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9:16 (금)
칼 끝으로 새긴 다양한 모양에 담긴 `천년의 꿈`
칼 끝으로 새긴 다양한 모양에 담긴 `천년의 꿈`
  • 황원식 기자
  • 승인 2021.05.06 2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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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전 연 탁원대 도예가
김해분청도자축제에서 문양 새기는 시연을 하고 있는 탁원대 작가.
김해분청도자축제에서 문양 새기는 시연을 하고 있는 탁원대 작가.

김해분청도자박물관 4~ 9일

`음풍농월` 등 25점 `탁월한 美`

안빈낙도 세계관 작품에 녹아

김해도자기축제서 문양 시연

"다양한 문양 기법 보급이 꿈"

탁원대 도예가(56) 작품의 특색은 다양한 도자기 기법이 빚어낸 다채로운 `문양`에 있다.

김해분청도자박물관서 열리고 있는 탁원대 작가의 `흙에 새기는 천년의 꿈` 도예전에서 선보인 25점 작품들은 대부분 섬세하면서도 수려한 미를 뽐낸다. 탁 작가는 분청이 청자나 백자에 비해 역사는 짧지만 다양한 문양 기법과 표현을 구사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강조했다.

김해분청도자박물관에서 개인전을 여는 탁원대 도예가가 대표작인 `음풍농월`(吟風弄月) 옆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김해분청도자박물관에서 개인전을 여는 탁원대 도예가가 대표작인 `음풍농월`(吟風弄月) 옆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탁 작가의 차별화된 기법과 문양들은 이번 전시회 작품들에서 골고루 나타난다. 대표작인 `음풍농월`은 달항아리 형태의 큰 사이즈와 함께 분청에는 거의 유례가 없는 양각(표현 하고자하는 이미지를 돌출)기법을 사용해 눈길을 끌었다. 분청양각이라는 이 기술은 분(가루)을 도자기에 먼저 입히고 양각작업을 하기 때문에 숙련된 기술을 요한다.

또한 `분청사기 철화 항아리` 작품은 조선시대 제작된 보물(787호)을 재현한 것으로, 본래 크기보다 크게 만들어 더욱 섬세하고 빼어난 문양을 자랑하기도 했다.

아울러 탁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특허 기술인 새로운 분장토 기법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 기법은 일반적인 분청사기의 제작 원리인 거친 흙에 고운 흙을 바르는 방식이 아니라, 그 반대로 모래를 백자 표면에 발라 표면이 거친 효과를 낸다.

탁원대의 `projection 가야토기&김해분청`.
탁원대의 `projection 가야토기&김해분청`.

특히 작품에 김해토기의 역사성을 투영한 창의적 표현 방식도 놀랍다. 그의 또 다른 대표작인 `Projection 가야토기 & 김해분청`은 두 개의 토기로 이뤄진 작품으로, 도자기 역사의 큰 축을 담당했던 과거 김해 역사를 현대적 표현방식으로 마주 보게 하는 효과를 준다.

또한 전시회 전반에서 안빈낙도(安貧樂道)적 삶을 동경하는 작가의 세계관이 그대로 드러난다. 도자기 문양에 해, 달, 구름 등 자연과 그 속에서 여유를 즐기는 태공들의 모습을 이상적으로 그려내 평화로움을 준다.

`분청사기 철화 항아리`.
`분청사기 철화 항아리`.

탁 작가가 이렇게 자유롭게 문양 기법을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은 그의 남다른 이력과도 관련이 있다. 본격 도예가로 활동 이전인 지난 1990년대 무렵 작가는 김해 지역의 각 요장을 돌며 분청 도자의 전통적인 여러 기법을 적용해 장식하는 조각사로 10여 년을 일했다.

그 당시 김해지역의 도자산업은 장식용 도자기가 주를 이루었으며 항아리에 문양을 새기는 일은 도자기 제작과정에서 물레성형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과정이었다.

그는 이런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난 2007년부터 김해분청도자기 축제에서 전통적으로 전해 내려오는 분청 도자기의 7가지 장식기법(상감, 인화, 박지, 조화, 덤벙, 철화, 귀얄)을 소개하고 문양 시연을 하는 프로그램을 도맡아 진행하고 있다.

"오랫동안 문양사로서 살았다. 그 문양의 기법들을 창출하고 보급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는 포부를 밝힌 탁 작가는 `도자문양 연구회`도 만들어 세 차례 전시회를 하는 등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문양 기법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탁원대 도예가는 대한민국 공예품 대전 등 여러 공모전에서 70여 회 입상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 3월에는 탁 작가가 운영하는 `우림도예`가 경남지방중소벤처기업청에서 장인 정신과 혁신 역량을 갖춘 공인들에게 수여하는 `백년소공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우림 탁원대 도예전 `흙에 새기는 천녀의 꿈` 전시는 지난 4일부터 오는 9일까지 김해분청도자박물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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