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두는 시대의 `고립무사`
거리 두는 시대의 `고립무사`
  • 김중걸 편집위원
  • 승인 2020.12.23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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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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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참으로 잔인하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감염병을 먼저 전파하면서 가족, 친구 등 기존의 인간관계 질서를 무너뜨리는 방해꾼이다.

코로나19 확진자 동선을 추적하면 그 끝에는 어김없이 가장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 이웃에게로 전파가 됐다. 부산에서 최근 이틀간 감염된 확진자 7명은 시모, 부부, 자녀, 손녀 등 한 가족과 그 가족을 돌본 요양 간호사였다.

또 다른 확진자 10명은 평소 자주 만남을 갖는 가까운 이웃과 친구 사이인 4가족이었다. 4가족 중 한 가족의 구성원 1명은 확진된 직장동료로부터 감염돼 4가족 전체로 모두 확진됐다.

지난달 말 부산에 살던 부모는 서울에 살던 딸이 다녀가면서 감염되고 부모는 목욕탕을 함께 이용했던 이웃 4명에게 추가 전파를 시키는 이른바 n차 감염으로 이어졌다.

`가족`, `친구`가 더 위험하다. 코로나19의 실체이자 정체이다. 이 무서운 존재와 우리는 지난 1년간 불편한 동거를 하고 있다. 앞으로도 얼마나 더 코로나19와 동행을 해야 할지 기약도 없다.

코로나19 1년 막바지에 4차 대유행(광주)을 맞고 있다. 하루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서는 거센 확산세에 지난 8일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는 2.5단계로 격상에 이어 5명 이상 모임 금지로 확대됐다.

4차로 치닫는 대유행은 수도권뿐만 아니라 세종시를 제외한 전국에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확산세가 거세다.

정부는 24일 0시부터 내년 1월 3일 밤 12시까지 전국적으로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연말연시 특별방역 대책을 내놓았다.

5인 이상 모임 금지와 연말연시 특별방역대책으로 우리 사회는 잠시 멈춤에 가까운 상태가 된다.

종교시설ㆍ식당ㆍ파티룸ㆍ영화관ㆍ백화점ㆍ스키장ㆍ관광명소ㆍ호텔 등에 대한 방역 관리가 한층 강화된다. 전국 식당에서는 5인 이상의 모임의 전면 금지되고, 스키장, 눈썰매장, 스케이트장은 문을 닫는다.

강릉 정동진과 울산 간절곶, 포항 호미곶, 서울 남산공원 등 신년에 관광객이 몰리는 명소도 폐쇄된다.

전국 모든 식당은 5인 이상의 예약을 받지 말아야 하고 5인 이상의 일행 입장도 금지해야 한다.

일행 8명이 4명씩 2개 테이블을 사용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위반하는 경우 식당 운영자는 300만 원 이하, 이용자에게는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각기 부과된다. 일가족 등 거주지가 같은 일행이라면 5명 이상이라도 식당을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규모가 50㎡(약 15.1평) 이상인 식당은 밀집도 완화를 위해 테이블 간 1m 거리두기, 좌석 테이블 간 띄어 앉기, 테이블 간 칸막이 설치 중 한 가지를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이번 조치는 4인 이하의 모임을 장려하는 것이 아닌 연말연시에 모임을 최대한 자제해달라는 취지이다. 식당 내부의 거리두기 구조 개선은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예고되고 거론됐던 사안이다.

마스크를 벗는 순간 감염의 위험이 있다는 것에 주목하면 식당 등 식음료 섭취 때가 가장 위험하다.

앞으로 식당은 거리두기 좌석 등 감염병 차단 시설이 자연스레 굳어지게 된다.

코로나19는 인간에게 큰 교훈을 던져 주고 있으나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자연훼손과 플라스틱 쓰레기 양산, 몬도가네식 먹거리 탐닉 등 인간의 욕망이 지구를 망치면서 온갖 재앙을 불러오고 있다.

코로나19도 그중 하나다. 인간의 탐욕으로 빚어지고 있는 감염병 악몽을 이기심이 아닌 이타심으로 극복해야 한다.

가족 등 가까운 사람과의 떨어짐은 가장 상징적이다. 잠시 멈춤과 떨어짐을 견디지 못하면 앞으로 일상은 영원히 없을지도 모른다. 자가 격리 수준의 철저한 고립이 생존의 길일 지도 모른다.

`고립무사(孤立無事)` 이제 잠시 외로워야 한다. 온 국민이 백신을 접종하게 되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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