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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로 인해 열린 지질시대 `인류세`
인류로 인해 열린 지질시대 `인류세`
  • 김중걸 편집위원
  • 승인 2020.12.02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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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걸 편집위원
김중걸 편집위원

 `인류세(Anthropocene)` 인류로 인해 열린 새로운 지질시대를 가리키는 새로운 용어이다. 어쩌면 2021년 이후 우리 인류가 지질연대표에 새겨질 수 있다고 한다. 지질연대표의 시간대를 구분하는 명칭은 대부분 라틴어나 암석이 처음 발견된 지역을 따서 붙여졌다.

 석탄기(Carboniferous)는 영국에서 발견된 석탄이 풍부한 암석을 가리켜 `석탄이 함유한`이라는 뜻의 라틴어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쥐라기(Jurassic) 역시 프랑스와 스위스 국경 사이에 놓인 쥐라 산(Jura Mountain)의 이름을 따서 붙여졌다. 시대나 연령을 나타내는 명칭은 대개 암석이 발견된 도시와 지역의 명칭을 따서 붙여진다. 암석과 화석으로 표기되는 지질연대표에 우리 인류가 등재되는 영예(?)의 이면은 씁쓸하다. `인류세`는 인간 활동에 따른 환경훼손으로 지구의 지질에 미친 영향을 토대로 만든 용어이기 때문이다. `인류세`는 한마디로 `인간의 시대`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1995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네덜란드 대기과학자인 파울 크뤼천이 2000년 처음 제안한 인류세는 새로운 지질시대 개념이다. 인류의 자연환경 파괴로 인해 지구의 환경 체제는 급격하게 변화하게 됐고 그로 인해 지구환경과 맞서 싸우게 된 시대를 뜻한다.

 지질시대를 연대로 구분할 때 기(紀)를 더 세분한 단위인 세(世)를 현재에 적용한 것으로 시대순으로 따지면 신생대 제4기의 홍적세(洪積世)와 지질시대 최후의 시대이자 현세인 충적세(沖積世)에 이은 전혀 새로운 시대이다.

 지금까지 계속되던 충적세가 끝나고 이제 과거의 충적세와는 다른 새로운 지질시대가 도래했다는 뜻에서 등장한 개념이다. 학문적으로 정립된 개념은 아니나 구태여 구분하자면 크뤼천이 제안한 2000년 안팎을 인류세의 시작으로 보면 된다고 한다.

 `인류세`는 인간에 의해 훼손된 지구환경의 아픔의 잔재이다. 그동안 인류는 끊임없이 지구환경을 훼손하고 파괴함으로써 인류가 이제까지 진화해온 안정적이고 길들어진 환경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 직면하게 됐다. 엘리뇨, 라니냐, 라마마와 같은 해수의 이상기온 현상과 지구온난화 등 기후 변화로 인해 물리ㆍ화학ㆍ생물 등 지구의 환경체계도 근본적으로 변화했다. 이로 인해 인구는 급격하게 변화하는 지구환경과 맞서 싸우면서 어려움을 극복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인류세`는 환경훼손의 대가를 치러야만 하는 현재 인류 이후의 시대를 가리키며 인류로 인해 빚어진 시대이기 때문에 인류라는 말이 붙었다. `인류세`를 대표하는 물질은 방사능물질,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플라스틱, 콘크리트 등을 꼽는다. 심지어 한 해 658억 마리가 소비되는 닭고기의 닭 뼈를 인류세의 최대 지질학적 특성으로 꼽기도 한다.

 지난 2008년 조류독감(AI)이 창궐한 한국에서는 1000만 마리의 닭을 살처분했다. 고생대의 대표적 화석은 삼엽충, 중생대는 암모나이트다. 멀지않은 미래에 우주의 외계인이 지구에 온다면 지금 시대의 어떤 화석이 발견할지 궁금하다. 현재로서는 닭 뼈가 유력한 후보라고 한다. 한마디로 훗날 지구는 닭들의 행성으로 불릴 수도 있다.

 또 하나의 후보는 플라스틱이다. 바다거북은 현생 인류가 지구상에 나타나기 훨씬 전인 1억 5000만 년 전부터 이미 바다를 누비고 다녔다. 100년은 족히 산다는 장수의 상징이 이제는 멸종위기종이 돼 바다 위를 떠다니고 있다. 바다에는 인간 사냥꾼 말고도 플라스틱이 바다거북을 위협하고 있다. 인도양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앞바다에서도 비닐 등 플라스틱으로 위장을 가득 채운 바다거북이가 죽은 채 해변으로 떠밀려 온다.

 공교롭게도 플라스틱은 야생동물을 구하고자 하는 선한 목적에서 탄생했으나 지금은 그들과 인간에게 흉기가 되고 있다. 인간이란 무엇일까? 자문(自問)을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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