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9:41 (금)
형법상 모욕죄에 관한 단상
형법상 모욕죄에 관한 단상
  • 김주복 
  • 승인 2021.10.13 2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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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복 법률산책
김주복 변호사
김주복 변호사

일상생활을 하면서 우리가 형법적으로 가장 많이 접할 수 있는 범죄들 중 하나가 모욕죄일 것이다. 우리 형법 제311조(모욕)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모욕죄에서 `모욕`이란 명예훼손과 달리 사실을 적시하지 않는 방법으로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모욕의 수단이나 방법에는 제한이 없고, 언어, 서면, 거동을 불문한다. 불행하게도 그동안 모욕죄는 헌법상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어 왔다. 이에 관하여 대법원 판례는, "어떠한 표현이 상대방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것이 아니라면 표현이 다소 무례한 방법으로 표시되었다 하더라도 모욕죄에 해당하지 않는다(2015도2229)."거나, "모욕적 언사를 하더라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면 위법성이 없어 죄가 되지 않는다(2003도3972)"는 판단을 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가급적 보장하려고 한다. 즉, 모욕죄에서 말하는 모욕이란, 사실을 적시하지 아니하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으로, 어떤 글이 특히 모욕적인 표현을 포함하는 판단 또는 의견의 표현을 담고 있는 경우에도 그 시대의 건전한 사회통념에 비추어 그 표현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 볼 수 있는 때에는 형법 제20조에 의하여 예외적으로 위법성이 조각된다(2005도1453 판결 등 참조)고 판시한다.

그런데,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과연 어떠한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는지는 어려운 문제다. 일반인은 물론 실무를 담당하는 변호사, 검사, 판사조차도 구체적인 사례에서 어느 표현이 모욕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명확히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모욕죄 관련 판례들을 분석해 보더라도, 명백한 욕설의 경우는 모욕죄에 해당하지만, 욕설이 아닌 경우(대부분의 사례가 그러하다)에는 판단이 모호하다. 타인에 대한 부정적인 의사 표현에 대해 모욕죄를 인정할 명확하고 합리적인 기준을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 또한, 언어가 사회의 변화를 반영하면서 시간에 따라 변화하므로 모욕적 표현의 범위도 사회변화를 반영한다. 예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표현이나 모욕적 표현이 아닌 것도 새로이 모욕에 해당하기도 한다.

법원이 모욕죄를 인정한 사례로는, ①무료급식모금 봉사활동을 하던 사람에게 "최순실 원, 투, 쓰리 같은 것들아. 시민들 돈을 너희가 다 갈취한다. 최순실 같은 X"이라고 했다가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은 사례, ②회사 로비에서 동료와 싸우던 중 "자기 잘못을 모른다. 네가 최순실이냐"고 발언했다가 벌금 150만 원을 선고받은 사례, ③인터넷 여성주의 커뮤니티인 `메갈리아` 게시판에 웹툰작가를 거론하면서 `한남충`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가 벌금 30만 원을 선고받은 사례 등이 있다.

한편, 모욕죄를 부정한 사례로는, ① 택시기사와 요금 문제로 시비가 벌어져 경찰관이 출동하였는데, 택시기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경찰관에게 "아이 씨발!"이라고 말한 사례, ②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감사인 피고인이 관리소장의 외부특별감사에 관한 업무처리에 항의하기 위해 관리소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관리소장과 언쟁을 하다가 "야, 이따위로 일할래.", "나이 처먹은 게 무슨 자랑이냐."라고 말한 사례 등이 있다. 그 이유는, 설령 그 표현이 다소 상대방을 불쾌하게 할 수 있는 무례하고 저속한 방법으로 표시되었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것이 아니라면 모욕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것이다.

농담처럼 한 말도 때로는 모욕죄에 해당 될 수 있다. 최근 대법원이 선고한 사례가 있어 소개한다. 김씨는 청주시청 비서실에서 부하 여직원 이씨의 겨드랑이 뒷부분을 찌르며 "확찐자가 여기 있네, 여기 있어"라고 말했는데, 당시 비서실에는 김씨와 이씨 이외에 다른 직원들이 있었다. `확찐자`는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병의 `확진자`에서 유래된 말로서, 코로나19로 인해 외부 활동을 하지 않아 살이 찐 사람을 비유하는 말이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 재판에서 배심원 7명은 김씨에 대해 무죄의견을 평결했지만, 1심 재판부는 "김씨의 언동은 이씨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 공연히 표시되어 형법상 모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모욕의 고의도 인정된다"며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김씨는 항소했지만 2심 법원은 이를 기각했고, 대법원도 원심을 유지하여 벌금 100만 원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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