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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투쟁과 심대윤의 붕당론
권력투쟁과 심대윤의 붕당론
  • 경남매일
  • 승인 2020.07.27 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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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소설가

정치결사체인 정당의 설립목적은 권력 획득에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국가통치권을 과점하려는 정치 세력들 간의 피비린내 나는 암투는 외부 적과의 싸움보다 더 격렬했다. 권력 쟁탈을 위한 극한 대립으로 붕당정치의 폐해는 혹심했으며 그 결과 망국의 길을 재촉했다. 지금 우리나라가 진보와 보수로 갈라져 끝없이 대립하는 골 깊은 갈등은 뼈아픈 지난 역사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다.

이조 인조 때 친청 주화파와 숭명 배청파 간의 대립은 병자호란을 유발해 조선 임금이 청 태종에게 `삼도고구례`하는 삼전도의 굴욕을 당하게 했다. 선조 때는 서인과 동인의 붕당정치로 인한 대일정세오판으로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임금은 백성을 버리고 의주로 몽진해 조선은 왜적에게 처참하게 유린됐다. 또한 이조 말 대원군의 쇄국정치시절 수구파와 개화파로 대립한 조선은 1910년 한일합방으로 이조 500년의 역사는 비극적 종말을 고했다. 그 후 통한의 일제 강점 36년 동안 국권을 강탈당한 백성들이 겪은 고난과 치욕의 역사는 어찌 필설로 다 표현할 수 있겠는가. 붕당정치가 낳은 어두운 지난 역사를 뒤돌아볼 때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여야당의 극한대립은 결코 지난날과 큰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비록 정치적 견해는 달랐지만 성군. 명군의 탕평 정치로 국운이 융성할 때는 국태민안 했으나, 폭군과 어리석은 군주가 등극했을 때는 붕당으로 국운이 쇠잔해 외침을 당했다. 그 결과 백성들은 벼슬아치의 가렴주구와 외적의 수탈로 초근목피로 연명하며 도탄에 빠졌다. 피로 얼룩진 정적숙청의 붕당 정치사를 기술하려면 한도 끝도 없다.

조선 시대 백운 심대윤(沈大允)은 자기 시대가 요구하는 방향을 심각하게 고민한 사상가이자 경학자(經學者)였다. 주역에 정통한 재야선비로 독학으로 유학과 실학탐구에 평생을 바쳤다. 백운(白雲)은 사람들과 더불어 이익을 누리는 여인동락(與人同樂)의 방법을 강구한 공리주의자였다. 그는 <복리전서:福利全書>에서 인간 해방적인 의미와 함께 자본주의적 사유를 주장한 실사구시의 경학자였다. 시대 현실에 대한 근본적 반성과 혁명적 개혁 의지를 대변한 실천적 복리주의자였지만 그 당시 그의 학설은 불온사상으로 매도당했다. 그는 소외된 삶과 논리적인 사상의 개관과 고문사(古文辭) 연구로 정주(程朱)의 전통적 해석을 뛰어넘어 독자적인 경학해석으로 자신만의 고유한 학문적 경지를 구축했다. (심대윤의 백운집, 사람의 무늬)<백운집> 논변(論辨)에 실린 그의 붕당론(朋黨論)을 살펴보자. `나라가 쪼개지도록 무리를 지어 서로 각축하는 일은 상고에는 없었는데 중국 동한(東漢)으로부터 시작됐다. 유자 출신의 관료들이 자신들은 청류로 자처하고, 환관과 결탁한 무리를 탁류로 지탄했는데 166년 환관 세력이 청류를 탄압해 발생한 것이다` 백운은 붕당에 대해 이렇게 신랄하게 일갈하고 있다. `상대가 옳은데도 비난하는가? 그렇다면 이는 악함을 모두 갖춘 데다 더욱 음험하고 사리에 어긋나 새처럼 지저귀고 짐승처럼 짖어대는 셈이다. 이런 말을 듣고서 발끈해서 나서는 자는 그 또한 금수를 상대하여 다투고 따지는 격이니, 금수와 더불어 다투고 따지는 자 또한 금수이다` 마치 우리 정치인들이 이전투구 하는 모습을 보고 힐책하는 것 같다. 그는 또 `군자와 소인의 구분은 공리에 의해서 판별이 된다. 선하다고 하거나 이익을 독차지하려고 해도 소인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동한 시대 붕당의 화는 모두 이(利)로부터 비롯됐다. 공평하지 못하면 당파로 치우치는 것은 필연의 이치다` 이는 절대다수를 차지한 정당이 자신들이 지향하는 정치가 마치 `지고지선`인양 강변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는 `공사의 구분이 군자와 소인을 판단하는 기준이다. 어진 자는 그 선만을 취하려고 하고, 어질지 못한 자는 그 이익만을 취하려고 하니 붕당이 일어나는 까닭이다`고 했다. 구구절절 우리 정치 현실을 질타하는 죽비소리 같이 들린다.

백운은 붕당 폐해의 해결책으로 화목동심을 주장했다. 그의 고언이 포용과 승복부재의 한국정치판에 쓴 약이 되고, 그들의 위선적 행태에 환멸을 느끼는 국민들에게 작은 위안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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