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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의 정치철학
역전의 정치철학
  • 이광수
  • 승인 2021.01.10 1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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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소설가
이광수 소설가

 역전(易傳)은 공자가 차서(次序:정리·편찬)한 십익(十翼)을 말한다. 단전, 상전, 계사전, 설괘전, 서괘전, 잡괘전, 문언전의 편찬 시기는 다르다. 일반적으로 공자가 십익을 모두 차서하고 그 편찬시기도 같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견이 존재한다. <주역철학사>에 의하면 설괘전과 단전, 상전은 전국시대 전기이전에, 계사전과 문언전은 공자칠십제자시대인 전국초기에 이뤄졌다. 서괘전의 성립 시기는 명확하지 않지만 전국시대일 것으로 판단되며, 잡괘전은 전국초기보다 늦지 않다고 본다. 그리고 사마천이 집필한 <사기>에는 서괘전과 잡괘전이 공자십익에 포함돼 있지 않다. 그러나 반고가 편찬한 <한서>에는 십익 모두를 공자가 차서한 것으로 기술하고 있다. 현재까지 대체적인 학계정설은 서괘전과 잡괘전은 공자의 제자들과 후대 사람들이 공자십익에 포함시킨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역전의 역학원칙은 <주례> <춘추좌씨전> <국어>등의 기록을 통해서 알 수 있다. 공자는 본래 복서(점서)였던 주역을 사회 정치상과 철학사상으로 구명해 역전으로 전환시켰다. 주역의 큰 흐름은 의리역과 상수역으로 양립해 왔으며, 공자에 의해 주역은 의리역으로서 철학적 지위를 확립했다. 이는 괘의와 효사에 대한 역전의 해석에서 드러난다. 계사전에는 3진9덕(三辰九德)의 장이 있어서 천택리, 지산겸, 지뢰복, 뇌풍항, 산택손, 풍뢰익, 수풍정, 택수곤, 중풍손 9개의 괘의를 세 차례나 언급하고 있다. 리는 역의 기반, 겸은 덕의 손자루, 복은 덕의 뿌리, 항은 덕의 견고함, 손은 덕의 수양, 익은 덕의 유복함, 정은 덕의 대지, 곤은 덕의 분별,  손은 덕의 제어라고 했다. 이로써 공자는 역을 가지고 점을 치는 것이 아니라 역으로 덕을 숭고하게하고, 백성의 사상을 통일하며, 백성의 사업을 성취하고, 백성의 문제를 해결하려했다. 이로써 역전의 정치철학은 한 마디로 하늘의 도리를 본받아 인간을 다스리는 도리이다. 천도가 가장 근본법칙이고 인도는 천도와 근원적으로 동일함으로 인도는 천도를 반드시 본받아야 한다는 것이다.(주역철학사ㆍ심경호)한편으로 사라지고 생장하고 차고 기우는 천도의 변화가 역전을 깊이 깨우쳐 변혁을 중시했다. 택화혁괘의 단전에서 `혁괘는 물과 불이 서로 멸하여 그치게 함이다. 천지간의 음양이 변혁해 사계절이 이루어진다. 은나라 탕왕이 폭주 하나라 걸왕을 폐하고, 주(周)나라 무왕이 은나라 폭군 주왕을 폐하는 `혁명은 위로 하늘의 뜻에 순종하고 아래로 폭정에 신음하는 백성의 마음에 응함이다. 변혁에서는 합당함이 참으로 중대하다`고 했다. 이는 민심의 흐름을 쫓아 폭군을 제거하는 변혁 사상을 역전에서 긍정함으로써 정치사상사에 끼친 영향은 매우 컸다. 
 그러나 공자의 역전은 변혁을 긍정하지만 결코 기존의 계급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었다. 기존의 틀 안에서 잘못 된 제도를 고치고 전통을 이어 나가는 변혁을 강조한다. 이는 잘 유지돼온 제도가 없어지지 않게 해 민심을 안정시키려는 민본정치사상을 나타내고 있다. 군주는 아랫사람을 도탑게 하여 백성들에게 은혜를 입혀야 능히 안택해 통치를 공고히 할 수 있음을 뜻한다. 주역 지수사괘에서 군자는 백성을 포용하고 대중을 기르며, 지택림괘에서는 백성을 교도하고 포용해 안정시키고자 끝없이 노력하며, 수풍정괘에서는 근면하고 돕도록 시키며, 풍뢰익괘에서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 대한 침탈과 압박을 절제하라고 주장한다.
 이와 같이 역전의 단전과 상전, 계사전은 주역의 정치철학을 명쾌하고 분명하게 천명하고 있다. 현재 우리가 처한 정치 상황에 대해 국가지도자가 어떤 정치철학을 견지해야 하는지 역전은 그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굳이 더 세세하게 공자십익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수긍이 갈 것이다. 알아도 모르는 척, 몰라도 아는 척, 마이동풍에 독불장군 식으로 마이웨이를 고수한다면 그 결과는 명약관화하다. 역전에 새긴 역사(易詞)는 공리공론에 불과한 현학적인 담론이 아니다. 군자와 소인을 분별하고 민본정치의 근본을 진술하는 위대한 정치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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