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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클라쓰’
‘이태원 클라쓰’
  • 경남매일
  • 승인 2020.05.31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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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조 동그라미 심리상담센터장

장대희 회장, 아들을 감옥에 보내는 비정한 아버지다. 그는 위기의 순간 도마뱀이 제 꼬리를 자르고 도망치듯 회사를 지키는 일이라면 어떠한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박새로이는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었다. 아버지를 죽인 범인이 장대희 회장이다. 박새로이는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장대희 회장과 그의 회사 장가를 무너뜨리겠다는 일념으로 모진 세월을 견디며 살아왔다.

두 사람은 자기 생각을 바꾸지 못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살아오면서 ‘난, 할 수 없어, 죽어도 못해’ 장 회장이 그랬고, 박새로이도 아버지 원수를 갚는 일에는 한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못하겠다는 사람은 실제로 그 일을 해내지 못한다. 생각이 행동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가능한 상황을 성사(成事)로 국면을 전환 시키는 사람도 있다. 반드시 해내고야 말겠다는 생각이 그 일을 할 수 있도록 몸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어느 해인가, 5월쯤 일이다. 군용트럭 1대 분량의 볏짚을 구해오라는 부대 지휘관 명령이 하달되었다. “네” 자신있게 대답하고 농가로 나갔으나 생각과 달리 볏짚은 구할 수가 없었다. “겨우내 소여물로 모두 소진했어, 지금은 어디를 가도 구하기 어려울거야” 평소 두터운 친분을 쌓아온 농민들이 이구동성으로 입을 모았다. 그 말은 내게 ‘포기하자’라는 명분을 만들어 주었다. 변명거리를 찾은 내 마음이 포기하라고 외쳤다.‘지금은 시기적으로 구할 수 없다고 보고하면 지휘관께서도 어쩌지 못할 거야’ 이렇게 마음이 굳어지고 있었다. 한편, 또 다른 마음이 내게 물었다. ‘너 정말 볏짚을 구하고 싶은 거야? 그 마음, 간절해?’ 해보지 않고 핑계를 앞세워 포기하기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 생각을 바꿨더니 머릿속은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지역 농협에 근무하는 박 과장이 떠올랐다. 전화로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형님, 지금은 농가에 볏짚이 없는 시기예요.” 역시,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나는 다시 부탁했다. ‘사소한 일 같지만 내겐 지휘관의 준엄한 명령이고 반드시 완수해야 할 임무다.’ 목소리에서 간절함이 담겨있었다. 잠시 뒤 사무실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전화기 너머로 볏짚을 구했다는 박 과장의 낭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몸은 생각에 의해 움직인다. 할 수 없다고 하면 할 수 없는 이유를 찾고, 반드시 해내겠다는 마음을 먹으면 머릿속에서 방법을 찾아내고 몸을 의욕적으로 움직이도록 만든다. 박새로이는 직원 이서를 구하기 위해 장대희 회장을 찾아가 납치된 장소를 알려달라고 한다. 장 회장은 거만한 말투로 자기 앞에 무릎을 꿇으면 그곳을 알려주겠다고 억압했다. 죽음을 넘어서 더 위에 있는 일, 아버지 원수 앞에 무릎을 꿇는 것은 죽음보다 더 위에 있는 일이라고 수없이 되뇌이던 새로이는 자신의 각오를 떠올리며 갈등한다. 원수에게 무릎을 꿇는 것은 아버지 죽음을 초라하게 만드는 일이고 그것은 자신의 목숨을 구걸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그의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새로이는 몸의 내부에서 솟구치는 분노에 몸서리친다. 그런 와중에도 이성(理性) 저편에서, 이서 생명이 너의 결정에 달려있다고 알려왔다. 진퇴양난이지만 결정해야 한다. 촌각을 다투는 일이기에 오래 생각할 여유도 없다. 박새로이는 서서히, 무너지듯, 장대희 회장 앞에 무릎을 꿇었다. 자신의 사적인 감정을 잠시 거두고 직원을 구하기로 한 것이다.

할 수 없다는 생각은 삶의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생각을 바꾸면 불가능한 일도 가능하게 바꿀 수 있다.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우리는 대단한 일을 해낸다.

장대희 회장, 그는 어린시절의 배고픈 한을 풀기 위해 자신의 대에는 밥을 굶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일념으로 젊은 시절에 시작한 음식 포차를 ‘장가’라는 국내 제일의 요식 회사로 성장시켰다. 하지만 장 회장은 자신의 회사를 지켜내지 못하고 박새로이에게 인수합병당한다. 시청자 가슴에 권선징악(勸善懲惡)의 메시지를 남겨놓고 이태원 클라쓰는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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