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5:39 (금)
교사가 교사답지 않다면
교사가 교사답지 않다면
  • 김용락 기자
  • 승인 2020.07.14 2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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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락 사회부 기자

`스승은 스승다워야 하며 제자의 거울이 되고 국민의 사표가 돼야 한다`

이는 1982년 스승의 날을 맞아 대한교육연합회에서 공포한 사도강령 제2장 스승의 자질에 담긴 내용이다. 강령 2장에서는 교사는 언행이 건전하고 생활이 청렴해 제자와 사회의 존경을 받도록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최근 경남지역 현직 교사들이 일으킨 물의는 자칫 교사라는 직업의 신뢰 붕괴까지 초래할 수 있어 우려스럽다.

경남지역 현직 30ㆍ40대 남교사 2명이 학교 내 여자 화장실에서 불법 촬영을 하다 적발됐다. 지난달 24일 김해의 한 고등학교 1층 여자 화장실에서 불법 촬영 카메라가 발견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CCTV 등을 확인해 해당 학교 교사 A씨(40대)를 입건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A씨 휴대전화에서 다른 학교로 추정되는 화장실과 샤워실에서 찍은 영상이 무더기로 확인됐다. A씨는 2018년 3월부터 지난 2월까지 2년간 경남교육청이 운영하는 수련관에서 파견 형식으로 학생들을 가르친 것으로 알려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틀 뒤인 26일에는 창녕의 한 중학교 교직원 전용 2층 화장실에서 불법 촬영 카메라가 발견됐다. 카메라를 설치한 교사 B씨(30대)는 29일 경찰서를 찾아 자수했다. 일각에서는 두 교사의 수법이 비슷해 공모 등 추가 조사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도교육청은 두 교사를 직위해제하고 대체 강사를 투입했다.

과거 `몰래카메라`로 불리던 불법 촬영은 개인의 일탈이 아닌 엄연한 범죄행위다. 정부는 불법성을 강조해 `몰카`라는 디지털 성범죄 용어를 `불법 촬영`으로 변경했으며, 언론 등 미디어는 수차례 범죄의 심각성을 알려왔다.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 교사답지 않은 교사는 교단에 서지 못 하게 해야 한다. 전교조 경남지부도 성명을 내고 도교육청에 가해자 엄벌 등을 요구했다. 참교육을위한 전국학부모회 경남지부도 성명을 내고 "불법 동영상 유포와 소지만으로도 두 교사는 최악의 교육자"라며 일벌백계로 단호하게 응징하라고 주장했다.

김해교육연대도 기자회견을 열고 엄중한 징계를 촉구했다. 비슷한 선례로 지난 4월 도내 한 고등학교 교사가 제자들에 대한 성적 표현을 개인 블로그 등에 올린 의혹을 받자 계약 해지한 바 있다.

도내에서 이와 같은 교사의 불법 촬영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7년 창원의 한 고등학교 담임교사가 교실에 설치한 불법 촬영 카메라가 학생들에 의해 적발됐다. 당시 교육청의 미지근한 대응 끝에 해당 담임교사는 정직 3개월 징계를 받았다.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학교 내 불법촬영에 대한 근본적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 경찰이 공개한 `지방청별 학교 내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범죄 발생 현황`을 보면, 2015년 77건, 2016년 86건, 2017년 115건, 2018년 173건 등 관련 범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경남 지역도 2015년 4건, 2016년 1건, 2017년 5건, 2018년 7건으로 증가 추세다.

디지털 성범죄 특성상 표면적으로 보이는 가해자 2명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수천 명의 피해자가 수면 밑에서 지속적인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도내 학교 화장실 일제 점검 등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 대처가 아닌 학생들과 교육 종사자들이 겪는 불안감 해소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총력을 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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