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3:32 (금)
존중과 배려, 인간의 기본
존중과 배려, 인간의 기본
  • 경남매일
  • 승인 2020.06.30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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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남 대한민국산업현장 교수

며칠 전, 타 지방에 살고 있는 대학 친구 몇 명이 부산 여행을 왔었는데 그들과 함께 감천 문화마을을 방문하게 됐다. 감천동은 행정구역이 1동과 2동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1동은 조용한 바닷가 어촌마을이었고 2동은 산비탈에 판자촌이 형성돼 있는 곳이다. 집의 형태는 판잣집에서 슬러브나 슬레이트로 지붕이 바뀌기는 했지만 지형은 대부분 옛날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다. 수 백 개의 계단을 타고 오르내려야 하는 판자촌 주민들의 삶은 예나 지금이나 고달플 수밖에 없다.

젊은 사람들은 거의 마을을 떠나고 옛날부터 살아온 연세 드신 어른들이 이곳을 지키고 있다. 자연적으로 마을도 낡고 초라한 모습으로 변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곳에 생기를 불어넣은 것이 바로 벽화이다. 계단식 골목마다 벽화를 그려 넣자 동네는 활기를 띠기 시작했고 관광객들이 몰려왔다. 부산에서도 가장 가파른 계단식 서민촌이 하루아침에 문화마을로 탈바꿈한 것이다. 문화의 힘이란 이렇게 대단한 것이다.

관광객들이 몰리다보니 자연히 가게도 늘어났다. 이처럼 노쇠해가던 감천문화마을이 활기를 띠게 된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그런데 이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다른 지방에서는 볼 수 없는 골목과 작은 가옥 구조가 신기하기만 한 관광객들이 남의 집 문을 불쑥불쑥 열고 들어가는 실례를 범하게 된 것이다. 관광객들은 시간적, 정신적, 그리고 물질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겠지만 감천문화마을 원주민들의 삶은 매우 열악한 편이다. 관광객들에게는 신기한 가난이 원주민들에게는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치부가 되는 것이다. 거기다 관광객들이 먹고 함부로 버린 쓰레기를 원주민들이 치워야 하는데 누가 기분이 좋겠는가! 그러다보니 갈등과 마찰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구경은 관광객이 하고 돈은 가게 주인이 벌고 쓰레기는 원주민이 치워야 하는 이 기막힌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존중과 배려는 인간이 가져야 할 기본 도리이다. 그런데 이러한 존중과 배려는커녕 무례함의 극치를 낳고 있는 것이다.

감천문화마을의 문제뿐만 아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는 무례와 무관심, 무책임의식이 팽배해 있다. 서면 거리에는 인근 술집, 음식점, 노래주점 등에서 마구잡이로 살포하는 전단지로 뒤덮여 있다. 어디 서면 뿐이겠는가. 서울 명동을 비롯한 사람이 많이 모이는 관광지에는 의례히 엄청난 전단지와 음식물쓰레기, 그리고 담배꽁초가 점령군처럼 거리를 장악하고 있다. 하도 쓰레기를 버리다보니 아예 파장이 될 때까지는 치울 엄두도 못 낸다. 그러나 결국은 누군가가 치워야 할 쓰레기들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쓰레기가 도심을 점령하지 못하도록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길거리에 뿌려지는 전단지를 막기 위해서는 조금만 신경을 써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 전단지에 인쇄돼 있는 전화번호를 비롯한 연락처를 찾아 과태료를 물리는 것이다. 그래도 전단지 살포가 계속될 때는 강력한 행정 처분을 내린다면 무분별한 전단지 살포는 근절되리라 믿는다.

음식물 쓰레기 문제도 그렇다. 길거리에 나뒹구는 음식물쓰레기는 대부분 노점상에서 버려지는 것이다. 음식점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는 음식점에서 처리하지만 노점상에서 파는 음식들은 걸으면서 먹을 수 있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먹고 난 다음 쓰레기통을 찾지 못해 함부로 길거리에 버리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방자치단체나 정부는 이동식 쓰레기통을 군데군데 설치해야 한다. 옛날에 거리에 세워뒀던 작은 쓰레기통이 아니라 시민들이나 관광객들이 버리는 쓰레기를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규모가 큰 쓰레기통이 필요하다.

`깨어진 유리창 이론`이란 게 있다. `깨어진 유리창 이론`이란 낙서나 유리창 파손 등 경미한 범죄를 방치하면 큰 범죄로 이어지게 된다는 범죄심리학 이론이다. 쓰레기를 길거리에 함부로 버리는 것은 분명한 범법행위이다. 그러나 이러한 작은 범법행위를 방치하거나 묵인하면 결국 한국의 모든 거리는 거대한 쓰레기장이 되고 말 것이다. 이처럼 범법행위를 저지르면서도 조금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다면 이것이 곧 문화적 사이코패스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규칙과 예의가 지켜지지 않는 사회는 병든 사회이다. 한 번 스치며 지나가는 거리나 지하철, 그리고 버스 안에서도, 사회인으로써 마땅히 지켜야 할 규칙과 예의가 있다. 이 세상에 나 혼자만 산다면 규칙도, 예의도 필요 없다. 그러나 두 사람 이상이 살아가는 사회에서는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존중과 배려가 선행돼야 한다. 이러한 존중과 배려는 결국 자신에게로 돌아와 우리들 모두를 행복하게 한다. 이것이 진정 건강한 사회이며 진정한 문화국가이며 사랑과 믿음이 넘치는 아름다운 나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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