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09:02 (토)
합천 해인사 고려 승려 조각상 국보 지정
합천 해인사 고려 승려 조각상 국보 지정
  • 김용락 기자
  • 승인 2020.09.02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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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로 승격된 보물 999호 합천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 문화재청
국보로 승격된 보물 999호 합천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 문화재청

보물 999호 `건칠희랑대사좌상`

신라 말 활동 희랑대사가 조각

문헌기록ㆍ현존작 있는 조사상

10세기 조사상 실체 알 수 있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초상 조각인 보물 999호 `합천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이 국보로 승격된다.

 문화재청은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을 국보로 지정 예고한다고 2일 밝혔다.

 건칠희랑대사좌상은 신라 말∼고려 초 활동한 승려 희랑대사(希朗大師)의 모습을 조각한 것으로, 10세기 전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희랑대사는 화엄학에 조예가 깊었던 학승으로, 해인사 희랑대에 머물며 수도에 정진했으며, 태조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하는 데 큰 도움을 줘 왕건이 해인사 중창에 필요한 토지를 하사하고 국가 중요 문서를 이곳에 뒀다고 전해진다.

 문화재청은 "유사한 시기 중국과 일본에서는 고승의 모습을 조각한 조사상을 많이 제작했으나 우리나라에는 유례가 거의 없으며, 희랑대사좌상이 실제 생존했던 고승의 모습을 재현한 유일한 조각품으로 전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립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연구실의 조사 결과 이 작품은 얼굴과 가슴, 손, 무릎 등 앞면은 삼배 등에 옻칠해 여러 번 둘러 형상을 만든 건칠 기법으로, 등과 바닥은 나무를 조합해 제작했고 원형을 잘 간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앞면과 뒷면을 결합한 방식은 보물 제1919호 `봉화 청량사 건칠약사여래좌상`처럼 신라∼고려 초 불상조각에서 확인되는 기법이다.

 문화재청은 "희랑대사좌상은 육체 굴곡과 피부 표현 등이 매우 사실적이고, 마르고 아담한 체구, 인자한 눈빛과 미소가 엷게 퍼진 입술, 살갗 위로 드러난 골격 등은 생동감이 넘친다"고 설명했다.

 특히 가슴에는 폭 0.5㎝, 길이 3.5㎝의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해인사에 전하는 설화에 의하면 이 흉혈은 희랑대사가 다른 스님들의 수행 정진을 돕기 위해 가슴에 구멍을 뚫어 모기에게 피를 보시했다고 전한다. 희랑대사에게는 `흉혈국인`(胸穴國人, 가슴에 구멍이 있는 사람)이란 별칭도 붙어있다.

 흔히 고승의 흉혈이나 정혈(頂穴, 정수리에 난 구멍)은 신통력을 상징하는데, 이런 유사한 모습은 1024년 제작된 `서울 승가사 석조승가대사좌상`(보물 제1000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문화재청은 "우리나라에 문헌기록과 현존작이 모두 남아있는 조사상은 희랑대사좌상이 유일하며, 원형이 잘 남아 있고 실존했던 고승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재현해 내면의 인품까지 표현한 점에서 예술 가치가 뛰어나다"고 말했다.

 이어 "10세기 우리나라 조사상의 실체를 알려주는 작품이자, 희랑대사의 높은 정신세계를 조각예술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 역사ㆍ예술ㆍ학술 가치가 탁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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