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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제도에 유연성을
최저임금제도에 유연성을
  • 경남매일
  • 승인 2020.07.23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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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화 수필가 / 사회복지사

2021년 최저임금이 올해 대비 1.5%, 130원이 오른 8,720원으로 결정되었다. 이제 8월 5일 노동부 장관의 고시만 남겨 놓았다.

1988년 처음 최저임금법이 시행되었으니 햇수로는 32년,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 시행된 것도 20년이 지났다. 법 시행 이후로 매년 최저임금이 꾸준히 인상되고 있는데 2010년대 중반까지는 매년 6~7% 정도, 금액으로는 300~400원이 인상되어 2017년에는 시급 6,470원, 월급으로 환산하면 1,352,230원이었다. 그러던 것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부터 올해까지 32.8%나 상승했다. 대선 공약인 2020년까지 시급 10,000원을 맞추기 위해 2018년에는 역대 최대 인상률인 무려 16.4%, 금액으로는 1,060원이 올라 7,530원이 되었고, 다음 해인 2019년에는 10.9%인 820원이 인상, 8,350원이 되었다. 이렇게 되자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 사이에 인건비 상승에 따른 볼멘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여론이 좋지 않자 대통령 공약을 계속 밀어붙이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인정했기 때문인지 2020년 올해는 작년 대비 2.9%, 금액으로는 240원 상승하는 데 그쳤고, 내년 2021년도는 역대 최소 인상률인 1.5%, 130원이 오른 8,720원으로 결정되었다. 하루 8시간, 주 40시간을 일했을 경우 월 209시간 기준으로 한 월급으로는 1,822,480원이다. 최저임금치고는 적지 않은 금액이다.

최저임금제도의 취지는 참 좋다.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국가가 노사 간의 임금 결정에 개입하여 일정 금액 이상을 지급하도록 강제하는 제도이다. 그런데 32년 최저임금 역사상 역대 최대 인상률과 역대 최소 인상률이 불과 4년 사이, 문재인 정부에서만 일어났다는 것은 최저임금제도의 본래 취지와는 달리 정치 논리에 의해 정책이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아무리 코로나19의 영향이라고 해도 말이다. 대기업은 최저임금과 거리가 멀어 제쳐두더라도 정부에서 보호할 대상이 저임금 근로자인지 소상공인, 자영업자인지 머리가 갸우뚱해진다.

인상률이 높으면 국가경쟁력을 논하기에 앞서 제일 힘든 이는 높은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다.

임금이 오르면 소상공인의 입장에서는 3명의 종업원을 2명으로 줄일 수밖에 없고, 구직자의 입장에서는 그만큼 일할 직장이 줄어드는 현상이 생긴다. 많이 받으라고 내어놓은 정부 정책이 오히려 적은 금액이라도 받고 일하기를 원하는 사람의 기회마저 원천 박탈하는 꼴이다.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는 모든 것을 시장공급체계에 맡겨두는 것이 제일이다. 자신의 몸값이 고가이면 그 가치를 인정하는 직장으로, 저가이면 거기에 합당한 직장으로 갈 수 있어야만 고용주나 근로자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요즘 시대의 흐름은 복지를 강조하면서 자본주의를 추구하는 복지자본주의로 가고 있고, 최소한의 국민 기본 생활을 국가가 보장해 주는 방향으로 사회복지정책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최저임금법은 우리나라 헌법에서도 보장하는 제도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운영에서는 시장경제가 가미된 조금 더 유연한 방법으로 바꾸어 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

매년 여름이면 최저임금으로 인해 사업주나 근로자 모두가 불만이다. 국가가 보장해야 할 국민의 최저 기본 생활을 민간에 떠넘기듯 하는 것도 그렇게 바람직하게 보이지 않는다. 사회, 경제 환경이 수시로 바뀌고 있다. 최저임금제도도 획일적 운영에서 벗어나 변화되는 환경에 맞도록 유연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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