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09:58 (금)
업무소외 호소 해경 극단 선택 ‘상사는 경고’
업무소외 호소 해경 극단 선택 ‘상사는 경고’
  • 박민석 기자
  • 승인 2021.10.24 2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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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령 후 커피타기 등 허드렛일”

유족 “가해자 처벌 제대로 안 해”

해경 “감찰 결과 징계사유 없어”

결혼을 앞둔 30대 해양경찰관이 발령 18일 만에 업무 소외 등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업무를 지시한 상사가 ‘경고’ 조치만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유족은 가해자가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해경은 자체 감찰 조사 결과에서도 징계 사유에 해당할 만한 사실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24일 해경 등에 따르면 통영해양경찰서 소속 A 경장은 지난 2월 25일 오전 10시 15분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 경장은 2월 8일 근무지를 옮긴 뒤 업무 소외로 지인 등에게 고통을 호소했다. 인터넷 카페에도 관련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나를 투명인간 취급해 비참하다”, “오전 7시께 출근해서 허드렛일만 하다가 오후 9~10시께 퇴근한다”, “내가 제일 잘하는 것은 사무실 거울 닦기, 후배들 쓰레기통 비우기, 커피 타기” 등 부당함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A 경장은 인수인계를 명목으로 전임자와 같이 일하면서 제대로 된 일거리를 맡지 못한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에서 밝혀졌다.

그는 상사에게 ‘혼자서 일하고 싶다’는 취지로 건의했지만 상사가 이를 거절했으며, 오히려 A 경장은 발령 3일 만에 업무 부적합 평가를 받으면서 업무 변경 논의 대상이 됐다.

경찰은 전임자와 합동 근무하는 인수인계가 통상적인 업무처리 방식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특히 상사가 호의적이지 않은 태도로 A 경장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합동 근무를 계속 시킨 것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봤다.

A 경장의 우울증이 스트레스로 발병해 악화했으며, 사망 원인에 직ㆍ간접적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가 없다고 판단, 수사를 종결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상사가 미필적 고의로 직권남용을 했다고는 단정할 수 없었다는 판단에서다.

경찰 수사 종결 이후 해경은 자체적으로 사실관계를 조사했으며, A 경장의 상사에게 ‘경고’ 처분을 내렸다. 합동 근무는 A 경장이 자연스럽게 업무를 배우도록 하는 목적이었고, A 경장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한 사실이 없다고 봤다.

경찰 조사와 상반되는 결론이다. 이에 A 경장의 유족은 “경찰이 수사해서 직장 내 괴롭힘과 부당한 처우가 있었다고 결론 내렸는데, 해경 내부 감찰은 이와 정반대로 나왔다. ‘제 식구 감싸기’로 느껴져 받아들일 수 없고, 가해자에 대한 정당한 인사 조처가 내려졌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해경은 “경찰에서 무혐의로 사건을 종결했고, 자체 감찰 조사 결과에서도 징계 사유에 해당할 만한 사실을 확인할 수 없어 징계 없이 종결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다만 재발 방지와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A 경장의 상사에게 감찰 처분(경고)하고 인사 발령했다”고 덧붙였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1577-0199), 희망의 전화(129), 생명의 전화(1588-9191), 청소년 전화(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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