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동읍 국지도 30호선서
환경단체, 흔적 20여곳 발견
도 "방지 테이프 설치 고려"
도로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 설치해 놓은 투명방음벽에 조류가 충돌해 죽는 사례가 잇따라 대책이 요구된다.
7일 마창진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조류 무덤이 된 장소는 창원 동읍~봉강 간 국지도 30호선에 설치된 투명방음벽이다.
해당 방음벽은 지난해 10월 도로 공사를 하면서 인근 초등학교와 마을에 소음을 막기 위해 설치됐다. 투명방음벽은 길이 1.6㎞, 1~2m 높이 규모이다.
이런 가운데 마창진 환경운동연합이 지난 2일 주민 제보로 방문한 현장에서 방음벽에 부딪혀 죽은 새의 흔적 20여 개가 발견됐다.
발목이 꺾인 채 죽어 있는 개똥지빠귀, 다른 동물의 먹이가 된 꿩과 멧비둘기는 물론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새매 등도 확인됐다.
환경운동연합은 죽은 새의 내장과 살점 등이 벽에 그대로 남아 있거나 한쪽 다리만 남은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산을 깎은 후 도로가 개설되는 탓에 야생동물 피해가 불 보듯 뻔하다"며 "공사 전 실시한 환경영향평가와 사전검토 과정에서 당연히 세웠어야 할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엇보다 방음벽 공사는 지난해 11월 완공됐는데 수십 마리의 새들이 죽고 난 뒤 문제를 제기해야만 움직이는 행정과 건설사의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현재 해당 방음벽에는 충돌 방지 스티커 등이 설치돼 있지 않다. 조류는 높이 5㎝, 폭 10㎝ 사이 틈으로는 비행하지 않기 때문에 방음벽에 물감이나 스티커 등으로 점, 선을 표시하면 충돌을 예방할 수 있다.
경남만 이런 현상을 겪는 게 아니다. 전국의 투명방음벽과 건물 유리창에는 매일 2만 마리, 매년 800만 마리 정도 야생조류 충돌 사고가 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해당 문제 상황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며, 맹금류 모형이나 스티커 설치 등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달 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