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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틈없는 아동학대 예방 시스템 마련해야
빈틈없는 아동학대 예방 시스템 마련해야
  • 김용락 기자
  • 승인 2020.06.22 2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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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락 사회부 기자

지난달 29일 창녕의 한 거리에서 맨발로 거리를 헤매고 있던 소녀가 발견됐다. 주민에 의해 구조된 A양(9)의 상태는 심각했다. 눈 주변은 멍들어 있고 머리 일부는 찢겨져 피가 흐른 흔적이 있었다. 아이의 손가락 일부는 심한 물집이 잡혀 있는 등 온몸에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 A양은 2018년부터 지속적으로 계부(35)와 친모(27)로부터 학대를 받다 자택에서 탈출했다고 진술했다.

17일 뒤인 지난 15일 계부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경찰은 계부에게 아동복지법 위반 및 특수상해 혐의를 적용했다. 조현병을 앓고 있다고 알려진 친모는 정신적 고통을 호소해 행정입원 중에 있다.

그동안 밝혀진 A양의 아동학대 피해 사실은 참혹했다. A양은 평소 홀로 다락방에 감금된 채 지냈으며, 하루 한 끼의 식사만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쇠사슬을 목에 묶고 테라스와 연결시킨 후 자물쇠로 잠근 정황도 밝혀졌다. 글루건을 발등과 발바닥에 뿌려 화상을 입히고 폭행도 서슴지 않았다.  A양은 부모의 학대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만 했다. 당일 오전 10시 탈출 당시 A양은 4층 주거지 테라스 난간을 넘어 45도 경사의 옥상을 통해 옆집으로 이동했다. 자칫 옥상에서 추락할 수도 있었던 순간이었다. 이후 물탱크실에 숨어 상황을 살피다 건물을 벗어나 오후 5시 30분께 1㎞ 거리의 편의점에서 발견됐다.

아동학대 사건은 해마다 증가 추세다. 집계를 시작한 2001년 2천105건으로 시작한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지난 2018년 2만 4천여 건까지 증가했다. 이는 하루 평균 60여 건에 달하는 수치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학교ㆍ유치원ㆍ어린이집 개원이 미뤄지며 아동학대 사각지대도 생겨났다.

신고 의무자인 교사, 아동복지시설종사자의 학대 의심 신고는 전년 대비 70%가량 감소했다. 반면, 경제 악화로 인해 실직 등으로 부모의 경제적 스트레스가 아동학대로 이어질 가능성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창녕 사건을 비롯해 천안에서는 9세 남아를 여행용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고, 인천에서는 밥을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3살 아들을 때린 엄마를 남편이 신고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한국 정서상 ‘사랑의 매’란 이름으로 자녀에 대한 처벌은 허용돼 왔다.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서는 기틀부터 잡고 하나씩 개선해 나가야 한다. 최근 법무부는 법 개정을 통해 자녀 체벌을 금지하기로 했다. 우선 징계권 삭제에 나선다. 1960년 만들어진 민법 제915조 ‘친권자는 자녀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 조항이 삭제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 조항 개정이 혁신적인 아동학대 근절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학대 위험가구 예측 시스템인 ‘행복e음’은 이번 사건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이 드러나 개선이 필요하다. 추가로 촘촘한 관리시스템을 통해 학대 여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매뉴얼 마련도 촉구된다. 무엇보다도 자녀 훈육 방식에 대한 부모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지금도 계속되는 자녀에 대한 폭력은 가장 편안함을 느껴야 할 가정을 폐쇄적인 공간으로 변화 시켜 아이들에게 두려움을 안겨주고 있다. 학대를 심하게 받은 아이는 불안정성이 커져 심리적 문제로 발전하면 공격적 행동, 우울증 등을 겪는다. 아동학대가 한 어린이의 삶을 망치는 심각한 범죄임을 인식하고 모두 힘 합쳐 개선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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