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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이면에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이면에는
  • 하태화
  • 승인 2020.11.10 2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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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화 수필가/사회복지사
하태화 수필가/사회복지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미국인 로버트 제임스 월러가 1992년에 발간한 소설이다. 1995년에 영화로, 2014년에는 뮤지컬로 만들어졌다.

 이탈리아에 파병 온 리처드 존슨과 결혼하여 미국 아이오와에서 두 아이를 낳고 평범한 삶을 살고 있던 이탈리아 출신 프란체스카는 남편과 두 아이가 박람회에 참석하기 위해 집을 떠난 사이 로버트를 만난다. 매디슨 카운티에 있는 로저먼 다리를 찍기 위해 온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작가 로버트 킨케이드가 길을 잃고 프란체스카만 혼자 있는 집으로 온 것이다. 두 사람은 나흘간 깊은 사랑을 한다. 로버트가 떠날 즈음, 프란체스카는 같이 떠나자는 로버트의 제안을 받고 깊은 갈등을 하다 현실을 택한다. 그리고는 아무 일 없는 듯 가족과 평범한 삶을 살아간다. 세월이 흘러 로버트는 죽어 로저먼 다리에 유해를 뿌리고 유품을 프란체스카에게 보낸다. 프란체스카도 세상을 떠나면서 유해를 로저먼 다리에 뿌려달라고 유언한다. 두 사람의 이러한 사랑은 프란체스카의 유품을 정리하던 자녀에 의해 알려지게 된다.

 긍정적으로 보면 깊고 진정한 사랑 이야기, 아름다운 로맨스라고 할 수도 있는 반면 부정적으로 보면 불륜 스캔들을 미화한 것이라는 비판이 있을 수도 있다. 스캔들인지 로맨스인지는 접어두고 주인공의 사랑에 가려진 다른 이를 보고자 한다. 프란체스카가 사랑에, 그것도 급성 사랑에 빠진 것은 프란체스카 자신이 원인이긴 하지만 그 이면에는 바로 남편 `리처드 존슨`이라는 원인 제공자가 있었다. 남편 존슨이 잘한 것은 무엇일까. 많다. 무난하게 가정을 꾸렸다. 농장도 있고 자녀 둘을 잘 키웠으며, 모든 면에 열심이고 자상하며 정직하고 온화한 성격이었다. 그러면 존슨이 잘못한 것은 무엇일까. 없다. 굳이 있다면 가족 모두에게 변화 없는 평범한 삶을 살도록 한 것이었고, 아내인 프란체스카에게는 꿈을 이루어주지 못한 것뿐이었다.

 평범한 삶, 그것은 프란체스카가 꿈꾸던 세상이 아니었다. 이상과 동경 그리고 다이내믹한 삶, 짜릿함을 느끼고자 하는 프란체스카에게는 밋밋하고 재미없는 일상으로 지쳤을 수가 있었다. 변화 없는 생활 중에 외지에서 온 남자로부터 느낀 감정은 그동안 눌러 숨겨놓았던, 프란체스카가 가진 본능의 뇌관을 건드린 것일 수도 있다.

 존슨과 프란체스카 부부는 서로 얼마나 소통하며 살았을까. 평소 남편에게 평범한 일상에 지친, 자신이 꿈꾸던 세상을 이루기 위한 얘기를 했을까. 지금과 다른 세상, 아프리카에도 가고 싶고, 어릴 때 자란 이탈리아의 작은 시골에도 가고 싶고, 클럽에도 가 보고 싶다고 했을까. 자신의 감정과 미래의 꿈을 간절히, 진정성 있게 얘기했을까. 존슨이 세상을 떠날 때, 프란체스카의 꿈을 이루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한 것을 보면 최소한 자신의 꿈을 남편에게 얘기한 듯하다. 하지만 남편 존슨은 아내 프란체스카의 꿈을 이루어주기 위한 노력은 시도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프란체스카 역시 이 문제에 대해 남편과 소통하며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은 듯하다.

 인격체와의 관계에서는 외면보다 내면의 작은 불만족이 공허함을 갖도록 한다. 어쩌면 존슨과의 사이에서 꿈이 이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절망과 공허함 사이로 로버트가 들어온 것은 아닐까. 로버트와 프란체스카의 사랑 뒤에는 무난히 열심히 살아왔지만 아내의 정신세계에서 배제되고 최후의 승리자가 되지 못하는 남편 존슨과 같은 사람이 있다.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말은 희망 사항이다. 몸이 같이 있다고 마음마저 항상 같이하지는 않는다. 인생이라는 긴 항해를 하면서 부부가 얼마나 마음을 터놓고 소통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또 다른 존슨은 아닌가. 당신은 또 다른 존슨이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는가. 이루어지면 삶이고 이루어지지 않으면 사랑이다. 사랑과 삶은 분명 다른 영역이다. 사랑의 영역에서는 단번에 `별을 따다가 그대 두 손에`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삶의 영역에서는 서로 소통하며 상대의 꿈을 이해해 가는 노력을 통해 빈 바구니가 조금씩 채워져 가는 기쁨을 맛보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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