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18:40 (토)
악플 방지법이 있어야만 하나?
악플 방지법이 있어야만 하나?
  • 경남매일
  • 승인 2020.08.19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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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화 수필가 / 사회복지사

`연예 뉴스 댓글이 막히니 기사 읽고 나서 재미가 없네요` 어느 포털사이트 카페에 적힌 말이다. 기사 외에 댓글을 보면서 재미를 느꼈는데 댓글이 없으니 뭔가 빠진 듯한 느낌을 받는 모양이다. 그런데 어떤 류의 댓글에 재미를 느꼈을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에게 달린 악플을 보고 우울증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연예인의 소식이 간간이 나왔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소식은 조금 덜 나올 듯하다. 포털사이트의 연예 기사 댓글 서비스가 최근에 폐지됐기 때문이다. 기사에 댓글을 달도록 해 둔 이유는 그 공간을 통해 응원이나 격려를 하는 등 건전한 소통을 위함인데 비방과 조롱 등 악플이 더 큰 문제가 됐다. 진작 폐지해야 하는데 많은 극단적인 선택이 있고 난 뒤 인지라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악플은 악성 리플(惡性 reply)이란 뜻의 신조어이다. 기사 등을 본 후 쓰는 댓글의 내용이나 표현이 욕설, 비방, 모욕 등 인신공격 수준의 `악의적인 댓글`을 악플이라고 한다. 이 악플은 신문 기사는 물론이고, 시청자 게시판, SNS, 지식in 심지어 블로그에 이르기까지 댓글을 달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악플을 다는 사람을 `악플러`라고 한다.

과거, 악플에 대한 제재 방법으로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했었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ㆍ개인정보 자기 결정권ㆍ언론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관련 법률이 채 10년을 가지 못하고 헌재에서 위헌 판정을 받아 폐기됐다. 공권력을 다른 곳에 잘못 이용하면 국민의 자유로운 표현을 억압하는 감시 수단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틀린 말은 분명 아닌데 이 기본권이 악플의 대상이 된 사람을 포함하고 있기는 한 것일까. 건전한 반대 의견이 아니라 자신의 정보가 노출되지 않는다고 수준 이하의 천박한 표현, 이것은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방임이다. 자신이 표현한 악플이 떳떳하다면 실명을 공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가명으로 숨어서 악플을 단다면 뭔가 구린 데가 있음을 자신도 알고 있다는 말이 된다.

연예 기사에 이어 최근 일부 포털의 스포츠 기사에도 댓글 서비스가 폐지됐다. 하지만 일반기사의 댓글 서비스는 아직 그대로이다. 인터넷판 신문 기사에 달리는 댓글은 대부분이 악플이다. 지난 장마 때 홍수로 인해 사람이 실종됐다고 하는 기사에도 이유 없는 비방을 해댄다. 정치 기사는 더 하다. 기사를 쓴 기자와 언론사를 공격하는 것은 물론 기사에 등장하는 인물에 대해 온갖 악플을 달기도 한다. 악플이 하나 달리면 거기에 또 다른 반대 의견의 악플이 달린다. 너무 심한 악플은 `클린봇`이 걸러내고는 있지만 `정말로 부적절한 말`만 골라내는 듯하다. 헌재에서 말하는 표현의 자유란 악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닐진대 사람이 가명 아래에서는 왜 이렇게 사악해지는지 알 수가 없다.

악플러는 전과가 없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며, 그들은 자신이 작성한 악플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한다. 기사의 내용이나 등장인물이 자신의 취향에 맞지 않는다거나 그냥 장난 혹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즉흥적으로 아무런 죄의식 없이 행해지고 있다는 말이다.

악플을 방지하는 방법은 정말 없을까. 모든 댓글 서비스를 중지해야 할까. 아니면 고소를 통해 심판해야 할까. 건전한 인터넷 문화를 조성하자는 취지로 선플(善한 reply) 캠페인이 있기도 했지만,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다. 갈수록 디지털화, 비 대면화 돼 가는 사회에서는 사이버 공간의 질서 유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악플은 가볍게 넘어갈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형사 처분 대상의 큰 범죄라는 경각심을 심어 줘야 한다. 아무래도 사이버 공간의 건전성을 위해 악플 방지법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국회에서는 어떠한 형태이던 관련 법안이 처리됐으면 좋겠다.

사람이 기계의 감시를 받는 건조한 시대에 살고 있다. 사람 사이에 따스한 정이 통하는 부드러운 말 한마디가 그립다. 인간애가 무척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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