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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의 주역론
다산 정약용의 주역론
  • 경남매일
  • 승인 2020.08.18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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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소설가

조선 시대 주역대가로는 김장생, 이이, 이황, 정약용, 심대윤, 김상악, 지욱선사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다산 정약용만큼 창조적으로 주역을 재해석한 사람은 드물다. 그는 동양 최다의 저작물을 집필한 유학자이자 실학자, 정치사상가로서 다방면에 걸쳐 통달한 천재였다. 다산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경세유표, 목민심서, 흠흠신서를 흔히 1표 2서라고 한다. 신유사옥으로 강진으로 유배된 18년 동안 499권의 저작물을 집필했다. 유배에서 풀려나 생가가 있는 경기도 남양주로 귀향하자 유배 중 집필한 154권 76책을 재정리해 자신의 거처 당호를 딴 `여유당전서`를 펴냈다. 이런 그의 저작물은 2012년 `다산학술문화재단`에서 보완 정리해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 37권으로 재탄생했다. 그중 주역서는 15권, 16권의 `주역사전:周易四箋`과 17권 `역학서언:易學緖言`이다. 필자는 수년간 온갖 역서를 두루 섭렵하다가 최근 우연히 다산의 역서를 접하게 됐다. 지금까지 해답을 찾지 못해 답답했던 효변에 대한 의문점을 다산이 개발한 독창적인 효변법으로 이해하게 됐다. 다산이 주역에 정통한 역학자인 줄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주역연구와 해석에 쏟아부은 각고의 노력과 열정에 경탄을 금치 못했다. 과연 조선 최고의 유학자, 실학자, 사상가로서 명불허전의 주역대가임을 새삼 깨닫게 됐다.

다산은 `주역사전`에서 주역에 대한 그의 독창적인 해석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다산주역해석의 핵심원리는 역리사법(易理四法)으로 추이(推移:괘상의 변동방식), 물상(物象:설괘전 괘상의미규정), 호체(互體:괘 중간에서 취하는 삼획괘), 효변(爻變:효의 음양변환)이다. 그리고 보조적 해석법으로 삼역지의(三易之義)인 교역(交易:착종괘), 반역(反易: 도전괘), 변역(變易: 배합괘)을 주역해석법으로 준용했다. 이로써 괘상을 정태적이 아닌 동태적으로 확대해석해 변화무쌍한 주역 본래의 의미해석이 될 수 있도록 생동감을 부여하고 있다. 다산의 주역해석은 기본적으로 `주자본의`를 따르고 있지만, 공자가 `십익`에서 분류한 방식과는 다르게 분류하고 있다. 단전상하, 상전상하(대상전 소상전), 계사전상하, 문언전, 서괘전, 설괘전, 잡괘전으로 분류한 것과는 달리, 공자 십익에서 문언전(건괘와 곤괘의 해석)을 빼고 상전에서 대상전을 별도로 분리 독립시키고, 소상전을 상하로 편재해 십익을 재구성했다. 그가 문언전을 십익에서 제외한 것은 문언(文言)은 역의 자의를 설명한 자서(字書)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주역사전`에서 독특한 것은 시괘전(蓍卦傳)으로 설시 즉, 점치는 절차를 287자로 구성해 해석했다. 계사상전 가운데 점법에 관한 부분만 별도로 뽑아 주석한 것이다. 이는 옛 경전을 고점서의 전통을 살려 원형대로 복구시키겠다는 의도이다. 그 당시 신유사옥으로 흑산도에 유배 중이던 중형 정약전은 다산의 `주역사전`초고를 받아보고는 너무 대단해 덩실덩실 춤을 추며 기뻐했다고 한다. 또한 절친 불승 혜장선사는 `주역사전`을 접하고는 자신의 20년 주역공부가 말짱 헛것이었다고 탄식했다니 알만하다. 다산은 주희의 `주자본의`를 추종하면서도 일반적으로 당연시돼온 거증불명의 통설을 비판적으로 재검토해 점서법의 고대적 원형복귀를 시도했다. 다산이 정립한 주역해석의 독창성은 전통적인 역학이론에서 괘변(卦變)으로 알려진 학설을 주자의 견해와는 다르게 해석하는 부분이 많다. 주자가 효변(爻變)을 원리론적으로 해석했지만, 다산은 실제적 적용을 강조해`춘추좌씨전`의 춘추관점서례를 연구해 효변의 이치를 추이와 결합해 해석했다. 이로써 다산은 주역해석의 새로운 지평을 연 파천황(破天荒: 전대미문의 일)의 경지에 오른 주역대가로 인정받게 됐다.(역학서언, 방인)필자는 뒤늦게나마 다산의 `주역사전` 과 `역학서언`을 통해서 새로운 주역학습목표가 생겼다. 변화무쌍하게 괘변하는 역상의 정해(正解)는 다산주역의 통섭 없이는 불가능함을 절감한다. 아직 주역의 변죽만 울리고 있는 백면서생이지만 불광불급을 거듭 다짐하면서 독자제현의 동학호응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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