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00:37 (토)
역사란 무엇인가 ①
역사란 무엇인가 ①
  • 도명스님
  • 승인 2020.12.30 22: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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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여정사 주지ㆍ가야불교연구소장 도명스님
여여정사 주지ㆍ가야불교연구소장 도명스님

이 오래되고도 무거운 주제에 대해 역사 전공자가 아닌 성직자가 쉽게 말하기가 쉬운 건 아니지만 도판에서 흔히 쓰는 말 중에서 "도(道)에는 승속이 없다"라는 말이 있다.

진리가 성직자의 전유물이 아니고 `진리로 가는 길에 성직자와 일반인의 차별이 없다`라는 뜻인데 역사라는 학문에도 역사가 누구의 전유물은 아닌 것이기에 누구나 역사를 논할 평등한 자격이 있는 것이다.

누군가가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고 누군가는 "학문 중 가장 크고 넓은 학문"이라고도 했고 또 누군가는 "역사는 미래학이다"라고 했다.

역사를 여러 가지 관점에서 정의할 수 있겠지만 역사란 "과거 시간 속에 실존했던 모든 것과 지나온 경험 중에서 남겨진 어떤 것"을 말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하여 역사는 문자 기록 전과 문자 기록 후 모두를 역사에 포함해야 되는 것이다.

또 큰 관점에서 보면 하늘과 땅, 산과 들, 바위와 나무 모두가 나름의 역사를 가지고 있고 이 순간조차도 모든 존재들은 각각의 인연 따라 역사를 진행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수직적 시간과 평면적 공간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이 역사 아님이 없으나 유물로 남거나 문자로 남거나 언어로 전승되어 오는 것은 그 중의 또 일부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시간의 흐름에 의한 유실과 변형, 전쟁과 재난에 의한 소실, 언어와 문자에 대한 무지 등으로 전대의 문화유산이 후대로 전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오랜 시간 전의 고대사는 그러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역사란 모든 경험이지만 모두가 다 남겨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고 역사를 탐구할 때는 유물, 문헌, 언어, 민속, 지형 등을 통한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며 중간생략 되고 비어있는 부분들을 찾을 때는 신중한 합리적 추론도 때때로 필요한 것이다.

그리하여 조각조각 편린들을 모아서 당시의 원형에 근접하고자 하는 것이 역사학에서 추구하는 바며 또 당시의 가치를 현재에 되살려서 의미 있는 가치와 이익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역사학의 궁극적 목적이라 할 수 있다.

역사를 바라볼 때 바라보는 시간적 지점이 중요한데 현재의 잣대로 과거를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현재는 현재의 삶의 방식이 있듯이 고대는 고대의 삶의 방식이 있기에 현재의 고정된 관념을 내려놓고 고대를 이해하려고 해야 하며 고정관념 없는 순수한 입장에서 탐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흔히 고대를 바라보면서 범하는 착각 중의 하나가 고대인들의 정신 수준을 얕잡보거나 그들의 기술력을 낮게 보는 것이다.

현대인들이 떠받드는 인류문화의 정수를 만든 석가모니, 예수, 공자, 소크라테스 등의 성자들 대부분이 고대인들이고 우리나라만 해도 고대에 만든 다뉴세문경이나 에밀레종의 종 걸이쇠 등은 현대의 기술로도 재현이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고대를 탐구 할 때는 객관적인 사료비판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 객관이 현재의 객관이 기준으로 되어서는 안 될 것이며 고대의 흔적과 기록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봐야 만이 고대사가 제대로 보일 것이다.

또하나 중요한 것은 사관(史觀)의 문제다. 사관이란 역사를 보는 관점을 말하는데 곧 역사를 수용하고 인식하는 시각이다.

불교에서 도를 완성하는 여덟 가지의 길인 팔정도가 있는데 그 첫 번째가 모든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정견(正見)이며 도의 입문과 완성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도의 시작이 정견이 아닌 사견(邪見)이 되어 버리면 나머지 칠 정도는 있을 수 없게 된다.

첫 단추가 잘 꿰어져야 나머지 단추도 제 자리는 잘 찾듯이 역사 인식도 사대주의 내지 민족주의라는 치우친 역사관을 벗어나서 있는 그대로의 역사보기를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 중국은 중화주의 역사관을 중심으로 동북공정이라는 왜곡된 역사서술을 하고 있고 일본은 또 일본대로 임나일본부설 등으로 고대사를 왜곡하며 자기네들이 유리한 쪽으로 역사 주권을 잡아서 장래에 또 수상한 꿈을 꾸려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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