서 왜인지 `나도 나의 부모님처럼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인생을 절반 이상 넘게 살아온 삶이 덧없이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상대성 이론을 이야기했던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속도란 관찰자 입장에서 서로 다르게 저마다 다르게 느끼는 것이 정말 맞는 것 같다. 나의 젊은 시절 어르신들이 말씀하곤 하셨다. 세월의 흐름 속도는 20대는 20㎞, 30대는 30㎞, 40대는 40㎞, 50대는 50㎞ 이런 식으로 간다고 농담 같은 소리를 하시는 어르신들의 말씀. 그 말이 `처음에는 무슨 이야기인지?` 했었는데 요즘은 얼추 이해가 되는 나이가 된 걸까? 그 작은 농담에 공감을 많이 하게 된다.

 막내아들의 수능 말고도 나에게는 얼마 전 큰아들이 나라의 부름을 받고 군 입대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내 기억 속엔 항상 어린아이만 같았던 아들 녀석이 어느새 나보다 큰 키에 늠름한 모습을 보고는 갑자기 나도 모르게 시간이 이렇게 많이 흘러갔구나 하며 감탄했다. 옛날의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늘 슈퍼맨 같은 존재였는데 지금은 나보다 지식도 많이 알고 체력도 훨씬 좋아졌다. `우리 아이들에게 나는 이제 더 이상 슈퍼맨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에 씁쓸하면서도 마음이 조금 공허해졌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나의 부모님도 내가 대학입학 시험을 봤을 때 마음, 군대 간다고 했을 때의 마음 이 지금의 나의 마음이었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 `아! 나도 나의 부모님과 똑같이 살았고 살아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하고 평범한 것들이 마치 톱니바퀴가 회전하듯 다들 똑같이 살아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면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었다. 내 인생에 있어 여기까지 있게 해주신 부모님께 너무 감사하고, 평범함 속에 아주 큰 행복을 가져다준 아내와 아이들. 우리 가족들에게 너무 고맙다. 나는 바란다. 우리 큰아들이 아무 탈 없이 군대를 잘 다녀오고, 학교를 졸업한 뒤, 멋지게 직장을 잡고, 시집ㆍ장가도 갔으면 한다고….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가다 보면 이내 마음의 숙제를 다 한 것 같겠지만 아마 그때도 나는 나의 부모님처럼 살고 있겠구나! 사랑하는 가족을 걱정하면서 잘되기를 빌고 기도하면서 평범함 속에 작은 행복을 찾고 진정 소중한 것을 간직하면서 살겠구나! 진정 부모가 되어보고 자식을 키워보니 어릴 적엔 미처 몰랐던, 알면서도 모른 척 했던, 부모의 마음과 사랑을 지금에야 더욱더 느끼는 것 같다.

 그렇게 내 자식을 키우시며 많은 세월을 보내고, 연로하신 부모님을 보면 나의 미래의 모습이고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이 공감대를 가지게 한다. 하루 세 끼를 먹고 무엇을 어떻게 먹든지 맛있게 잘 먹고 건강만 하면 되고 큰 욕심 없이 마음을 내려놓고 다른 이에게 상처 주지 않고 열심히 산다면 곧 다가올 나의 노년 생활도 그렇게 나쁘진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자기만족이라고 오늘 저녁은 라면 하나 끓여서 먹어 보려고 한다. 누가 알겠는가? 또 이 작은 라면 한 봉지에도 작은 행복을 누릴 수 있을지? 그렇다. 누가 뭐래도 나는 행복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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