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22:01 (금)
생각이 없는 세상
생각이 없는 세상
  • 이광수
  • 승인 2020.11.08 2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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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소설가
이광수 소설가

 지금 우리는 생각이 없는 세상(world without mind)에서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대 테크기업들의 플랫폼에 잔뜩 진열해 놓은 온갖 물건들과 지식정보들을 일방적인 그들의 상품 광고에 현혹돼 생각 없이 충동적으로 구매하고 있다. 세계에서 유량이 가장 많은 강 이름을 따서 회사명을 지은 아마존(Amazon)은 A부터 Z까지 없는 것이 없는 세계 최대 거래장터다. 구글은 회사의 명칭을 0이 100개나 붙는 숫자인 구골(Googol)에서 따왔다. 수학자들이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큰 숫자를 간단히 줄여서 말할 때 쓰는 단어이다(생각을 빼앗긴 세계ㆍ프랭클린 포어). 유럽에서는 이런 거대 테크기업들을 하나로 묶어 GAFA(GoogleㆍAppleㆍFace BookㆍAmazon)라고 부른다. 지금 EU를 비롯해 미국 등에서 이들 4개 공룡IT플랫폼기업에 대해 독점금지법위반여부를 점검해 대대적인 제재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그들의 처리결과를 보면서 슬기롭게 대처할 것으로 보인다.

 GAFA의 매출규모(2019년)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아마존이 2810억 달러(337조

2000억), 애플이 2600억 달러(312조), 구글이 1620억 달러(194조 4000억), 페이스북이 710억 달러(85조 2000억)로 4개 테크기업의 한 해 총매출액은 7740억 불(928조 8000억)이다. 이는 2019년 미국 GDP 2만 5680억 달러의 30.14%에 해당하며, 우리나라 2019년 GDP 1956억 불의 4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매출액이다. 세계 3위의 경제 대국인 일본의 GDP 6180억 불에 비교해도 1.25배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들 거대 테크기업들이 만든 기기나 웹사이트는 개인정보를 보호하지 않는다. 지적재산권에도 적대적 태도를 취하며 저작권의 가치까지 무시하려 든다. 또한 인류가 공공선의 목표를 추구하는 것에 대해서도 경쟁을 방해한다는 교묘한 논리를 내세워 독점을 정당화하기에 급급하다. GAFA는 그들이 만든 알고리즘에 의해 일반대중소비자들이 어떤 종류의 뉴스를 볼지, 어떤 물건을 사게 될지, 어떤 통로를 이용해 이동할지, 심지어 어떤 친구를 사귈지를 제안하며 개인의 생각을 빼앗아 가버린다(생각을 빼앗긴 세계ㆍ플랭클린 포어). 우매한 소비자들은 직접 생산자도 아닌 단지 거간꾼에 불과한 플랫폼업자들의 선택적 부추김에 놀아나는 셈이다. 그런데 그들이 만들어낸 결과물들을 보면 소비자들이 혹할 만큼 너무나 편리하고 가격 또한 합리적이다. 거대 독점 테크기업들의 무차별 공세에 일반생산기업들은 하청업자로 전락했다. 또한 오프라인에서 직접 조제하고 생산 판매하는 소매업자와 자영업자들은 신속하고 잘 훈련된 그들의 배송시스템에 의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이들 거대 테크기업들의 시장과점현상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더욱 견고해졌다. 언택트(untact) 마케팅이 콘택트(contact) 마케팅을 추월해 보편화되는 추세는 소비자의 구매패턴 변화에서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이제 우리 스스로가 우리의 앞날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때가 되었다. 어느 순간 기관이나 제도가 가지고 있던 가치를 바꾸고 자신들의 프라이버시를 포기하면 개인의 정체성은 말살되고 다시는 원상태를 회복할 수 없게 된다. 그들은 소비자들의 구미에 맞는 제품을 구성하는 과학적인 방법들을 끊임없이 찾아낼 것이다. 지식의 영역에서도 독점기업이 시장 지배력을 사용해서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개인의 의견과 취향을 순응주의에 길들게 해 동질화의 길로 내몰게 한다. 그들의 목표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관념과 그들이 지켜온 구조자체를 해체하기 시작했으며 저자들이 글쓰기로 생업을 유지하는 수단인 지적재산권도 무시하려든다. 디지털 유토피아의 환상에 젖어 있는 젊은이들은 자신의 지식과 사상, 프라이버시와 문화까지 몽땅 거대 테크기업에 저당잡인 채 그들이 만든 알고리즘에 조종당하는 정체성 없는 존재로 전락하고 말았다. 우리 사회를 조종하는 이들 거대 테크기업의 횡포로부터 우리의 문화와 민주주의를 지키고, 개인의 정체성과 자존심을 일깨우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과 성찰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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