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12 21:12 (금)
추석과 재난지원금 플렉스
추석과 재난지원금 플렉스
  • 백미늠
  • 승인 2021.09.28 2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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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미늠 시인
백미늠 시인

편의점에서 파는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던 청년이 그날은 족발을 시켰다. 어쩐 일이지? 혹시 생일? 재난지원금 플렉스? 청년은 대답 없이 크게 웃었다. 식당이나 카페에 가도 재난지원금 카드를 내면 직원이 그중 한 장을 뽑고 뽑힌 사람이 계산하는 유쾌한 문화가 금방 생겨났다고 한다. `잘 먹을게`, `괜찮아, 재난지원금 있으니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풍성한 명절 되세요!`라는 으레 주고받는 말이 이번 추석 명절만큼 공감됐던 적은 없었다.

어릴 때 손꼽아 기다리던 명절처럼 가슴이 설레기도 했다. 사람들의 표정도 여유롭고 가벼웠다. 기나긴 코로나로 일상의 그리움과 간절함이 이번 명절에 봇물 터지듯 터지고 만 것인가. 한산하던 재래시장과 마트나 백화점, 거리도 갑자기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비록 마스크는 꼈지만 모처럼 일가친척들이 오기도 하고 인사드리러 가기도 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명절증후군을 감소시키는 역할도 했다.

"엄마, 재난지원금 flex! 란 말 알아요?"밝은 목소리로 아들이 물었다. "재난지원금으로 쏜다!" 라 했다. 국가가 명절날 전 국민에게 주는 명절 보너스! 지급기준은 건강보험료 소득 하위 80%이기는 하지만 바람직했다고 생각한다. 마이클 셀던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답은 다 가져 간 다음 남은 한 조각의 케익을 가지는 사회라 했을 때 이번 5차 재난지원금이 그랬다. `그거 다 빚이야 빚, 공짜라고 좋아하지 마!`, `세금 폭탄이 기다리고 있어`라며 무조건 부정적으로 말하는 사람도 많다.

긍정의 마음은 긍정의 결과를 맺고 부정적 생각은 부정적 결과를 초래한다. 다음에 갚아야 해도 좋아. 세금을 많이 내도 좋다는 부산 청년 센터 연구원으로 있는 아들의 말과 모습을 통해 이번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특히 청년들에게 긍정 효과가 많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직장생활은 하지만 월세 내고 공과금 내고 보험료와 통신비, 교통비 내고 나면 저축은커녕 한 끼에 5000원이 넘는 식비를 써 본 적이 없는 청년들이 많다고 한다.

그래도 지출의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식대다. 먹는 것 아끼는 것이 제일 어리석다 라고 하지만 객지 생활, 자취하는 청년들의 현실은 먹고 싶은 거 마음껏 먹을 수가 없다. 경제적 사정이 나빠지면 제일 먼저 줄이는 것이 식비라고 한다. 가난한 청년들에게 이번 재난지원금은 아주 유용했다. 먹고 싶었던 것도 먹고 친구를 만나도 마음이 가벼웠다고 한다. 혼자 밥 먹기에서 같이 밥을 먹는 여유도 생기고 2차로 카페에도 가볍게 간다고 한다. 여자 친구 생겼니? 일이 좀 편해졌니? 이런저런 질문을 해도 아니라고 했다. 모처럼 친구들을 만나 축구를 하고 삼겹살을 실컷 먹었다고 했다. 실컷 먹어도 1인당 3만 원이었는데 모두 가볍게 지불하더라. 국가가 청년들의 어려움을 알아 현실적인 문제에 손을 내어준다면 청년들은 더 열심히 일하고 애국심과 자긍심도 생긴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내가 쏠게요! 재난지원금 플렉스! 아들의 유쾌한 음성과 청년들의 환한 모습에 저절로 풍성했던 추석 명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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