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0:20 (금)
안개비
안개비
  • 경남매일
  • 승인 2020.08.11 00: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수연

회색 비단결에 누운 하늘

가로등 끝에 졸고 있는 새를 본다

실비에 젖어 먹물로 번져가는 쪽잠

뒤가 트인 작은 트럭에 갇힌 하얀 국화꽃들이

가야할 곳도 잠시 잊은 채

내리는 비에 우울하다

다시는 열어보지 못할 작은 방

문고리도 없다

안타까운 여운만 남기고 무심히 돌아오는데

죽은 공주를 위한 파반느*를 추는 행렬

안개비는 종일 그치지 않는다

*파반느 pavane : 16세기 초엽 이탈리아에서 발생하여 17세기 중엽까지 유행했던 궁중 무곡.

<약력>

부산 대저 출생

2016 <부산시인> 봄호 등단

부산시인협회 회원

부산문인협회 회원

부산가톨릭문인협회 회원

부산남구문인협회 회원

<평설>

은유서정의 멋과 함께 너무나 잘 조화된 시어 속에서 휴머니즘을 만난다.

내저율이 살아 있는 시의 본질에서 이미지의 순수함이 묻어나는 작품이다.

-안태봉 시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