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기개 볼 수 있는 날을 기대한다
언론의 기개 볼 수 있는 날을 기대한다
  • 김중걸 기자
  • 승인 2020.08.05 21: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중걸 편집위원
 

"이 나라에서 민주주의는 형태만 갖추면 된다"

영화 `신문기자`(2019. 감독 후지이 미치히토)에서 고위 관료의 대사다. 이 관료는 진실이 밝혀지자 그렇게 말했다. 무늬만 민주주의를 추구할 뿐 정부는 결국 권력 유지가 최종 목표로 보고 있음을 웅변했다. 관료는 정치에 매몰돼 국민을 외면하고 그들의 수족 노릇을 하고 있다.

이 영화는 2017년 6월 아베 정권의 사학 스캔들인 가케 학원 스캔들 등을 공론화시킨 도쿄신문 소속 여기자 모치즈키 이소코의 저서 `신문기자`를 모티브로 제작된 사회 고발성 영화다. 한국배우 심은경이 주인공인 여기자로 참여한 데다 일본에서는 드물기로 소문난 정권 고발성 영화로 제작단계에서부터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정권에 아부하는 일본 언론과 기자 역할에 고민하는 토우토 신문의 4년 차 사회부 기자 요시오카 에리카(심은경 분).

일본 내각정보조사실 소속의 공무원으로 예전에는 외교부 직원이었던 스키하라 타쿠미(머츠자카 토리 분).

두 주인공은 군사적으로 이용되려는 사실상 화학물질 연구소로 위장된 대학을 신설하려는 정부 음모를 파헤치는 영화로 정권의 추악한 면을 담고 있다. 익명의 제보로 출발한 취재는 SNS 선동을 통한 정부의 여론조작과 가짜뉴스로 내부고발자를 사지로 모는 등 음모와 조작의 실체를 보여 준다. 정부의 거대한 음모와 함께 순종하는 언론의 비겁함도 담았다.

토마스 맥카시 감독의 `스포트라이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더포스트` 등 저널리즘의 가치를 보여 준 영화와는 달리 영화 `신문기자`는 일본 정부의 음흉스러운 조직적인 공작과 여론조작을 담고 있다.

일본 특유의 조용함 속에서 자행되는 정부 음모는 무섭도록 위협적이다. 정권 충성은 맹목적일 뿐만 아니라 공무원의 정치 중립은 선언에 불과하다.

작금 세계에서 빚고 있는 정부와 언론과의 관계에서 볼 때 이 영화는 새롭다.

홍콩은 9월 6일 치르기로 한 홍콩 입법회(의회) 선거가 코로나19로 1년 뒤로 전격 연기됐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오는 11월 대선은 우편투표가 부정선거로 악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대선 연기론을 띄워 워싱턴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우편투표=부정선거`라는 프레임을 씌워 대선 결과 불복명분을 쌓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비판이 거세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폭탄 트윗 몇 시간 만에 "대선을 연기하자는 것은 아니다"며 꼬리를 내렸고 백악관도 "대선은 예정대로 11월 3일 치를 것"이라고 확인했다.

코로나19 확산과 그로 인한 유례없는 경제 붕괴 속에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승리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선거 불복 우려는 점차 커지는 분위기이다.

두 사안 모두 팩트체크를 통해 진실 여부를 가려야 하나 언론은 정권의 견고한 카르텔에 무기력하기만 할 뿐이다.

영화 `신문기자`에서처럼 위정자는 `무늬만 민주주의를 추구할 뿐 결국 권력 유지가 최종 목표이다. 국민을 위한 정부가 아니라 정권과 진영을 위한 정부로 변질되고 있다.

영화 `신문기자`는 2020년에 들어서면서 여러모로 기시감을 부르고 있다. 극 중 내각정보조사실이 주 업무는 SNS를 통한 댓글조작과 가짜뉴스로 여론 조작선동이다. 정부와 고위관료를 보호하기 위해 성폭력 피해여성을 꽃뱀으로 만든다. 정치적 숙적을 `불륜 스캔들`로 낙마시키고, 반정부집회에 참석한 민간인을 사찰과 신상 털기도 서슴지 않는다. 모두 `국가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자행되는 일들이다.

과거 국정원의 댓글 조작 사건 등 한국사회의 민낯이 함께 떠오른 것은 작금의 시대 상황과 너무나 닮았다. 영화에서 여기자는 "나는 진실을 알려야 하는 기자예요"라고 외친다.

우경화된 아베 정권에서, 특히 언론의 자유가 위협받고 있는 지구촌 현실에서 정권 비판 영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언론의 기개를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는 언제 볼 수 있을지 그것이 알고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