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00:02 (토)
`풍찬노숙`했던 공항 가는 날의 기억
`풍찬노숙`했던 공항 가는 날의 기억
  • 김중걸
  • 승인 2020.11.25 19:3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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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걸 편집위원
김중걸 편집위원

김해신공항 백지화 논란 가운데 지난해 8월 김해국제공항 가는 날이 떠올랐다. 새벽 일본 후쿠오카행 항공기를 타기 위해 풍찬노숙을 했던 기억이다. 기억으로는 모두 늦은 밤 김해국제공항을 출발했다. 그러나 일본 후쿠오카 여행은 그간의 야간 운항 여정과는 달리 오전 7시 10분 출발이었다. 양산의 한 시골에 사는 사람이 새벽녘 2시간 전 공항 도착은 참으로 난망했다.

중국, 동남아 해외여행 때는 직장 일을 마치고 오후 느지막이 울산에서 출발해 경부고속도로 통도사 휴게소를 거쳐 김해국제공항으로 가는 공항버스를 이용하면 별로 어려움은 없었다. 그러나 새벽 출발 항공편은 난망했다.

올빼미족이지만 늦게 잠이 들어도 오전 7시에는 잠에서 깨는 취침 사이클이다. 그러나 오전 5시 공항 집합은 시골 거주자로서는 어려움이 많다. 승용차나 택시, 지인 차량 이용하기, 전날 공항 주변에서 숙박하기 등 3~4개의 선택지가 있다. 시골에는 새벽 시간대에는 택시도 잘 없다. 전날 공항 주변 숙박이 아니면 적어도 오전 3~4시에 일어나야 하는데 걱정이 되살아났다. 새벽 운동 가기에 실패한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오래전 서울 언론재단 연수를 마치고 군대 동기와 강남에서 반주를 겸한 저녁 식사를 했다. 검도장에 운동 가야 한다며 자고 가라는 말을 뿌리치고 늦은 밤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경주행 고속버스에 올랐다. 새벽녘 경주고속버스터미널은 적막강산이었다. 환승을 통해 양산 검도장을 가기로 했으나 버스 운행개시 시간이 많이 남아 계획은 어긋났다. 경부고속도로 경주 톨게이트 쪽으로 무작정 걷다 트럭을 얻어 타고 집에 도착했다. 그러나 검도장 갈 시간이 여유가 있어 잠시 눈을 붙이려다 결국 깨어나지 못했다.

그런 학습효과로 여행 전날 공항 근처에서 묵기로 했다. 여행 출발 전날 부산에서 점심 식사 약속까지 생겼다. 식사 후 설렁설렁 김해국제공항 관문인 부산지하철 사상역으로 이동했다. 여행용 캐리어를 사상역 물품 보관함에 넣고 본격적인 `공항 가는 길 사상역 풍찬노숙`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새벽 김해국제공항 가는 방법을 알아두고 실제 체험을 하기로 했다. 여행객들은 24시간 커피숍과 찜질방 등 사상역 인근에서 밤새우기 사례 소개와 심야시간대 공항 폐쇄의 불편함을 호소했다. 인터넷 정보 확인에 들어갔다. 숙박업소, 노래방, 커피숍, 만화방, 영화관, 음식점 등 사상역 주변을 살폈다. 공항 이용자의 편의시설이 거의 전무했다. 영화도 한 편 봤지만 아침은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거리를 둘러보다 24시간 영업을 하는 햄버거 가게를 두 곳을 오가며 밤을 새웠다. 햄버거 가게 2층에서 몇몇 여행객과 함께 지켜본 사상버스터미널 심야 풍경은 신선했다. 여성 라이더까지 가세한 야간 오토바이 음식 배달원들의 삶의 현장은 숙연하기까지 했다.

다음 날 새벽 5시 부산지하철 사상역 승강장을 밤새 가로막고 있던 셔터가 올라가면서 사상에서의 풍찬노숙은 끝이 났다. 사상역에서 김해경전철로 불과 10분 만에 김해국제공항에 도착하면서 여정은 시작됐다.

`공항가는 날 풍찬노숙`은 김해국제공항이 24시간 운영되지 않는 시스템이 낳은 여행객 불편의 한 풍속도다. 커퓨타임으로 야간에 출발한 중국, 동남아 여행 또한 새벽녘 현지에 도착해서 호텔에서 몇 시간 눈을 붙이고 하루치 숙박일정을 까먹는다. 오전 7시 15분 김해국제공항을 출발한 항공기는 오전 8시 5분 일본 후쿠오카 국제공항에 도착해 바로 여정에 돌입했다. 24시간 운항 공항이라면 새벽 귀국, 거리에서의 풍찬노숙은 하지 않아도 된다.

코로나19가 종식되고 24시간 공항 내에서 안전하고 편안하게 낮밤을 밝히며 즐거운 해외여행을 상상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동남권 주민이 인천공항까지 오가는 번거로움과 시간, 비용 감소 이득까지도 덤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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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20-11-26 01:39:40
솔직히 똥=대구징 출신인 재근이보다 이 양반이 대기자이자 주필, 편집국장이 되어야 케이난 마이니치가 살아난다. 왜 계속 대구 종복노릇만 하고 있는가 웃기지도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