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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서 때린다’는 말 이제 그만
‘사랑해서 때린다’는 말 이제 그만
  • 김중걸 기자
  • 승인 2020.06.10 23: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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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걸 편집위원

충남 천안 여행용 가방 아동학대 사망사건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창녕에서 아동학대 사건이 터져 나와 국민을 공분케 하고 있다.

국민이 코로나19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가운데 잇따른 아동학대 사건은 허탈하게 한다. 잇단 아동학대 사건으로 인해 62년 묵은 친권자 징계권조항 삭제 등 관련 법의 개정과 제정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민법 제915조는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로 규정하고 있다. “말을 듣지 않아서…”, “떼를 써서…” 등 아동학대 행위자들의 변명으로 사용되는 조항이자 사실상 가정 내 체벌을 허용하게 한다. 아이들이 안전한 가정과 사회는 징계권 삭제에서 시작된다며 ‘Change 915’를 외치고 있다. 이 법은 1958년 제정된 이후 한 번도 개정된 적이 없었다. 지난해 11월 19일 2019 아동학대 예방의 날 기념식에서 굿네이버스, 세이브더칠드런.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징계권 조항 삭제 ‘Change 915’ 캠페인 페이지와 3만 2천394명의 서명과 인명단체 109개 목록을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전달했다. 박 장관은 “법무부 장관과 국회의원에게 전달해 빠른 시일 안에 민법 제915조 징계권이 없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1979년 스웨덴이 법으로 체벌을 금지한 지 40년이 된 지금 전 세계 56개국이 ‘맞아도 되는 사람은 없다”는데 뜻을 모으고 아이들에 대한 체벌을 금지하고 있다. 2018년 네팔, 2019년 프랑스와 코스보 공화국이 각각 54ㆍ55ㆍ56번째로 체벌을 금지했다. 최근 일본도 아이의 손발을 묶어 욕조에 가두는 등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하자 아동학대방지법에 친권자의 자녀 체벌금지를 명기했다. 이제 57번째는 대한민국 차례이다.

아동ㆍ청소년 역시 성인과 동등한 인격체라는 믿음으로 민법 제915조 징계권 삭제에 나서야 할 때이다.

천안 아동학대 치사사건은 계모가 여행용 가방에 의붓아들(9)을 7시간 넘게 가둬 숨지게 한 사건이다. 아이는 지난해 10월부터 수차례 친부와 계모로부터 상습적인 폭행을 당해 왔다고 한다. 같은 나이의 창녕 소녀는 눈에 멍이 들고 손가락 일부가 심하게 다친 상태로 거리를 뛰어가다가 시민에 의해 발견됐다. 이 소녀는 계부가 프라이팬에 자신의 손가락을 지지는 등 2018년부터 상습적으로 학대를 가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학대를 넘어서 고문도 이런 고문이 없다”고 말해 형언할 수 없는 학대에 공포감 마저 느끼게 한다.

천안, 창녕 아동학대 이전에도 아동학대 사건은 사라지지 않고 있어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해 인천에서 계부가 의붓아들(5)을 20시간 넘게 목검을 때려 숨지게 한 사건도 생생하다.

아동학대는 가정에서 은밀하게 이뤄진다.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와도 무조건 분리되지 않아 창녕과 같은 사건에 되풀이 되고 있다. ‘원가정보호제도’로 아이들이 가해자에게로 되돌아가고 있다.

아동보호전문기관과 경찰의 안이한 태도로 아동학대 신고가 2번이나 있었던 창녕의 소녀는 지속적인 학대를 감당해야 했다.

늦게나마 문재인 대통령과 여가부가 아동학대에 관심을 보였다. 대통령은 위기의 아동을 사전에 확인하는 제도를 살펴보고, 이들을 적극 찾아내야 한다고 지시했다. 여가부도 가정폭력방지법 개정안을 9일 공포시행했다. 앞으로 가정폭력을 목격하거나 피해를 당한 아동의 회복을 위해 상담ㆍ치료 프로그램을 제공을 국가책무에 포함시켰다. 외국인 가정 폭력 피해자도 이주여성 쉼터 등에 입소하게 했다.

최근 아동학대 행위자의 76.9%가 부모이고 80.3%가 가정 내에서 발생한 것으로 비춰 볼 때 ‘원가정보호제도’의 개선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의 보호 프로그램의 전면개선과 경력 상담원 배치, 철저한 관리감독, 관련 예산 확보가 되지 않으면 이런 비극적인 사건은 되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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