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09:24 (금)
9부 능선 넘은 수술실 CCTV
9부 능선 넘은 수술실 CCTV
  • 김중걸 편집위원
  • 승인 2021.08.25 2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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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미로
김중걸 편집위원
김중걸 편집위원

병원 수술실 폐쇄회(CC) TV 설치가 마침내 국회 문턱을 넘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23일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이어 전체 회의를 열어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심의 의결했다. 의료계의 강한 반발 속에 국회의 첫 문턱을 넘지 못하던 수술실 CCTV 설치법이 2015년 최초 발의 이후 6년 만에 9부 능선을 넘은 것이다. 국민의 환영 속에서도 의료계는 헌법소원을 시사하는 등 막판 뒤집기를 시도하고 있다. 찬성 측은 이 법안이 통과돼 시행하게 되면 수술 시 의료사고와 인권침해 등과 관련한 환자들의 불안과 불신을 덜어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첫 발의된 이 법안은 2014년 서울의 한 성형외과에서 수술 중인 환자 옆에서 의료진이 생일파티를 하는 사진이 공개되면서 국민의 공분을 사면서 수술실 CCTV 설치 논의가 불붙었다. 이후 술 취한 의사의 수술 집도, 유령 의사의 대리수술, 마취 환자 성추행 등 있을 수 없는 의료행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키우는 일이 연이어 발생했다. 몇몇 의사들의 일탈로 볼 수 있겠지만 이로 인해 의료행위 불신이 빗게 된 것을 자업자득이라는 의견이 있다. 우리가 기억하는 의사의 참모습은 아프리카에서 희생과 봉사로 인술을 베풀고 인류애를 실천한 `슈바이처` 박사로 각인돼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등 많은 의사들이 1952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슈바이처의 업적을 잇고 있다. 의사는 우리에게 고마움과 무한한 존경의 대상이다.

수술대 위의 환자는 의사의 손에 생사의 갈림길이 놓여 있는 무기력한 사람일 뿐이다. 수술실 CCTV는 환자에게는 하나의 방어 방편이다. 수술 시 환자에 대한 인권침해를 막고 의료사고 시에는 진상규명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여론을 바탕으로 수술실 CCTV 설치법안이 발의됐다. 그러나 의료계는 수술실에 CCTV가 설치되면 의료진을 상시 감시에 따른 과도한 긴장 유발로 인한 의료행위의 질적 저하와 환자의 건강권 침해 초래 등의 이유로 강하게 반대하면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공장식 수술 사망사건의 사고 당사자인 성형외과 원장에게 최근 법원이 징역 3년을 선고하자 권대희 씨 어머니가 "납득할 수 없는 엽기적 판결"이라는 비판을 쏟아내면서 수술실 CCTV 설치 여론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2016년 9월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 수술실에서 양악 수술을 받던 권씨는 간호조무사들만 남은 채 수술대 위에 방치되다 과다출혈로 대학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의식을 못 찾고 산소호흡기로 연명하다 49일 만에 숨졌다.

국회 보건복지위의 법안 통과는 수술실 CCTV 설치가 환자의 생명과 인권을 보호하는데 기여할 것이라는 국민의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국민권익위가 5월 말부터 6월 13일까지 온라인 정책참여 창구인 `국민생각함`을 통해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의 필요성을 주제로 국민 의견조사 결과에서 조사 참여자 1만 3959명 중 97.9%가 찬성을 한 것을 볼 때 수술실 CCTV 설치는 시대 흐름이다. 또 환자의 신뢰 회복을 위해 자발적으로 수술실 CCTV를 설치한 병원에서는 환자와 보호자가 녹화에 80.2%가 만족하고 의료진 39.5%도 신뢰 회복에 좋은 계기라는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수술실 CCTV 의무화는 환자와 의료진의 불신을 해소하는 계기가 되고 의료사고와 불법의료 행위 방지에 기여할 신뢰 회복의 가교가 될 수 있다. 법안은 이리저리 손질돼 말 그대로 폐쇄회로 수준이다. 법안은 수술실 내에 외부 네트워크와 연결되지 않은 CCTV를 설치ㆍ운영토록 했다. 촬영은 환자 요청 때는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열람은 수사, 재판 관련 공공기관의 요청이나 환자와 의료인 쌍방 동의가 있을 때 가능하다.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의료진이 촬영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 조항을 뒀다. 수술이 지체되면 환자 생명이 위험해지거나 응급수술을 시행하는 경우, 환자 생명을 구하기 위해 위험도가 높은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 전공의 수련 목적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에는 촬영을 거부할 수 있다고 한다. 법안 공포 후 시행까지 2년의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의료계가 주장하는 부작용도 아예 무시할 것은 아니지만 의료진의 손에 목숨을 맡기고 수술대에 오르는 환자들의 불안감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반대보다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건설적인 해법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술실 CCTV는 의료사고 분쟁 때 의료진에게도 자신의 정당함을 입증할 수단이 될 수도 있다. 국민은 의사의 숭고한 봉사와 희생정신에 한 치의 의심을 하지 않는다. 다만 몇몇 불량 의사로 인해 자업자득, 자승자박이 됐다는 점을 새겨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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