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09:54 (토)
영유아들까지 경쟁에 내몰려야 할까
영유아들까지 경쟁에 내몰려야 할까
  • 황원식 사회부 기자
  • 승인 2021.08.05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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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원식 사회부 기자
황원식 사회부 기자

최근 창원의 한 고가 아파트 단지 인근에 영어 유치원이 입점 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영어 유치원은 유아교육법에 따라 설립된 정식 유치원이 아니라 어학원이라는 이름의 사설 학원이다. 평균 학원비만 100만 원이 넘는 영어 유치원은 영유아 학부모들의 경쟁과 불안감을 부추기며 잘못된 조기영어교육 문화를 확산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그런데 학부모 반응은 이와 사뭇 달랐다. 부동산 인터넷 카페에서 본 사람들은 "이건 정말 상징적인 사건이고, 그만큼 이 아파트의 교육 시장이 충분히 크고 매력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는 반응이 있었다.

과연 학부모들 생각만큼 유아들에게도 영어 유치원이 매력 있는 곳일까.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시민단체에 따르면 7세 이하의 영유아들은 과도한 교육과정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일 평균 교습시간이 4시간 54분으로 초등학교 1, 2학년 수업시간보다 길다. 보통 오전 9시~9시 30분에 시작해서 오후 2시 2시 30분 정도까지 이어진다. 정규수업과는 별도로 2,3시간짜리 방과 후 특별활동을 진행하는 곳도 적지 않다. 교습시간이 가장 긴 학원은 9시간이 넘는 곳도 있다고 한다.

학부모들 사이에 유명한 P어학원은 입원할 때부터 시험을 쳐서 반을 수준별로 나눈다. 또 1년 치 수업교재 분량이 영문법, 단어, 실전 회화 등 37권에 달한다. 아이들이 학원을 직접 선택한 것도 아닐 것인데 과연 이 많은 과정들을 즐기면서 공부할 수 있을까. 특히 학무모들은 경제적인 상황이 좋지 않으면서도 대출을 해가면서까지 이런 고액 학원을 보내려는 학부모들도 많아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영어 유치원만이 문제가 아니다. 영유아 사교육은 우리나라 전체로 보면 총규모가 3조원 이상이라고 추정되고 있다. 수학ㆍ과학, 로봇ㆍ코딩 등 그 종류도 매우 다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아 대상 수학ㆍ과학 학원의 경우 월평균 총학원비는 지난해 기준 17만 원이고, 최고 비용은 53만 5000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에 사교육걱정없는 세상 등 시민단체들은 유아 영어학원 등 영유가 사교육 시장에 대한 교육부의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기도 했다. 유아들이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배움이 일어나야 되는데 그런 영유아의 발달단계의 특징을 무시하고 인지적 학습 위주의 교과학습을 무리하게 진행한다는 것이다.

최근 언론에서 서와 작가(27) 이야기를 들으면서 교육의 의미를 생각했다. 책을 쓰는 작가인 그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부모로부터 홈스쿨링을 소개받고 나서부터 10대를 중ㆍ고등학교에 가지 않고 학교 밖 청소년으로 보냈다. 그럼에도 여행을 하고, 시골에서 농사짓고, 집 옆에 작은 산골마을 카페를 열고, `담쟁이 인문학교`와 `삶을 가꾸는 글쓰기반`을 운영하는 멋진 삶을 살고 있었다.

앞으로의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적인 인재는 어디서 나올까. 인터넷과 플랫폼의 발전으로 하버드 대학의 강의도 집에서 들을 수 있는 요즘 시기에 지나친 경쟁을 통해서만 훌륭한 사람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 어린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놀면서 창의력과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세상이 온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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