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14:30 (토)
정치인의 위선과 거짓말
정치인의 위선과 거짓말
  • 경남매일
  • 승인 2020.08.03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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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소설가

퓰리처상을 수상한 서평가이자 저널리스트인 미치코 가쿠타니는 일본계 미국인이다. 영어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서평가이자 정치평론가로서 세계유명작가의 저작과 정치인에 대한 거침없는 독설, 혹평으로 `1인 가미가제`로 불린다. 그녀는 2018년 출간한 <진실의 죽음:The Death of Truth>에서 거짓과 혐오가 어떻게 일상이 된 세상이 됐는지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미국의 랜드연구소는 미국의 공적 생활에서 사실과 분석이 줄어드는 현상을 가리켜 `진실의 쇠퇴`라는 말을 썼다. 가짜뉴스와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사람, 백신접종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가짜과학, 홀로코스트 수정주의자와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활성화하는 가짜역사, 러시아의 인터넷 트롤(온라인 악플러, 키보드워리어)들이 만들어 내는 페이스 북의 가짜 미국인, SNS의 가짜 팔로워와 `가짜 좋아요`가 그런 현상"이라고 했다. 독일의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정치에서의 거짓말>에서 정치인의 거짓말에 대해 "숱한 거짓말로 신중히 은폐하거나 단순히 망각되고 부정돼 그 위험성이 항상 존재한다"고 했다. 이는 거짓말과 가짜가 일상화된 정치현실에서 삶을 영위해야 하는 현대인에게 왜곡된 일상의 타성에서 벗어나라는 경고음이다.

최근 워싱턴포스트지의 팩트체커(fact checker)팀 기자 3명이 트럼프 대통령이 매일 쏟아내는 거짓 또는 허위주장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집계한 내용이 모 중앙지에 보도됐다. 보도에 따르면 1천267일 동안 무려 2만 55번의 허위 혹은 오도된 주장을 했다는 것이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하루 평균 15.8회, 연간 5천767회에 걸쳐 거짓말을 한 셈이다. 평소 외신보도를 통해 그가 예측불허의 선동정치가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많은 허언을 했다는 보도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는 SNS의 악플러들이 검정되지 않은 가짜 뉴스를 `아니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퍼 나르는 무책임한 행동과 다름없다 고 할 것이다. 워싱턴포스트지 더 팩트 체커인 글렌 케슬러 편집자는 "정치인은 당신에게 뭔가 팔려고 하는 겁니다. 구입 전에 주의하세요"라고 경고하면서 더 큰 문제는 트럼프가 잘못된 주장을 점점 더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사실이 무엇이든지 정보를 제공한다고 바로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며 트럼프를 비판한다.

여성학 연구자인 정희진 박사는 <진실의 죽음> 해제에서 트럼프의 보좌진들도 그가 하도 거짓말을 많이 해서 체크하는 것을 포기했다며 대통령은 자기 말에 순종하는 예스맨의 말만 믿는다고 했다. 이는 트럼프 폭로 저서가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을 비롯해 10권이나 출간된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정 박사는 "한국사회에도 트럼프가 한 둘이 아니며 그들은 멘탈이 강하고 그들로부터 충격을 받은 이들은 우울하다. 디지털을 통해서 자아를 확장하는 사람들, 거짓과 혐오행위가 유명세가 되고 악평도 돈이 되는 세상에서 어떤 상태가 제정신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얼마 전 장관후보자에 대한 국회인사청문회가 열렸다. 쌍방이 주고받은 질의응답을 보니 왜 인사청문회를 해야 하는지 이해 불가였다. 질문과는 빗나간 마이동풍식 답변과 프라이버시나 들추려는 질문, 자료제출 거부와 과거 자신이 행한 말과 행동을 `그런 적이 없다. 기억이 안 난다`고 답변하는 청문회를 보면 환멸을 느낀다.

권력은 유한하지만, 역사는 죽지 않고 살아 있다. 이조 때 정적 때문에 출세의 길이 막힌 젊고 총명했던 임사홍은 연산군이 등극하자 변절해, 왕의 혀와 손발이 돼 채홍사도 마다하지 않는 간신으로 돌변했다. 정적제거를 위해 임금에게 거짓으로 참소해 갑자사화를 일으켜 무고한 중신들을 학살했다. 그러나 그는 중종반정으로 반군의 몽둥이에 맞아 죽은 후 무덤까지 파헤쳐져 부관참시 됐다. 역사는 그를 간신의 대표적 인물로 기록하고 있다. 충신과 간신은 낱낱이 규명해 역사기록으로 남긴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후안무치한 정치인의 행태를 보면 한국에서 정치혁신을 기대한다는 것은 백년하청이요 연목구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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