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09:29 (토)
오징어 게임과 `대장동 게임`
오징어 게임과 `대장동 게임`
  • 류한열 편집국장
  • 승인 2021.10.04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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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한열 편집국장
류한열 편집국장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가 서비스하는 전 세계 83개 국가에서 순위 집계 1위에 올라 한국 드라마의 힘을 뿜어내고 있다. 한 드라마를 두고 여러 나라에서 목매고 보는 이유는 소재의 독특한 면도 작용하지만 모두가 공감하는 이야기가 담겼기 때문이다. 오징어 게임이 현실을 적나라하게 묘사해 인종과 문화를 초월해 공감을 샀다고 볼 수 있다. 다소 과장된 내용이라 해도 현실에서 끊임없이 추락하는 사람들은 게임에 몸을 맡기고 한탕을 노리고 싶어 한다. 돈을 향한 거대한 욕망을 깔고 456억 원을 놓고 벌이는 죽음의 게임 앞에서 펼쳐지는 최후의 몸부림을 보면 인간 실존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 내는 드라마인 오징어 게임보다 지금 현실에서 벌어지는 `대장동 게임`의 상금이 더 엄청나다는 데 가슴 뜨는 사람이 많다. 대장동 게임에선 네댓 명이 수천 억을 주무르고 `700억 원 약정`이라는 녹취록이 나오면서 오징어 게임의 상금을 쪼그라들게 하고 있다.

오징어 게임의 설계자가 있듯이 대장동 게임의 설계자도 있다. 차이는 오징어 게임 설계자는 설계자로서 당당한 모습을 보이는데, 대장동 게임 설계자는 자신이 설계자라고 하면서 첫 설계가 뒤엎어졌는데도 책임 이 없다고 강변한다. 게임 룰이 바뀌면 게임 참여자들이 열을 받는다. 목숨보다 귀한 돈을 타고 게임에 참여한 사람이 게임 설계자에게 화를 내야 하는데 게임 설계자는 여전히 게임 룰이 공정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오징어 게임과 달리 강자의 독식을 절제시키고 약자의 그릇을 채워 함께하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대동 세상이 거짓이라고 확실히 보여주는데도 게임 설계자는 더 큰 판에서 야단법석을 떨고 있다.

오징어 게임은 2008년에 각본이 완성됐지만 외면당했다. "낯설고 난해하다"고 그 당시에는 몰아붙였다. 10여 년이 지나 오징어 게임이 세계에 먹혔다고 좋아하는 이면에는 세상이 더 오징어 게임처럼 살벌해졌다고 해석해도 무방하다. 대장동 게임은 지금 너무 낯설고 살벌하다. 앞으로 10여 년이 지나 대장동 구도가 받아들여질지는 모르나 지금은 수많은 사람들을 열받게 하고 있다. 원주민과 입주자를 농락한 투기 세력이 엄청난 돈을 놓고 버젓이 갈라먹기를 하고 있는 판에 설계자는 여전히 자신의 공로라고 자랑하고 있다. 이 게임의 불공평한 설계를 이야기할수록 비리 책임을 피하려는 꼼수가 드러나는 이상한 게임이다. 오징어 게임에 참여한 456명이 생명을 담보로 1명에게 몰아주기를 해도 불공정 시비가 없는데, 대장동 게임은 게임 참여자가 돈을 걸었는데 불공정이 난무했다.

대장동 게임의 설계자는 이번 큰 게임에서 승자가 되면 안 된다. 대장동 게임은 너무 살벌하고 악랄하다. 대통령 선거는 국가의 흥망을 좌우하는 거룩한 게임이다. 이런 게임판에 지저분한 게임을 설계한 자가 참가한다는 것은 국민의 수치다. 대장동 수사가 시작 단계에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업무상 배임 혐의로 구속됐다. 대장동 게임을 둘러싼 특혜 비리 의혹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악랄한 대장동 게임을 멈추는 길은 특검을 통해 의혹을 밝히는 수밖에 없다. 대장동 게임이 통하는 지금 대한민국은 오징어 게임보다 더 살벌한 현실이 짓누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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