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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시론]코로나 상황 속에서 가정의 재발견
[메일시론]코로나 상황 속에서 가정의 재발견
  • 하성재
  • 승인 2021.02.15 22: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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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재 선한청지기공동체 대표/ 굿서번트 리더십센터 소장
하성재 선한청지기공동체 대표/ 굿서번트 리더십센터 소장

코로나19는 세상의 규범과 질서를 바꾸어 놓고 있다. 이번 설명절의 모습 역시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경제지 포브스(Forbes)가 말하는 것처럼, 코로나 이후의 새로운 기준인 뉴노멀(New Normal)의 시대에 진입한 것처럼 보인다. 대면 접촉 서비스의 불황, 언택트(Untact) 문화의 확산과 같은 새로운 사회, 문화적 변화 양상 및 영향으로 산업구조도 새롭게 개편되고 있다. 이제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는 확연하게 달라졌다.

아널드 브로디의 "인류를 바꾼 위대한 과학"에는 이런 글이 있다. "스물세 살 청년 아이작 뉴턴에게 1665~1666년은 절망의 시기였다. 페스트가 덮쳤다. 당시 런던 인구 46만 명 중 16%인 7만 5000명이 희생됐다. 다니던 케임브리지 대학교도 문을 닫았다. 청년은 낙향했다. 혹독한 시간, 뉴턴은 사고의 힘을 키웠다. 동이 터 해가 퍼질 때까지 생각하고 생각했다. 문명사적 3대 창안이 이어졌다. 빛의 신비, 만유인력, 미적분이다" 과학계선 이를 뉴턴의 `아누스 미라빌리스`(Annus Mirabilis)라고 부른다. 라틴어로 `기적의 해`라는 뜻이다. 코로나로 인한 올해가 `아누스 미라빌리스`(Annus Mirabilis)가 될지 `아누스 호리빌리스`(Annus Horribilis, 끔찍한 해)로 기억될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다.

가정의 재발견은 코로나19가 가져다 준 선물 중의 선물이다. 코로나19는 집 밖을 맴돌던 가족들을 가정으로 돌아오게 했다. 그런데 뜻밖의 `귀가 명령`은 선물이 아닌 악몽이 되었다고도 한다.

집은 출생부터 죽음까지를 담아내는 그릇이었다. 집이 병원이었고 학교였다. 그리고 부모의 멘토링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집은 여인숙이나 하숙집과 다름이 없다. 그리고 병원과 학교와 학원 그리고 외식산업이 모든 것을 앗아갔다.

집의 기능을 돼 찾아와야 한다. 차를 마실 수 있는 가장 좋은 공간을 놓고도 우리는 찻집을 찾는다. 헤셀이 말했던 정을 세우는 것은 `새로운 감각`이다.

부모가 상담기법을 알아 심리 주치의가 되어야 한다. 돌봄과 정서를 어루만지는 교사가 되어야 한다. 가족관계의 핵심은 `친밀감`이다. 친밀감이 행복의 잣대가 된다. 서로의 친밀감을 증대시키기 위해 익혀야 하는 것이 대화의 기술이다. 갈등이 생겼을 때 합리적으로 풀어야 한다.

그때 우리는 `따로국밥`이 아닌 `가족`으로 기능하게 된다. 우리에게 있는 몸은 최고의 선물이다.

그런데도 몸은 가장 외면당한다. 아이들과 놀아준다는 게 고작 놀이기구에 태우는 일이다. 서로의 몸과 몸을 부딪치게 해야 한다. 친밀감은 몸의 거리로부터 온다. 이제는 머리를 쓰는 데서 몸을 쓰고 가슴으로 느끼는 공감ㆍ배려ㆍ환대를 가정에서 익혀야 한다.

과거 속에 답이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이야기이다. 이야기 속에 인생 지혜가 가득 담겨 있었다. "인생이 무엇인가요?" 이어령 박사는 `이야기 하나 남겨 놓고 가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아쉽게도 우리에게는 할머니도 이야기도 없다. 할머니를 대신해 주는 것이 `책`이다.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세계는 한 권의 책이다. 책 속으로 떠나지 않으면 한 쪽짜리 인생이다"

코로나19의 고립을 막아준 것은 뜻밖에도 `발코니`였다. 이탈리아 나폴리의 한 공동주택 발코니에서 시작된 팝송 `아브라치아미`(Abbracciami, 안아주세요)가 발코니를 따라 동네로 펴졌다.

악기 대신 주방 기구를 들고나와 두드리고 흔든다. 떼창이 따라온다. 발코니는 지친 영혼의 대피처이자 이웃과 연대하는 중간지대가 되었다.

그런데 우리네 집은 베란다도 거실로 다 바꾸어버렸다. 그 자리엔 가구로 가득 채워졌다.

여전히 우리는 집의 크기로 기 싸움을 하고 자존감을 장식물에서 찾고 있다. 집을 바꿀 수 없다면 가구라도 재배치해서 가족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공동놀이방과 학습장이라도 만드는 것은 어떨까? 가정을 재발견하고 재배치하는데 힘을 써야할 때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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