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비단결에 누운 하늘
가로등 끝에 졸고 있는 새를 본다
실비에 젖어 먹물로 번져가는 쪽잠
뒤가 트인 작은 트럭에 갇힌 하얀 국화꽃들이
가야할 곳도 잠시 잊은 채
내리는 비에 우울하다
다시는 열어보지 못할 작은 방
문고리도 없다
안타까운 여운만 남기고 무심히 돌아오는데
죽은 공주를 위한 파반느*를 추는 행렬
안개비는 종일 그치지 않는다
*파반느 pavane : 16세기 초엽 이탈리아에서 발생하여 17세기 중엽까지 유행했던 궁중 무곡.
<약력>
부산 대저 출생
2016 <부산시인> 봄호 등단
부산시인협회 회원
부산문인협회 회원
부산가톨릭문인협회 회원
부산남구문인협회 회원
<평설>
은유서정의 멋과 함께 너무나 잘 조화된 시어 속에서 휴머니즘을 만난다.
내저율이 살아 있는 시의 본질에서 이미지의 순수함이 묻어나는 작품이다.
-안태봉 시인-
저작권자 © 경남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