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3:27 (금)
주역해석의 완결자 다산 정약용
주역해석의 완결자 다산 정약용
  • 이광수
  • 승인 2021.02.07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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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소설가
이광수 소설가

주역4성(四聖)은 8괘를 지은 복희씨, 64괘의 괘사를 지은 문왕, 384 지괘의 효사를 지은 주공, 십익을 차서(次序)한 공자를 말한다. 4성에 의해 성립된 주역은 다산 정약용의 <주역사전:周易四箋>을 통해 구조적으로 해체 분석되어 64괘의 해석체계를 새롭게 정립했다. 필자가 수년간 주역학습과정에서 뒤늦게 접한 다산의 <주역사전>은 논리정연하고 체계적이며, 독창적인 방법으로 <역전>을 해석하고 있다. 기존 역학자들 대부분은 고대 중국과 조선, 서양 유학자들의 해석을 인용해서 주를 달거나, 본문을 그대로 옮겨놓고 `누가 이렇게 말했다`식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다산은 의리역과 상수역의 종주인 정자와 주자의 주석 외는 거의 인용사례가 드물다. 자신이 독창적으로 체계화시킨 `역리사법(易理四法)`과 `삼역지의(三易之義)`로 공자십익을 상수역적 관점에서 완벽하게 해석하고 있다. 다산은 <주역사전>을 쓴 후 건장궁의 천문만호를 여는 금약시(황금열쇠)를 얻었다고 자찬할 만큼 대단한 자부심을 가졌다. 그의 `역리사법`은 그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할 만큼 단연 독보적이지만, 우리 같은 역학미생들이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 답답하고 혼란스럽다.

"<주역사전>은 그야말로 내가 하늘의 도움을 얻어(천우신조)지어 낸 문자(文字)이다. 결코 사람의 힘으로 통할 수 있거나, 사람의 지혜나 생각으로 도달할 수 있는 바가 아니다. 이 책에 마음을 가라앉혀 깊이 생각하여 그 속에 담긴 오묘한 이치를 모두 통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바로 나의 자손이나 친구가 되는 것이다. 그런 사람이 천년에 한 번 나오더라도 배 이상 정을 쏟아 애지중지 할 것이다"위의 글은 다산 정약용이 그의 두 아들 학가(學家)와 학보(學甫)에게 준 편지 `시이자 가성(示二子家誠)`에서 당부한 말이다. 다산의 천재성은 필자가 중언부언 하지 않아도 조선, 아니 동양사상사에서 최고의 반열에 올릴 만큼 위대한 유학자이자 실학자, 사상가였다. 이 편지글은 다산이 <주역사전>을 펴낸 후 그에게 쏟아진 의리학파들의 악평에 대해 섭섭하고 억울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역전>에 대한 그의 해석이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반면 너무 번쇄하고 자의적이라는 비판에 대해 개탄했다. 그는 "천명(天命)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차라리 불태워 버려도 좋겠지만, 그래도 만약 내가 저술한 책(499권)중에서 <주역사전>과 <상례사전>만이라도 전승해 간다면 나머지 책들은 그냥 없애 버려도 좋겠다"고 했다. (왕인ㆍ역주 주역사전) 물론 다산의 <주역사전>이 상수역의 대가인 우번의 괘변설(12벽괘)과 방통설(변역), 호체설(호변)을 계승해 새롭게 체계화시킨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우번과 경방 같은 상수학파가 괘의 상물에 지나치게 구애되어 번쇄하고 견강부회(牽强附會)한다는 의리학파의 거센 비판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공자십익에 다산의 해석논리를 적용해 보면 하나도 어긋나는 법이 없으니 신통할 뿐이다. 우리가 다산의 <주역사전>에 주목해야 할 점은 공자가 십익에서 해석한 사(詞)의 근거와 이유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밝혀냈다는 점이다. 필자도 괘 해석에 `역리사법`과 `삼역지의`의 적용이 번다한 것은 절감했지만 본괘의 해석은 무난하게 넘어갔다. 그러나 본괘와 동효(지괘)까지 벽괘 → 연괘 승강왕래의 추이와 변역 및 호체로 연계시킨 7~10개 연관괘의 해석에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주자가 한 괘를 4일 정도 읽어야 이해한다고 한 말이 무색할 지경이었다. 학문적으로 입신의 경지에 이른 대유학자로서 완벽한 <역전>해석의 근거정립을 위해 각고정려, 고심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한편, 의리학파의 종주인 정이천은 <역전>에서 괘상과 계사, 효사를 통해 현학적, 철학적으로 간결하게 해석했다. 같은 학파인 공영달의 <주역정의>와 이광지의 <주역절중>에서도 대부분 선험역학자들의 해석을 가차(假借)해서 <역전>의 철학적 원리만 해석하고 있다.

필자는 다산의 <주역사전>을 마지막 텍스트로 정해 연구하면서 앞서 본 다른 역학자들의 해석과 비교해 주역해법의 실마리를 푼다. 다산 정약용은 <역전>의 이치를 혈연관통한 주역해석의 완결자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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