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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노동자 과로의 굴레 이제는 끊어야
택배 노동자 과로의 굴레 이제는 끊어야
  • 김용락 사회부 기자
  • 승인 2020.10.29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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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락 사회부 기자
김용락 사회부 기자

대한민국의 `빨리 빨리` 문화는 노동자들의 땀과 피로 만들어졌다. `당일배송`으로 표현되는 택배업계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여파로 택배 이용률이 크게 증가한 올해 노동자들이 흘린 땀은 그 누구보다 많았다. 그리고 그들이 쏟아낸 피를 기억해야 한다. 수년간 제기된 택배기사 과로 문제와 택배업체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노동자들의 소중한 목숨을 대가로 생겨나고 있다.

지난 20일 오전 3시께 로젠택배 부산 강서지점에 근무하는 A씨(50)가 창원시 진해구 가주동에 있는 택배 하치장에서 자필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A씨가 이날 동료들에게 사진으로 찍어 보낸 유서에는 택배업 대리점의 갑질과 구조적 문제가 지적됐다. 직원 감소ㆍ수수료 착복 등 업무 부담 가중, 사내 무분별한 갑질, 파손 물건 처리비용 전가 등이다. A씨가 오랫동안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A씨가 유서를 통해 전달한 택배업의 고질적인 문제점은 올해 과로사로 세상을 떠난 12명의 택배 노동자 마음을 대변한다.

올해 택배 노동자 13명이 목숨을 잃었다. A씨를 제외한 12명은 모두 과로로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지난 1~6월 국내 택배 물동량은 16억 770만 개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20% 급증한 수치다. 택배 노동자들은 보통 하루 14시간가량 일하며 300여 개에 이르는 물품을 배송한다.

과로사 문제는 매년 제기됐다. 지난 추석을 앞두고 택배기사들은 정부에 분류 작업 추가 인원 투입을 요구하며 파업을 선언했다. 이에 정부는 2000여 명의 인원 투입을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연이은 택배 노동자들의 사망 소식과 국정감사 등 시기적 흐름에 따라 택배사들은 대책 마련을 발표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분류지원 인력 4000명 투입 등을 담은 택배기사 및 택배 종사자 보호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한진도 심야 배송을 중단하는 등 과로 방지대책을 발표했다. 이들 기업이 지난 추석 정부가 했던 거짓말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길 바란다.

택배 노동자는 대부분 법적으로 건당 배달 수수료를 받는 개인사업자다. 이 때문에 주 5일제, 주 52시간 근무 등 규제를 받지 않는다. 이로써 두둑한 소득을 얻을 수 있지만 오랜 시간 노동을 하게 되는 양날의 칼을 쥔 것이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점의 해결책은 별도의 법 제도 마련이다. 택배 배송단가 경쟁도 택배 노동자의 업무 과중화를 야기시켰다. 택배 배송단가는 2000년대 초 건당 3500원에서 지난해 2200원대로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단가 경쟁은 택배기사의 업무량 증대로 이어졌다. 전년과 비슷한 소득을 벌려면 더 많은 배송을 해야 하는 상황이 매년 가중되고 있다. 수년간 제기된 택배 노동자 과로 문제는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이제는 지긋지긋한 과로의 굴레를 끊을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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