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5:08 (금)
코로나 시대 여백을 활용하자
코로나 시대 여백을 활용하자
  • 하성재
  • 승인 2021.04.26 2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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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재 선한청지기공동체 대표/ 굿서번트 리더십센터 소장
하성재 선한청지기공동체 대표/ 굿서번트 리더십센터 소장

여러 해전 `도그하우스 다이어리`가 키워드 하나로 각 나라의 특성을 정리한 것이 화제가 되었다. 미국은 세계에서 `노벨상 수상자`와 `잔디깎기 기계로 인한 사망자 수`, 일본은 `로봇`, 러시아는 `라즈베리`, 인도는 `영화`, 북한은 `검열`, 그리고 한국은 `일 중독`이라는 키워드가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술 없이는 일상생활을 유지하지 못하는 것을 `알코올 중독`(Alcoholic)이라고 하듯이 `일 중독증`(Workaholic)이란 어떤 이유 때문이건 일 외에는 자신을 지탱할 정신적인 힘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술이 떨어지면 손을 떠는 알코올 중독자가 술을 마시면 바로 안정을 찾듯이 `일 중독자`는 일이 없으면 불안을 느끼다가 일이 생겨야 비로소 생기를 갖고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사람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의사가 "당신은 지금 알코올 중독 상태이다"라고 진단을 내려도 좀처럼 받아들이질 않는다고 한다. 알코올 중독자가 자신의 상태를 부정(否定)하는 것이 독특한 특징이기도 하지만, 실상은 그것보다 더 중요한 요인은 우리의 문화적 특징 때문이다. 그들은 한결같이 "이 정도 안 마시고 어떻게 사회생활을 합니까?"라고 반문한다.

일 중독자들도 마찬가지이다. "지금처럼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이 정도 일 안 하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문제는 우리 사회가 집단적인 일 중독증 상태에 빠져 있으며 그러한 일 중독증의 해악이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마비돼 있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는 일 중독의 폐해가 심한 나라다. 과로사와 자살률은 세계최고다. 하지만 업무에 대한 몰입도는 낮은 수준이다. 일은 많이 하지만 즐겁게, 보람있게 일하는 직장인은 많지 않다. 업무에 대한 긍정적 몰입은 높이면서 일 중독은 예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아래의 항목 중 8개 이상의 항목에 해당하면 일 중독증을 의심할 만하다고 한다. 자신을 스스로 진단해 보라.

△1. 퇴근 후에도 업무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는 편이다.

△2. 일이 너무 폭주해서 휴가를 낸다는 것은 생각하기 힘들다.

△3. 아무리 늦게 잠들어도 일 때문에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

△4. 아무것도 하지 않고 휴식을 취하면 안절부절해 한다.

△5. 다른 사람들이 나를 경쟁의식이 강하고 일에 승부를 건다고 생각한다.

△6. 주말이나 휴일에도 일을 해야 한다.

△7. 언제 어디서나 일할 자세와 준비가 되어 있다.

△8. 혼자 식사를 할 때 옆에 서류나 일감을 놓고 보면서 시간을 절약하려고 한다.

△9. 매일매일 할 일을 빡빡하게 리스트로 만들어 놓는다.

△10. 정말로 일하는 것을 즐기고 다른 일에는 별로 관심도 없다.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서는 일 중독을 예방하는 방법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첫째, 리더들의 모범, 직원보다 먼저 퇴근하고 긴 휴가를 다녀와라. 둘째, 스마트워크 환경조성, 낭비성 업무를 줄이고, 집중근무시간과 집중근무 공간을 마련하라. 셋째, 주기적인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파악하라. 꾸준히 익명 설문을 실시하라. 넷째, 눈먼 성과주의 지양, 획일적인 상대평가제를 없애라. 끝으로 직원 니즈(필요) 중심의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 업무순화, 카운슬링 등을 도입하라. 여백이 전혀 없는 책을 상상해 보라. 빡빡하게 채워진 글자들이 읽히기는커녕 우리의 머리와 눈을 아프게만 할 것이다. 우리의 삶과 일에 있어 여유는 음식과 공기 물처럼 필수적인 것을 기억하라. 여유 없이 일을 진행해 가면 머지않아 우리는 감정적으로 정신적으로 병들어 갈 것이다. 이제부터는 우리의 일정 속에 `쉼`을 우선적으로 배정하자. 의도적인 전략 없이 지속적으로 여유를 유지하는 데 성공한 예가 없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일과 나머지 시간 사이의 시간적 공간적 분리를 분명하게 하자. 일은 일터에 남겨두고 집으로 가져가지 말자. 우리의 손뿐 아니라 우리의 머리 속에서도 일을 내려놓는 시간을 가져보자. 그러면 책 속의 여백이 글자들을 돋보이도록 하듯이 우리가 누리는 그 쉼이 우리의 일을 더욱 빛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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