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23:20 (금)
`살아있는 도서관` 노인의 입담을 경청하자
`살아있는 도서관` 노인의 입담을 경청하자
  • 김중걸 편집위원
  • 승인 2021.05.0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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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걸 편집위원
김중걸 편집위원

까칠한 그녀의 입담이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배우 윤여정이 쏘아 올린 거침이 없는 입담은 세계에 이어 우리 20~30 세대도 윤ㆍ며(윤여정에 스며든다)드는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그의 유쾌ㆍ통쾌한 입담은 어록이 되면서 코로나19로 꽉 막힌 국민의 답답한 일상에 사이다가 되고 있다. 노인은 꼰대라는 이미지를 한순간에 태평양 너머로 날려 보냈다. 그의 55년 연기인생은 철저한 연습, 그것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흘린 피땀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알려져 숙연해졌다. 아카데미 시상 과정을 통해 그의 입담은 `쇼스틸러`(쇼를 훔친 사람)로 불리는 경지에 올랐다, 가히 세계가 인정한 `입담`이다.

윤여정의 입담에는 까칠하나 따뜻함이 있다. 철저히 자기를 낮추는 기초에서 출발한 촌철살인은 모두에게 웃음 주면서도 메시지가 분명하다. 배려가 담긴 일침이라고 해야 할까? 사람과의 대화에는 화자와 청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서로 경청하고 이해하려는 태도 없이는 우이독경, 마이동풍이다. 겉도는 대화와 세상 이치를 깨닫는 사람의 유형으로 `죽어서야 저승을 아는 사람`과 `죽지 않아도 저승을 아는 사람`, 그리고 마지막으로 `죽어서도 저승을 모르는 사람`이다.

이렇듯 대화는 마음과 뜻이 맞아야 한다. 무식이 용감이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멈춤과 질문은 쉽지 않다. 묻기 위해서는 배워야 하고 생각해야 한다. 기사작성 원칙에는 육하원칙(5W1H)이 있지만 어쩌면 `왜`가 가장 고급진 의미가 있다. 누가(who), 언제(when), 어디서(where), 무엇을(what), 어떻게(how)는 어떤 과정과 현상이지만 왜(why)에는 생각이 담겨 있다. 시간과 장소를 알았다고 해도 그 행위의 의미를 알지 못하면 답답하다. 이유와 의미를 알아야만 발전적으로 승화할 수 있다.

소설 `오베라는 남자`(A Man Called Ove의 주인공 오베는 동네에서 까칠하기로 소문난 노인이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어기는 이들에게 가차 없고, 옳은 일은 옳기 때문에 반드시 지켜야 하며 행동으로 보여 주는 사람이 진정한 남자라고 생각한다. 하루의 일과를 늘 같은 패턴으로 살아가는 고집이 있는 사람이지만 이웃 아이에게 장학금을 남겨 두는 등 이웃 모두에게 베풀고 떠났다. 따뜻한 배려가 있는 까칠함이다.

참견, 지적을 싫어하는 사회다. 어른의 목소리가 그리운 시절이다. 코로나19 시대 마스크를 꼭 쓰고, 사람 많은 곳은 가지 말라는 부모님, 어른의 말은 귓등으로 흘린다. 어른의 잘못도 크다. 그러나 세상에는 좋은 어른이 더 많다. 노인은 살아 있는 도서관이라는 말도 있다. 노인의 경험과 지혜는 후세들에게는 삶의 자양분이 된다. 선한 까칠함, 배려가 있는 까칠한 입담에 귀를 기울이는 사회가 돼야 우리 사회는 더 발전적으로 나아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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