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2:47 (금)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
  • 신화남
  • 승인 2020.12.08 1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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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남 대한민국산업현장 교수
신화남 대한민국산업현장 교수

극작가 존 오즈번의 희곡

젊은이 시선으로 사회 비판

‘거룩한 분노’ 필요하다는 교훈

불의ㆍ부조리 맞서 싸울 용기 필요

 ‘Look Back in Anger’는 영국의 극작가 존 오즈번(John James Osborne)이 1956년에 발표한 희곡이다.

 오즈번의 이 작품은 주인공의 반항과 독설을 통하여 종교에 대한 환멸, 기성 부르주아 사회의 위선과 악덕에 대한 반발을 리얼하게 표현하여 당시 영국의 젊은이들에게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었다. 절망이 사회를 지배했을 때 영국의 젊은 작가들은 사회 부조리를 날카롭게 비판하는 작품들을 쏟아냈다.

 오즈번은 기성사회의 추악한 모습을 집요하게 파헤쳤고 그를 위시한 리얼리즘 작가들과 함께 ‘성난 젊은이들’이라고 불리었다. 1950년대, 전후 영국의 젊은이들은 불의에 의해 정의가 매몰되고 상식이 통하지 않는 추악한 영국 사회를 향하여 “Look back in anger”라고 외쳤다.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 불의를 보고서도 분노할 줄 모르고 싸우기를 주저한다면 이는 정의가 아니다. 정의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 그러나 정의의 편에 서서 싸운다고 해서 반드시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 뻔히 질 줄 알면서도 불의를 보고 분노할 줄 모른다면 젊은이가 아니다. 젊든 늙었든 인간이라면 누구나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은 대부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불의와 부조리, 사회적 모순과 맞서 싸울 수 있는 용기와 신념은 아무래도 어른들보다는 젊은이들이 낫다. 그리고 그것은 당연한 일이어야 한다. 내일의 희망인 청년들이 비뚤어진 현실적 부조리, 부패와 맞서 싸우지 않는다면, 추악한 현실을 보고서도 적당히 타협하고 자기 보신만 꾀한다면 그 사회는 희망이 없는 사회이다.

 링컨 대통령은 유머를 좋아하는 매우 온화한 성품의 소유자였다. 자신의 정적(政敵)들에게도 매우 관대했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부하들을 통솔했다. 그러나 링컨은 철저한 원칙주의자였다. 그는 어떤 좋은 계획이라도 인간의 존엄이 우선시 되지 않고 원칙에 위배되는 일이라면 실행하지 않았다. 당시 북부에 비해 기름진 옥토를 소유하고 있었던 남부 사람들은 많은 노예를 짐승처럼 부리고 있었고 그로 인해 자신들의 재산을 증식시켰다. 가장 존엄한 인간이 가진 자들을 위한 도구가 되어야만 했던 사회적 악습과 모순된 제도에 링컨은 분노했고 자신의 모든 명운을 걸고 남북전쟁도 불사하지 않았다. 이러한 링컨의 분노가 노예들을 해방시켰고 진정한 민주주의의 기틀을 닦았던 것이다. 우리들, 특히 우리 젊은이들에게는 이처럼 거룩한 분노가 있어야 한다. 변영로 시인은 그의 시 <논개>에서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다’고 노래했다. 화를 참지 못하고 함부로 행동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분노 조절 장애자’라고 한다. 이러한 사람은 모든 것이 자기중심이며 사회적 규범이나 타인에 대한 배려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사람은 진정한 분노, 거룩한 분노의 뜻을 모르는 사람이다.

 오늘날의 한국 사회는 1950년대, 전후 영국과 너무나도 닮아 있다. 많은 젊은이들이 직장을 구하지 못해 절망하고 있다. 가진 자와 가난한 자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거리마다, 골목마다 쓰레기가 넘쳐난다. 그러니 관광지는 말할 것도 없다. 필자가 아는 분 중에 새벽마다 뒷산을 오르내리며 4~5시간을 쓰레기를 줍는데 ‘미국의 총기 문제와 한국의 쓰레기 문제는 통제 불능 상태’라고 한탄을 했다. Take-out 음료수 잔을 버리는 사람들은 대부분 젊은이들이다. 기성세대들을 향하여 성난 얼굴로 돌아보아야 할 젊은이들마저 민주시민으로서의 기본적 양심과 도덕이 마비되어 버렸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우리는 성난 얼굴로 돌아보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돌아보아야 할 대상은 타인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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