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06:09 (토)
파시즘의 부활을 경계하며
파시즘의 부활을 경계하며
  • 경남매일
  • 승인 2020.05.24 18: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광수 소설가

소련연방이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 선언으로 동유럽과 함께 공산주의 독재체제가 붕괴된 것은 1990년대 초이다. 이때 미국의 역사학자 프란시스 후쿠야마는 <역사의 종말: The End of History>에서 공산독재정권의 전체주의가 종말을 고하고 서구민주주의가 승리했다고 공언했다. 세계는 바야흐로 동서냉전의 종결로 신자유주의 물결로 넘실댔다. 영국의 앤서니 기든스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한계를 극복한 새로운 이념모델로 <제3의 길>을 주창했다. 그는 좌파와 우파를 넘어서 실사구시의 관점에서 국가와 경제, 시민사회의 관계를 탄력적으로 재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주의 붕괴가 몰고 온 거대한 파고는 지구촌시대의 도래와 함께 자본과 인력이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드는 신자유주의 경제시대가 활짝 열렸다.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는 국가가 모든 일을 처리하고 정부가 시민사회를 지배한다. 자유민주주의는 활력 있는 시민사회가 정치경제의 중심이 되는 민주사회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리제이션의 도도한 물결은 세계자유무역의 거대한 흐름에 의해 전 세계시민들이 파트너십으로 협력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해 왔다. 그러나 우리가 기대했던 신자유주의는 영국의 브렉시트를 신호탄으로 ‘아메리카 퍼스트’를 앞세운 초강대국 미국과, ‘일대일로’의 중화 몽을 내세운 중국과의 패권경쟁으로 신자유주의 세계경제질서는 붕괴직전에 있다. 이제 프란시스 후쿠야마가 공언한 <역사의 종말>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역사의 교훈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

이처럼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흐름을 거역한 폐쇄적 통제경제의 강화는 곧 정치적 민주주의의 후퇴를 가져와 20세기 초에 세계를 지배했던 전체주의 파시즘의 부활로 이어질 조짐이 농후하다. 미국의 역사학자 티머시 스나이더는 그의 저서 <폭정>에서 ‘우리는 민주주의 유산이 자동적으로 우리를 폭정으로부터 지켜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중략. 우리는 20세기 민주주의가 파시즘, 나치즘, 공산주의에 의해 굴복당하는 것을 보았던 유럽인들 보다 결코 현명하지 않다. 우리가 가진 한 가지 이점은 그들의 경험에서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이 바로 그래야 할 때이다’고 했다. 이에 대해 세계 유력언론들은 티머시 스나이더의 <폭정>은 정치적 저항은 영웅적인 행동 같은 것이 아니라, 사회적 예측에서 벗어나려는 태도의 문제라는 것을 상기시킨다고 적시했다. 티머시 스나이더는 헌정기관의 독립성을 억압하는 러시아, 헝가리, 터키, 폴란드, 미국 등이 어리석은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있다며 새로운 파시즘의 등장을 경고하고 있다. 어디 이 나라들뿐이겠는가. 의회민주주의의 요람이라는 영국도 전통적 민주주의 관행을 무시하는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또한 형식적인 민주정체를 유지하는 일당 독재국가의 장기집권자들은 국민의 인권과 언론의 자유를 탄압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계 각국의 정치경제질서는 대중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정부주도하에 통제되는 전체주의시대로 역행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공격으로 일격을 당한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의 국민들은 자신들이 선진국에 살고 있다고 믿었던 우월적 자존심에 큰 충격과 상처를 받았다. 오죽했으면 세계 주요언론들이 한국과 대만의 코로나19 대응책을 ‘코로나재난대응 모범사례’로 추켜세우며 벤치마킹하라고 촉구했겠는가. 그러나 우리도 잠깐의 우쭐한 기분에 도취해 있을 때가 아니다. 티머시 스나이더가 적시한 ‘20세기의 20가지 교훈’ 중 ‘일당국가를 조심하라’는 경고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는 전체주의 파시즘의 부활을 경계하라는 고언이다. 데모크라시냐, 파시즘이냐의 갈림길은 통치자의 결단이 아닌 국민각자의 판단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며, 자유민주주의는 저절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가 지난 역사에서 배우지 않으면 ‘노예의 길’로 가는 파시즘의 부활은 시간문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