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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 산수몽괘의 지혜
주역 산수몽괘의 지혜
  • 경남매일
  • 승인 2020.08.09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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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소설가

우리는 지식과 수양이 부족해 어리석은 짓을 하면 무지몽매(無知蒙昧)한 자라고 하대한다. 한자 몽(蒙)자의 자해를 강희자전 해설에서 찾아보면 어릴 몽(출전: 역경), 속일 몽(춘추좌씨전), 어리석을 몽, 덮을 몽, 입을 몽(시경), 무릅쓸 몽(한서), 날릴 몽, 괘 이름 몽(주역), 나라이름 몽(몽고)등 다양하다. 이처럼 한자 몽(蒙)에 관한 해석이 다양하듯이 주역 산수몽괘(山水蒙卦)는 무지몽매한 자가 어떻게 하면 난세를 잘 헤쳐 나갈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제시한다. 몽매하다는 것은 내가 아직 뭘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점괘가 나오면 훌륭한 스승이나 상담자를 찾아가서 살 방도를 구해야 한다. 점괘 자체는 흉한 징조가 아니고 희망적인 것을 암시한다.

공자 십익(十翼)의 서괘전(序卦傳)과 잡괘전(雜卦傳)에는 `몽은 넝쿨풀의 일종으로 무성하면 나무를 덮어 그 밑이 어두워지니 컴컴하고 뒤덮는다는 뜻이 더하여 몽매함이다. 태어난 경륜이 없으니 무지몽매한 물치(物稚:사물의 이치를 모름)의 상태를 일깨우기 위해 몽양(蒙養:어리석은 자를 가르침)하고, 그런 몽은 혼미한 가운데 섞여 몽을 넘어 지혜를 밝힌다`고 했다. 산수몽괘는 수뢰준(둔)괘를 뒤집어 놓은 도전괘의 상이다. 다산 정약용은 <주역사전(周易四箋)>에서 산수몽은 풍지관괘의 5가 2로 가고, 지택림괘의 1이 상으로 가니 중정(中正)하고 서로 상응(相應)해 형통하다고 해석했다. 이는 산수몽괘의 근원이 바로 풍지관괘와 지택림괘임을 뜻한다. 다산의 주역해석은 괘의 순서를 정한 이치를 분석한 것으로 주역해석의 무궁무진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것은 명리학에서 오행의 생지(生地)와 사지(死地)의 이치를 해석하는 것과 다름없다. 주역 64괘를 384효로 6변한 것도 모자라 초씨역림(焦氏易林)은 4,096효로 64변해 해석하니 주역공부는 마치 학승이 날 저문 첩첩산중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형국과 같다.

동몽(童蒙)은 어릴 때부터 끊임없는 교육을 통해서 지혜를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 줘야 한다. 옛날 소학을 읽고 나면 <동몽선습>과 <격몽요결>을 배웠다. 그래야 다음 단계인 대학을 시작으로 사서육경을 공부할 수 있다. 물론 대과문과급제라는 입신양명의 길도 열리기 때문이다. 이는 몽매한 자에게 이치를 깨우치고자 하는 개몽두리(開蒙頭里)이다. 따라서 동몽은 스스로 스승을 찾아서 배우는 학습자의 태도를 말한다. 조선의 유학자 송암 권호문은 <송암집>에서 `충실한 덕이 몸에 갖춰져서 동몽이 배우려고 나를 찾아오니 때론 이끌어 주고 권면하면서 훈계의 말을 개을리 하지 않았다`고 했다. 공자는 십익 단전(彖傳)에서 `산기슭 아주 작은 샘에서 흐르는 물줄기인 몽은 여리고 의지할 곳이 없다. 그러나 그 몽이 점차 시내와 강을 이뤄 끝없이 넓은 바다로 간다. 그것은 몽이 지혜의 본체로서 무한한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해 소박한 마음으로 훌륭한 스승을 찾아 나서야 한다`고 했다.

무지몽매한 자는 바른 덕을 길러서 장차 성인의 길을 회복함에 있음을 알아 순진무구한 자세로 배움을 청해야 한다는 뜻이다. 조선 유학자 공묵당 김도는 <주역천설>에서 `천자가 역상을 법 받으면 천하가 다스려지고, 제후가 그 상을 법 받으면 그 나라가 다스려지니, 배우는 자(동몽)가 그 상을 법 받는다면 수신제가 할 수 있다. 아아, 주역이 천하에 있게 된 것은 마치 천상에 해와 달이 있는 것과 같으니 하늘에 일월이 없다면 만고동안 오래도록 어두운 밤이 되고, 사람에게 주역서가 없다면 온 세상이 새나 짐승이 되니 역서가 사람의 도리에 어찌 크지 않겠는가`라고 찬탄하며 주역의 깊고 오묘한 이치에 감복했다. 이는 역의 득도지경에 이르면 비로소 인간만사의 고뇌로부터 해탈함을 의미한다. 배우고 깨우침에 절차탁마의 노를 다 한자와 어영부영 허송세월한 자의 인생여정은 불문가지다. 어떻게 살아야 동몽의 몽매함에서 깨어나는 삶이 될지 주역 산수몽괘에서 그 해답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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