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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돈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 본보기 돼야
오거돈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 본보기 돼야
  • 김중걸 기자
  • 승인 2020.05.07 0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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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걸 편집위원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퇴 이후 후속처리를 두고 설왕설래다.

부산시장이 경천동지할 성범죄로 전광석화처럼 사퇴를 했다. 그러나 사퇴 10여 일이 지나도록 후속 법적 처리는 진전이 없다. 사퇴로만 마무리되지는 않을까 시중의 민심은 우려와 기대로 혼란이다.

수면 아래에 있던 성 착취 등 성범죄는 미투(me too)로 인해 공론화됐다. 성범죄는 이제 인생에 종을 치게 하는 강력한 범죄로 인식되고 있다. 한 시대를 휘몰아치던 미투의 거센 물결은 2차 피해 예방과 우려로 끼어들 공간이 좁고 극히 조심스러워졌다. 일종의 금기어다. 당연히 2차 피해는 안 된다. 피해자를 더 보듬는 성숙한 시민의식과 사회여건조성이 요구된다. 반면, 가해자는 엄중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성범죄가 발을 붙이지 못하게 된다.

오 전 시장은 사퇴이유를 성추행이라고 밝혔다. 성추행은 마땅히 처벌을 받아야 할 범법 행위이다. 그러나 시장 사퇴 10여 일이 지나고도 피해자 진술을 확보하지 못해 수사가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야당은 오 전 시장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과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하나 이 또한 피해자 진술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사건화가 용의치 않다. 그래서인지 사퇴 당시 오 전 시장은 처연했다. 사퇴 기자회견 중 5분, 부적절 등의 모호한 표현의 낱말만 나열했다. 구체적인 범죄행위 묘사는 없었다. 치밀하게 법의 조력을 받은 감이 있다. 분명히 성범죄인 성추행으로 시장직을 사퇴했음에도 처벌 없이 자연인으로 돌아간다면 이는 사회정의 실종이다.

부산시장 재선거 비용은 170억 원가량 든다고 한다. 구체적 사유나 이유 없이 돈 들여 뽑은 시장이 덜컥 사퇴하고 이로 인해 수백억 원의 혈세가 또 낭비가 되도 그만일 수는 없다. 책임지지 않는 정치인을 뽑은 국민의 잘못이라고 체념할 수도 없다. 아무런 후속 처벌 없을 바에 차라리 처음부터 건강상 이유나 들지 뭐 하러 성추행 운운하며 사퇴한다고 ‘자뻑’을 해 부산시민을, 국민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지원망과 의심이 든다. 부적절한 행동으로 사퇴를 한다고 한 만큼 스스로가 책임을 지고 당당하게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또 한 번의 시민 기만에 다름이 없다. 기만이 계속되면 부산시민은 반드시 재선거 비용 등 사회적 비용낭비에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

오 전 시장의 후속 법적 처리가 주는 우리 사회의 사회적 정의실현 실익에 대해 ‘정의란 무엇인가’ 저자 마이클 센델 교수에게 묻고 싶다. 피해자의 2차 피해도 예방하고 사회적 정의를 실현할 방법이 필요하다. 그래야 함부로 정치를 유린하는 사악한 정치인과 정당,사회지도층 등에 경종을 줄 수 있다.

오 전 시장 사퇴 시점과 과정을 본다면 여당이 수혜(?)를 입은 감이 있다. 21대 총선 중에 이 사건이 터졌다면 어찌 됐을까? 총선 후로 사퇴시기가 조율된 부분은 이해가 가면서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뭔가 불편한 진실이 있는 것 같다. 민주당은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사후 처리를 깔끔히 해야 한다. 두리뭉실, 사퇴로만 일단락 짓게 된다면 국민적 의혹은 두고두고 회자된다. 오 전 시장 자신도 한때 부산시민들의 자부심이었던 만큼 배신에 반성하고 스스로 처벌을 달게 받는 지도자로서의 용기와 모범을 보여 줘야 한다. 자신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 사례는 만인에게 본보기가 돼야 한다.

앞으로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통해 왜곡된 성문화 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자신과 같은 사람들의 성인지 감수성 개선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 길이 30여 년간 공직과 정치인으로 부산사람으로서 사회에 할 수 있는 마지막 봉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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