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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조직ㆍ공동체 선순환 기초 세우자
2021년, 조직ㆍ공동체 선순환 기초 세우자
  • 하성재
  • 승인 2021.01.04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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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재선한청지기공동체 대표굿서번트 리더십센터 소장
하성재선한청지기공동체 대표굿서번트 리더십센터 소장

우리가 이 땅에서 맺는 인간관계 중 많은 관계들이 대등한 관계가 되길 원한다. 서로가 동등한 상황에서 같은 기준을 가지고 서로를 대하길 바라며, 내가 하는 만큼 남도 하길 원한다.

그러나 또 실제로 많은 관계들은 비대칭 관계다. 관계의 저울이 수평이기보단 한쪽이 더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기울어진 형태를 띠고 있기 마련이다. 한쪽이 먼저 베풀지 않으면, 다른 쪽이 적극적으로 반응하기 어려운 상황을 비대칭 관계라 한다.

이러한 비대칭 관계가 회사생활이나 군대문화와 같이 상명하복의 억압관계가 된다면 그 구조 자체가 깨지기 전까지는 한쪽이 철저히 억압당하는 압제의 조직이나 공동체가 된다. 그런데 비대칭 관계가 먼저 사랑을 흘려보내는 주도적 사랑의 관계가 된다면, 처음에는 한쪽으로만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던 사랑의 에너지가, 점점 받는 쪽에서도 넘쳐 되돌아오는 선순환 관계를 형성한다.

가족치료나 상담심리학에서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돌봄에 대해서 그 사람에게 같은 방식으로 돌봄을 갚을 수 없는 관계"를 비대칭 관계라 한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그 대표적 관계라 할 수 있다. 부모는 자녀를 낳아 기르며 한 사람의 완전한 성인이 되기까지 돌봄을 아끼지 않는다. 그렇지만 자녀는 부모의 돌봄을 갚을 수 없는 비대칭의 관계에 있다.

다만, 자신이 결혼해 낳은 자신의 자녀에게 부모로부터 받은 돌봄을 실천해 또 다른 비대칭의 관계에서 이전과는 반대로 수여자의 역할을 감당하는 것이다. 이처럼 부모와 자녀 사이는 일방적 돌봄의 관계가 형성되고 이렇게 형성된 관계는 다음 세대에 반복된다. 즉, 돌봄은 부모에게서 자녀에게로 흐르고 그 자녀는 그다음 세대의 자녀에게 부모의 역할을 함으로써 비대칭의 관계가 순환적으로 반복된다. 이러한 선순환의 비대칭 구조는 사랑과 존경의 순환을 통해 이루어진다.

관계 속에서 더 주도적 역할을 담당한 사람은 사랑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금방 관계의 본질을 잃게 된다. 합당한 관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는 상대의 존경을 끌어낼 수 있는지로 확인된다. 반대로 덜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한 사람이라 해서, 그의 관계 속 행동이 수동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는 존경을 표하는 노력을 통해 상대의 사랑을 끌어낼 수 있다. 존경, 또는 존중으로 표현할 수 있는 이 노력은, 리더십의 권위를 인정함을 통해서 가능하다.

에머슨 에거리치는 그의 책 `Love & Respect`에서 사랑과 존경의 선순환 관계를 조직과 공동체가 유지하기 위해 기억해야 할 두 가지 주의점을 조언한다. 첫째는 사랑과 존경의 역할은 한 사람에게 있어 수시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수시로 바뀌는 위치에 자신을 놓아야 한다. 사랑을 주기만 하거나 존경만을 줘야 하는 위치에 한 사람이 오래 있는 것은 건강하지 않다. 리더십도 섬기는 위치에, 섬기는 자도 주도적으로 이끄는 위치에 처해보며, 사랑과 존경의 방편을 계속해서 연구해야 한다.

둘째로 결과를 바라며 행동해서는 안 된다. 사랑이 존경을 끌어내며, 존경은 사랑을 끌어내는 원리에 따라 행동한다 할지라도, 내가 측량할 수 있는 만큼의 사랑이나 존경을 끌어내기 위해 계산된 노력을 투입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리더십들은 더더욱 고정된 지위와 계산에 따른 행동을 주의해야 한다. 계산 없는 사랑을 하는 것과 역할을 바꾼 섬김의 자리에 자신을 적극적으로 두는 것을 신경 쓰고 있는지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 즉각적인 효과를 바라지 말자

일단 사랑과 존경의 선순환을 시작했다면 조직과 공동체의 분위기가 제대로 정비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해야 한다. 관대하게, 좀 더 참을성 있게 기다려야 한다. 지금 퍼즐 조각을 하나하나 맞춰가는 중이라고 여겨야 한다. 조각 몇 개 맞췄다고 완성 그림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게 아닌 것처럼 지금 막 변화하기 시작했다고 해서 바로 결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결국에는 멋진 그림이 완성되겠지 하고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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