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1:56 (금)
"가난ㆍ피부색 때문에 차별받는 아이 없어야"
"가난ㆍ피부색 때문에 차별받는 아이 없어야"
  • 김명일 기자
  • 승인 2020.05.18 2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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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불평등 해소 헌신
합성초 김영미 교사

외국인ㆍ재외동포 제외된
다문화가족지원법 `씁쓸`
다문화 학부모 문자 `보람`
교육복지 헌신 귀감돼
`유재라 봉사상` 등 수상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합성초 한국어교실 학생 사진 앞에서 미소 짓는 김영미 선생님.

차별없는 아이 사랑 30년. 한결같은 마음으로 사회적배려 학생과 17개국 다문화 학생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선생님이 있다. 바로 김해합성초등학교 김영미 교사(52)다.

합성초 한국어 학급을 맡고 있는 김 교사는 다문화학생과 사회적배려 대상 학생들을 돌보며 `차별없는 교육`을 목표로 한국어 학급 23명과 17개국 다문화 학생 83명을 동료 교사들과 함께 가르치고 있다.

김 교사는 첫 부임지였던 밀양 송진초등학교 때부터 돈 때문에 마음의 상처입고 차별 받는 학생과 학부모가 겪는 아픔을 교육 현장에서 목격하면서 `가난하고 피부색이 다르다고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신념으로 교육불평등 해소와 사회적 배려 대상 학생들을 위해 혼신을 다하고 있다.

그는 서툰 한국어 능력, 정체성 혼란, 부족한 경제적 자원으로 학업을 중도 포기하거나 미래를 꿈꾸지 못하는 학생들의 꿈과 희망을 키우기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017년부터 2018년까지 교육청 정책학교인 예비학교 업무담당자로서 16개국 예비학교 학생들의 효과적인 한국어 교육, 한국문화이해 교육, 한국생활적응 교육을 위해 다양한 수업 방법과 프로그램으로 성과를 내고 있으며, 한국어 교육 전문성을 위해 한국어 교원 자격증도 취득했다.

김 교사는 가정방문을 통해 건강과 안전을 위협할 만큼 열악한 주거 환경을 파악하고 초록우산 어린이 재단 등으로부터 주거비 지원을 받아 다문화 한부모 가정과 외국국적 재외동포 가정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고 취업을 도와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했으며, 빈곤 난민가정 학생의 중도탈락을 예방하고 안정적인 학교생활을 위해 굿네이버스와 장학금을 지원받아 학업을 지속할 수 있게 도왔다.

그는 다문화가정과 지역 이주민의 무료 의료지원을 위해서도 힘썼다. 질병에 시달리면서도 건강보험 등 사회보장 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다문화가정 학생과 가족, 이주민의 무료 의료지원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 결과 여러 기관과 단체의 무료 의료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김해 중앙병원 김상채 원장과 김해와이즈맨의 도움으로 2016년부터 합성초 다문화가정 학생과 학부모 97명이 중앙병원에 무료 의료지원을 받고 있다.

제39회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합성초에서 김영미 교사를 만났다.

 - 교육 철학이 있다면.

"교육 불평등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닌 `선천적 조건 때문에 차별받아서는 안된다` 차이는 있을지언정, 잘 길러주면 건전하게 잘살아간다.

사회적 배려 대상자라고 해서 도와줘야 한다는 시각에서 접근하면 교육을 망친다. `친구는 어깨를 내어 주는 사람`이란 인디언 격언처럼, 동등한 위치에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아이는 가장 긴 시간을 학교에서 보낸다. 교육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모든 아이들이 똑같은 생활을 하면 그 이상의 복지가 없다. 학교 안에서 자란 아이들은 낙인효과도 없을 테고, 노력하지 않고 무임승차 하려는 것도 없어지고, 이런 사회적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곳이 학교다. 그 역할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교사다."

 - 다문화ㆍ사회적배려 대상자를 지원하게 된 계기는.

"항상 이웃을 도왔던 어머니 영향이 컸다. 여기 와서는 시리아 난민을 돕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 여기 오기 전까지 다문화 사회라고해도 이정도 일줄은 몰랐다. 충격받았다. 시리아인 가정에 아들이 6명 있었는데 한국으로 오는 과정에 4명이 죽고 2명을 데리고 왔다. 막내가 6개월 만에 결국 병원에서 하늘나라로 갔다. 투병 기간 갖고 있던 모든 돈을 병원비로 지출했다. 다른 시리아 가족도 탈출 과정에 맞은 포탄 상처를 치료 받지 못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병원비를 지원할 수 있지만, 공적 의료지원 시스템이 필요했다. 이주민은 가진게 몸밖에 없는데 몸이 아프면 가정이 붕괴되고, 가정이 붕괴되면 아이들은 갈 곳이 없다. 이 학교 오면서 본격적으로 다문화 교육에 전념했다. 아이들 가르치는게 내 본분이다."

 - 다문화 교육에 힘든 부분은.

"다문화가족지원법에 외국인, 재외동포가 포함되지 않는다. 이게 가장 어려운 점이다. 카자흐스탄 등에서 살다가 한국으로 이주한 고려인 등은 우리 민족임에도 외국인이기 때문에 다문화가족 지원을 못 받고 있다. 국내 출신 다문화가정은 소득수준에 따라 건강보험 등 다양한 지원을 받지만, 외국인 아이들은 완전히 제외돼 있다. 그러다보니 경제적 어려움에도 유치원비를 전액 내야 하고, 육아 수당도 없다. 아기를 혼자서 키워야 한다. 안타깝다."

 - 보람을 느낄 때는.

"처음엔 말도 잘 못하고 두려움에 가득 찬 눈으로 긴장하고 있다가 몇 달 지나 우리말도 하고 깔깔댄다. 아이들이 변하는 것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 늘 아이들과 교감하다 보면 학부모가 서툰 문자로 `고맙다`고 문자 보낼 때 뿌듯하다. 그리고 저 뿐만 아니라 윤현철 교장선생님, 김해 한국어 학급 교사들은 모두 열심히 한다. 선생님들은 일을 제대로 주고 분위기를 만들어주면 모두 잘 해낸다."

 - 다문화 가족과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위한 향후 계획은.

"교직이 9년 남았다. 더 힘을 쏟고, 교사들도 변환점에 있다. 선배 입장에서 후배 교사들에게 다문화감수성을 길러주고 사례를 통해서 교사 역량을 기르는데 힘이 되고 싶다. 퇴직하게 되면 작은 재단이나 어떤 식으로 든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

김영미 교사는 2013년 김해 신명초에 근무하면서 `방과후 학교시범` 등 주무로 교육불균형 해소를 위한 학교 운영 모델 개발에 공헌한 점을 인정받아 2013년 경남도교육감상, 2014년 교육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2018년에는 밀양 송진초등학교 등 재직기간 소외계층 학생들을 위한 기부와 교육적 활동으로 유재라 봉사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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